주간동아 1158

2018.10.05

사회

8억 원으로 인천 옐로하우스 불 끌 수 있을까

인천시 성매매 여성 지원 논란…대상 적고 명분 쌓기용에 그칠 수도

  • 입력2018-10-09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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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옐로하우스의 모습. 노란 종이가 창에 붙어 있지 않다(위). 최근 옐로하우스와 인근 상가의 모습. 상가의 문이 대부분 닫혀 있다. [뉴스1, 동아DB]

    2002년 옐로하우스의 모습. 노란 종이가 창에 붙어 있지 않다(위). 최근 옐로하우스와 인근 상가의 모습. 상가의 문이 대부분 닫혀 있다. [뉴스1, 동아DB]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대로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가게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노란 불빛이 보였다. 불이 켜진 건물 앞에는 플라스틱 의자에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인기척이 느껴지면 자리에서 일어나 행인의 팔을 붙잡고 가게로 안내하려 들었다. 인천에 마지막 남은 집창촌 ‘옐로하우스’ 이야기다. 

    재개발로 점차 쇠락해가는 환락가에 다시 관심이 쏠린 이유는 시의 지원책 때문이다. 인천시 미추홀구는 최근 숭의동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조례를 발표했다. 다시는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당 연간 최고 2260만 원의 자립 지원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에 격분한 여론이 적잖다. 성매매는 엄연히 범죄인데 이들의 자립을 위해 국고를 연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일부 누리꾼은 “취업을 위한 지원금이 인당 연 2000만 원이 겨우 넘는데, 성매매 여성에게는 자립을 이유로 이보다 높은 금액을 선뜻 내준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조례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자 9월 중순 늦은 밤 옐로하우스를 찾았다. 수인선 숭의역 3번 출구에서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면 바로 노란 불빛이 보일 것이라고 했지만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이 옐로하우스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유는 특이한 외관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성매매 업소 유리창들은 노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영업하는 곳은 불이 들어와 있는데, 이때 노란 종이 때문에 조명 색과 관계없이 노랗게 보인다고 해 이런 별칭이 붙었다.

    재개발 틀어막던 노란 불빛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금 반대 청원.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금 반대 청원.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골목에는 불이 다 꺼져 있었다. 가로등도 드물었다. 보통 집창촌 근처에는 술집이나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적막했다. 타고 간 차의 헤드라이트가 아니었다면 찾지도 못할 정도였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끝자락쯤에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차를 보자마자 차 쪽으로 걸어왔다. 할 말이 있나 싶어 차를 세웠다. 창문을 내리지 않았지만 워낙 목소리가 커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들을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의 정체는 옐로하우스 한 업소의 호객꾼이었다. 차를 세우니 보이지 않던 곳에 있던 호객꾼들이 다가왔다. 이러다 이 골목에서 빠져나가지 못할까 싶어, 빠르게 사람이 없는 곳으로 핸들을 틀었다. 



    한 블록 정도 빠져나오니 다시 깜깜한 골목이 나왔다. 여러 상점이 보였지만 사람이 드나든 지 오래된 듯했다. 가게 몇 곳은 출입문이 쇠사슬로 잠겨 있었다. 문고리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일부 업소에는 곧 재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일대는 2006년부터 재개발 논의가 진행돼왔다. 2009년에는 아파트로 재개발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재개발 조합 및 지주, 세입자 사이에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사업이 미뤄져왔다. 재개발이 미뤄진 내막에는 옐로하우스도 있었다. 아무리 새 아파트라도 근처에 집창촌이 있으니 입주자 모집이 어려우리라 본 것. 

    불 꺼진 골목에 차를 세우고 다시 옐로하우스로 걸어갔다. 두 블록 규모인 상가 1층의 창이 전부 노란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불이 켜진 곳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날 문을 연 업소는 총 5곳. 2000년대 초반만 해도 90여 개 업소가 영업했다고 하지만, 2004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하나 둘씩 폐업해 지금은 10곳 정도만 남은 상태다. 

    업소가 거의 문을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업주는 “명절이 대목이라 명절 전 휴가를 가느라 아가씨(성매매 종사자)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업주들은 떠날 사람은 이미 다 떠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주는 “주변 상점가가 다 죽어 손님이 확 줄었다. 게다가 최근 철거가 확정됐는데 누가 더 오려 들겠나. 다들 다른 살길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옐로하우스가 있는 숭의1구역 1단지(1만5611㎡)의 재개발이 재추진됐다. 인근 지주와 주민이 지역주택조합 설립에 나선 것. 지주들은 애초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을 기대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본인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 올해 6월에는 조합설립 승인을 받았다. 점진적으로 옐로하우스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708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및 오피스텔을 신축할 예정이다. 인근 주민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주민 정모(35) 씨는 “저 부근은 가로등이 드물어 남자도 지나가기 꺼리는 데다, 어쩌다 근처에 가게 되면 호객꾼들 때문에 곤혹을 치른다. 미관은 물론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을 연 5곳에선 성매매 종사자가 보통 2~4명씩 대기하고 있었다. 한 성매매 여성은 “해가 갈수록 문을 여는 곳과 손님이 감소하니, 일하러 오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요즘은 많아야 하루에 30~40명 나오는 것 같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야 돈을 버는데, 이렇게 을씨년스러운 골목에 초행길인 사람이 들어오겠나. 나도 이곳이 완전히 철거되기 전 다른 업소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원책 펴도 받을 사람 드물어

    그에게 넌지시 구의 지원 조례에 대해 물었다. 미추홀구가 9월 17일 공포한 조례에 따르면 옐로하우스에서 일하는 성매매업종 종사자 가운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매매를 하게 된 성매매 피해자가 주 지원 대상이다. 물론 성매매 피해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성매매 자활 관련 지원 대상은 ‘성매매 피해자 등’이다. 즉 성매매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자활 의지만 있으면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추홀구의 지원을 받으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다. 자활 지원 신청서와 더는 성매매업종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탈성매매 확약서’, 어떤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지 계획을 담은 ‘자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정한다. 미추홀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0명, 총 40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탈성매매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인 성매매 종사자들도 지원책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누가 싫다는 사람 억지로 잡아서 이런 일(성매매) 시키겠나. 여기 나오는 사람은 거의 다 본인이 돈을 벌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며 “지원금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이 일을 하는 편이 돈벌이는 훨씬 더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손님당 8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 중 절반이 성매매 종사자의 수입. 적어도 하루에 5명 이상 손님을 받으니 20만 원 넘게 손에 쥘 수 있다. 한 달에 열흘만 일해도 1년이면 지원금보다 많은 돈을 버는 셈이다. 

    이렇게 지원 대상인 성매매 여성들조차 조례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40명의 지원 대상은 어디서 나온 집계일까. 조례를 담당한 미추홀구 여성지원과 담당자는 “상위법에도 성매매 피해자 등 성매매 종사자 가운데 자활을 원하는 사람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성매매 피해자 상담소에서 상담한 내용 등을 확인해 자활 의지가 크다고 판단한 사람이 40여 명이었다”고 밝혔다. 

    담당자는 뒤이어 “일단은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먼저다. ‘성매매 피해자 등’이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 전 심사 과정이 있으니 필요 이상의 지원은 없을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심사 기준이나 지원 예산에 관해 정해진 내용이 없어 자세한 설명은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물론 미추홀구도 지원 신청자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는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담당자는 “비슷한 조례나 지원책을 써온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한 결과 처음 집계한 것에 비해 참여자가 저조했다”면서도 “아직 세부 계획을 작성 중이니 이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서울 시내 한 집창촌의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한 집창촌의 모습. [뉴스1]

    일각에서는 미추홀구가 쏟아지는 비판에도 조례 공포를 강행한 이면에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후 옐로하우스 철거가 단행되면 업주는 물론, 성매매 종사자들까지 반발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원 조례를 마련해두면 성매매 여성에게 자활 기회를 열어줬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서울 영등포, 경기 수원, 전북 전주 등 성매매 집결지 철거를 앞두고 성매매 여성과 업주의 반발은 계속 있어왔다. 구청 관계자도 “(옐로하우스 일대도) 반발 때문에 오랫동안 재개발이 미뤄진 것으로 안다. 최근에야 겨우 철거가 확정돼 (성매매 종사자) 자활 조례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추홀구는 “이번 조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여성지원과 담당자는 “지금 인천에 남은 마지막 성매매 종사자 집결지가 옐로하우스다. 철거는 확정됐지만, 그렇다고 집결지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다시 다른 곳에서 뭉쳐 제2의 옐로하우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고자 성매매 여성들에게 자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로하우스의 한 성매매 종사자에게 지원금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이 일을 그만두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해본 일이 이것뿐이라 단순히 돈을 준다고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직장인도 매일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밥 먹듯 하지만, 정말 그만두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몇 번씩 그만두고 싶다가도 생계를 생각하면 일을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질문을 마치고 다시 옐로하우스 인근을 한 바퀴 걸었다. 자정이 넘어서인지 업소 한 곳의 불이 더 꺼져 있었다. 호객꾼들도 지쳤는지 더는 붙잡지 않았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거나 잡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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