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4

2016.09.07

골프의 즐거움

꼼수 부리면 두고두고 족쇄

톱 선수의 ‘의도적 기권’ 논란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9-02 15: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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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서 가장 핫한 선수 박성현이 8월 26일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둘째 날 전반에 6오버파를 친 뒤 경기를 포기했다. 직전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6승을 구가하던 선수의 갑작스러운 기권은 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기권 소식이 인터넷에 오르자 그의 처신을 비판하는 댓글이 200개 이상 달린 것. 과연 그날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성현은 이날 비바람과 안개로 2시간가량 경기 시작이 늦춰진 가운데 10번 홀에서 출발해 18번 홀까지 전반 9개 홀만 마치고 기권했다. 기권 당시 기록은 27홀 10오버파로 컷오프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5오버파 62명까지 커트라인 통과). ‘의도적 기권’이라는 비판이 인 것은 이 때문. 그의 명목상 기권 이유는 캐디의 발목 부상이었다. ‘의도적 기권’이라는 비난 댓글이 이어지자 해당 캐디는 프레스룸까지 찾아와 “당시 하우스캐디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가 그만두자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기권하면 ‘10오버파 컷오프’라는 오명을 쓰지 않아도 되고 이 대회의 기권이 박성현의 통산기록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의도적 기권설의 근거였다.

    하지만 당시 기상 여건이 나빴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해발 1100m 이상의 고지대였고,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온이 급강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컨디션이 나쁘면 어떤 선수든 기권할 수 있다. 이날 기권한 선수는 박성현을 포함해 10명이었다. 몇 주간 여름 라운드를 펼치던 선수들이 첫날과는 전혀 다른, 춥고 비 오는 코스에 적응하지 못한 것.

    박성현의 기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7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컨디션 난조로 12번 홀을 마친 뒤 기권했다. 당시 그는 중간 합계 이븐파를 기록하며 공동 34위에 올라 컷 통과가 무난해 보였지만 어지럼증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결국 골프백을 뺐다. 누리꾼들은 첫 번째 기권은 “건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긍하는 반면, 이번 대회 기권에 대해선 “이유가 군색하고 계산적”이라며 비판한다. 악천후 속에서 개인 기록까지 세세하게 계산해 기권을 택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석연찮은 기권 과정은 논란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악의적이거나 철없는 기권의 대명사는 미셸 위가 반면교사다. 미셸 위는 올 시즌 초반 스윙잉스커츠LPGA클래식 4라운드에서 15번 홀까지 11오버파를 치다 목 경련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그러자 “부상으로 인한 기권이 너무 잦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는 지난해    5월 킹스밀챔피언십에서도 첫날 7오버파 78타를 친 뒤 엉덩이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기권하지 않았다면 출전 선수 144명 중 공동 141위를 기록할 뻔했다.



    미셸 위가 기권할 때마다 비판이 나오는 건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긴트리뷰트 첫 라운드에서 한 기권 때문이다. 비회원 초청선수로 참가했던 그는 16번 홀까지 14오버파를 친 뒤 기권해 구설에 올랐다. 기권 이유는 손목 부상. 하지만 그다음 날 맥도날드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둘러 궁지에 몰렸다. “한 라운드 88타 이상 비회원에 대한 해당 시즌 투어 출전 금지 규칙을 회피하려는 의도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회 개최자였던 안니카 소렌스탐은 “그런 식의 기권은 주최 측이나 초청해준 스폰서에 대한 존경심과 책임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로서는 ‘전략적 선택’이었겠지만 그에겐 내내 족쇄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그가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면 이런 논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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