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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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창업 붐 중국의 진짜 창조경제

리커창의 ‘대중창업 만인혁신’…강력한 제도개혁 최우선 과제

  • 자오유 LG경제연구원 연구원 zhaoyu@lgeri.com

    입력2015-06-22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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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대 창업 붐 중국의 진짜 창조경제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한 창업 카페에서 열린 기업 설립 관련 세미나. 젊은 창업 희망자 160여 명이 몰렸다.

    중국 베이징 서북쪽 대학가에 자리 잡은 창업가(街)는 서점거리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규모가 웅장하지도 않고 경관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이곳에 모인 카페 10여 곳은 중국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창업 공간으로 부상했다. 창업 희망자들의 아이디어 산실이자 거부(巨富)들의 입도선매 투자 창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5월 7일 중국 행정권력의 정점인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외견상 카페골목에 불과한 이곳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부터 줄곧 주창해온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人革新)’을 현장에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리 총리의 ‘대중창업 만인혁신’ 발언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나왔다. 3월 직접 발표한 양회(兩會) 정부공작보고에서는 ‘대중창업과 만인혁신, 공공제품 및 서비스라는 양대 엔진으로 경제의 양과 질을 모두 높인다’는 청사진이 공개됐다. 이후 창업은 중국 경제의 핫이슈로 떠올랐고, 리 총리 역시 창업혁신의 전도사가 됐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창업 열풍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변하고 있다

    원래 중국 비즈니스 환경은 녹록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다. 생애 첫 창업에 나설 때는 진행 과정이 비교적 어렵지 않다. 특히 지난해 2월 국무원이 등록자본등기제도 개혁안을 비준하면서 기업의 각종 등기 관련 사항이 크게 개선됐고 진입 문턱은 낮아졌다. 등록자본금 최소 요건이 폐지되고 출자 방식이 자율화됐다. 쉽게 말해



    1위안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14년 중국 전역에서 신규 등록한 시장 주체는 1293만 개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그러나 이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워내는 데는 어려움이 적잖다. 중국 특유의 걸림돌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창업은 1위안으로 가능하다 해도 이를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은행 대출이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대출이자가 비싸고 창구도 높다. 중국 내 대표적인 금융기관의 실질 대출금리는 6% 후반대고, 무이자인 정부 창업기금과 보조금은 신청 자격 기준 및 심사 절차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중국에서 민영경제가 가장 발달한 저장성 닝보 지역 기업가들은 일하는 시간의 절반을 대관(對官) 업무에 쏟아야 한다. 창업자가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중국 법체계 특성상 각종 법률과 정부 입법조항에 원칙만 있을 뿐 세칙이 미비한 경우도 많다. 벌금조항만 해도 ‘심각성에 따라 ○○위안 이상 ○○위안 이하를 부과한다’는 식이다. 현장 행정관리 부서는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공무원들에게는 사적 이익을 추구할 공간이 생겨난다.

    가장 큰 문제는 파산 후 재창업이다. 건강한 창업 생태계라면 기업이 성장할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업 퇴출 시스템이 정립돼 있어야 하지만, 현재 중국은 한 번 파산한 창업자가 재도전할 발판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실패한 기업가 대부분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는 대신 야반도주를 택한다. 번거로운 절차와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중국에서 창업 실패자는 몸을 털고 일어나 재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여러모로 미성숙한 창업 생태계를 고려할 때 ‘대중창업 만인혁신’이 단기간 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창업과 혁신 붐이 중국 경제의 체질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 ‘경제관찰보’는 3월 한 호텔체인 최고경영자(CEO)가 리 총리에게 쓴 편지를 게재했다. 편지에는 창업 후 10년 가까이 행정규제 탓에 정부와 접촉하며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 구구절절 담겨 있었다. 기사가 공개된 지 53일 후 국무원 사무청, 세무총국, 공상총국 등 여러 정부기구는 이 CEO를 초청해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중국 정부 역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리 총리가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제기한 후 국무원 각 부서는 창업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 조치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문자 그대로 최우선순위다. 저비용으로 창업 공간을 꾸밀 수 있는 방안은 물론, 실력 있는 기업과 대형 금융기관, 해외 자본 등을 연결하는 전문적인 투자 지원 제도도 추진 중이다. 5월 13일에는 국무원이 직접 나서 대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줄 것을 각 대학에 요구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전 국민 창업 열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셈.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정부의 관리 감독 방식에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각종 규정에서 경계가 모호한 부분을 없애 공무원들의 자의적 법집행을 제한하겠다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사상 최대 창업 붐 중국의 진짜 창조경제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성공신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와 함께 중국의 기술력도 높아져 창업과 관련한 기술적 토양이 비옥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제출된 특허신청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12%. 10년 전 2% 미만이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특히 데이터통신, 전산기술, IT(정보기술) 관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그래프 참조).

    중국 기업가들과 청년세대의 도전의식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알리바바, 샤오미, 화웨이 등 민영기업으로 시작해 엄청난 대기업으로 변모한 회사들의 성공담이 회자되면서 ‘간단한 혁신 아이디어로 단번에 대기업을 일굴 수 있는’ 중국 시장만의 강점이 각별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는 전쟁터와도 같다. 혜성처럼 나타난 유망기업이 몇 년 새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역동성은 거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취준생’ 조류도 만들어냈지만, 더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기업가 정신도 불어넣었다.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청년층의 취업난이 전대미문의 창업 붐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창업혁신 정책은 분명 의미심장하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특성과 연관된 부분이 적잖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긴 하지만, 각 정책이 첨단 과학기술 등 신흥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매끄럽게 정렬돼 있고, ‘중국제조 2025 규획’ 같은 장기 플랜과도 적절히 결합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창업기업 가운데 다른 모든 도전자의 실패를 보상하고 남을 만큼 훌륭한 혁신 사례가 나올 테고, 그러한 혁신이 쌓이고 쌓이면서 중국 시장과 산업의 경쟁력은 한 차원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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