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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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혁신위?

범친노 혁신위원 구성에 비노 진영 반발…100일 뒤 전면전 예고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6-2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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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혁신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첫 상견례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김상곤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6월 15일 최고위원회와 상견례 첫 회의를 시작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김상곤 혁신위는 출범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권한 한계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된 데다, 혁신위원에 임명된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돼 ‘탈계파 혁신’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기 때문. 김상곤 혁신위를 두고 4·29 재·보궐선거(재보선) 전패로 위기에 처한 문재인 당대표를 100일 동안 안전하게 구하기 위한 기구라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김상곤 혁신위는 2·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출범했다. 그러다 보니 혁신위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 당내 이견이 상존한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뒤 “문재인 대표가 혁신을 위해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으며,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권한을 혁신위에 위임하겠다고 했다”며 혁신위에 전권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당내 인사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고수하고 혁신위를 출범한 것 자체에 의구심을 표한다. 새정연 한 지역위원장은 “4·29 재보선 전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을 때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려고 했다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든 혁신위에 비상대권을 주고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취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책임을 모면하려고 혁신위라는 별도 기구를 구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욱이 혁신위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것이냐를 놓고 벌써부터 당내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혁신안 구성에는 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혁신안 집행권은 갖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새정연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혁신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결정 권한을 (혁신위가) 갖지만 (혁신안) 결정 이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은 최고위원회의와 당대표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새정연 혁신위 권한에 대한 논란은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한 제1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며 “최종 결정권자로서 막강한 권한은 혁신안 확정은 물론, 결정된 혁신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것인데, (김상곤 혁신위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에 구성됐던 박근혜 비대위가 19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비대위가 최고위원회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아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꾸는 등 속도감 있게 당을 바꿔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혁신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6월 12일 국회에서 김상곤 위원장과 위원 10명이 상견례 겸 회의를 갖고 당권재민 혁신위원 실천선언문을 낭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외 혁신위원도 범친노?



    권한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혁신위 ‘위상’과 관련한 문제라면, 혁신위원 구성에 대한 논란은 혁신 ‘의지’ 문제와 직결된다.

    김상곤 혁신위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당내 인사로는 우원식 의원과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새정연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학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이, 당외 인사로는 조국 서울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전 상임대표, 임미애 전 경북 의성군의회 의원, 정채웅 변호사 등이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선임 직후 당외 인사 6, 당내 인사 4 비율로 혁신위원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정연이 자체적으로 혁신하지 못하는 것을 혁신위원 구성에 차등을 둬 당외 시각을 혁신위에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보름간 장고 끝에 김 위원장이 꺼낸 혁신위원 면면은 당내 인사 5, 당외 인사 5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경기도교육감을 지내고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새정연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섰다 낙선했으며, 7·30 재보선 공천에서도 탈락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을 당외 인사로 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김상곤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당내 인사 6, 당외인사 5로 구성된 셈이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새정연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당초 밝혔던 혁신위원 외부 인사 6, 내부 인사 4 비율을 지키지 못해 혁신위 활동이 시작부터 흔들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혁신위원 면면도 참신함과 거리가 멀어 국민적 관심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내 인사는 물론 당외 인사 가운데도 범친노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 많아, 친노 계파 청산을 위한 혁신과 거리가 먼 인선이란 비판론에 휩싸였다. 당외 몫으로 혁신위원에 임명된 조국 교수의 경우 부산 출신으로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를 공개 지지했다는 점에서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는 친문재인 인사로 본다. 최태욱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친안철수 인사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용상으론 범친노 인사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더 많다. 최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참여정부 5년 내내 대통령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또 원외 지역위원장 몫으로 혁신위원에 오른 최인호 지역위원장의 경우 국회의원 노무현 비서와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비서실 부대변인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무현 인사다. 새정연 한 당직자는 “김상곤 혁신위가 우리 당의 혁신을 주도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혁신위원 구성 등을 보면 문재인 대표 구하기 성격이 더 짙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한 인사도 “국민이 바라는 새정연의 혁신은 구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이룩하라는 것인데, 김상곤 혁신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당을 전면 환골탈태하기보다 조직 구성과 공천 방식 등을 일부 리모델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정연, 다시 불신과 분열의 시대로?

    새정연 김상곤 혁신위와 최고위원회 상견례가 있었던 6월 15일, 김 위원장은 “불신과 분열의 막말로 당 혁신을 가로막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최근 논란이 된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의 ‘새누리당 세작(간첩)’ 발언과 조경태 의원의 ‘혁신위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전위부대’, 박지원 의원의 ‘분당 및 창당 준비’ 발언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말들이 불신과 분열의 막말로 바로 반(反)혁신이요,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막말과의 전쟁’을 선포한 김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새정연 인사들은 “당분간 우리 당이 조용해질 수 있겠지만 진정한 혁신과는 동떨어진 길을 걷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의 한 원외 인사는 “혁신위를 앞세워 당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차단한 채 친노 세력을 더욱 공고하게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며 “혁신위 활동 기간 친노-비노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는) 100일 뒤 더 큰 전면전이 예고돼 있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김상곤 혁신위 vs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혁신위?

    2012년 1월 19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하위 25%’ 배제 등 공천 개혁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년 가을 한국 정치는 크게 요동쳤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말 사퇴한 직후 ‘안철수 현상’이 들불처럼 번졌고, 그해 10월 말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의 양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했다.

    국민 여론이 급격히 야권으로 쏠리자, ‘공멸’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인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고 전권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위임한 뒤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했다.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있었고, 19대 총선은 불과 넉 달 앞둔 시점이었다.

    한나라당 내부는 2008년 4월 치른 18대 총선에서 친이명박(친이)계 주도로 ‘친박근혜(친박)계 학살’ 공천이 이뤄진 뒤 친이계와 친박계로 양분돼 두 계파가 이명박 정권 4년 내내 물과 기름처럼 반목해왔다. 그러나 공멸에 대한 위기의식은 계파 해체 선언으로 이어졌다. 계파 해체의 물꼬는 친박계가 먼저 텄다. 친박계는 ‘친박이란 이름으로 모임을 갖거나 행동하지 않겠다’며 ‘계파 해체’를 결의했고, 곧이어 친이계도 ‘당이 새롭게 변화하는 데 일조하겠다’며 계파 해체를 선언했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우리가 하나 돼서 국민의 신뢰 회복에 최고 가치를 두고 노력해나가자”면서 “모두 힘을 같이하고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합하면 친이-친박 문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은 당 외부인사 6명과 내부인사로는 박근혜 위원장을 포함해 5명 등 총 11명으로 꾸려졌다. 외부인사로는 재벌개혁의 전도사이자 경제민주화의 효시로 알려진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필두로 조동성 당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책 등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이상돈 당시 중앙대 교수가 영입됐다. 이철승 전 의원의 딸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와 벤처기업협회 대표를 지낸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그리고 당시 26세였던 청년보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영입됐다. 당내에서는 당연직 비대위원인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그리고 당시 쇄신파로 분류되던 초선 김세연, 주광덕 의원이 합류했다.

    비대위원 인적 구성으로 박근혜 비대위는 경제민주화를 지향하고, 당시 국민으로부터 지탄받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비판적 입장을 수용하며, 청년과 여성, 기업인에 대한 관심을 대내외에 표방했다. 비대위원 구성을 계기로 등 돌린 국민 관심을 어느 정도 돌리는 데 성공한 비대위는 광고홍보 전문가인 조동원 홍보위원장을 영입, 그에게 전권을 줘 한 달여 만에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상징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달라진 당명과 당 상징색에 어색해하는 이가 많았지만 국민은 차츰 변화의 몸부림으로 이해했다. 화룡점정은 친박계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 공천을 단행한 것이다. 그 결과는 4월 총선 과반 의석 확보와 그해 12월 대통령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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