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첫 상견례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는 2·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출범했다. 그러다 보니 혁신위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 당내 이견이 상존한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뒤 “문재인 대표가 혁신을 위해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으며,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권한을 혁신위에 위임하겠다고 했다”며 혁신위에 전권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당내 인사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고수하고 혁신위를 출범한 것 자체에 의구심을 표한다. 새정연 한 지역위원장은 “4·29 재보선 전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을 때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려고 했다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든 혁신위에 비상대권을 주고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취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책임을 모면하려고 혁신위라는 별도 기구를 구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욱이 혁신위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것이냐를 놓고 벌써부터 당내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혁신안 구성에는 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혁신안 집행권은 갖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새정연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혁신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결정 권한을 (혁신위가) 갖지만 (혁신안) 결정 이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은 최고위원회의와 당대표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새정연 혁신위 권한에 대한 논란은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한 제1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며 “최종 결정권자로서 막강한 권한은 혁신안 확정은 물론, 결정된 혁신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것인데, (김상곤 혁신위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에 구성됐던 박근혜 비대위가 19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비대위가 최고위원회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아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꾸는 등 속도감 있게 당을 바꿔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6월 12일 국회에서 김상곤 위원장과 위원 10명이 상견례 겸 회의를 갖고 당권재민 혁신위원 실천선언문을 낭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혁신위 ‘위상’과 관련한 문제라면, 혁신위원 구성에 대한 논란은 혁신 ‘의지’ 문제와 직결된다.
김상곤 혁신위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당내 인사로는 우원식 의원과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새정연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학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이, 당외 인사로는 조국 서울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전 상임대표, 임미애 전 경북 의성군의회 의원, 정채웅 변호사 등이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선임 직후 당외 인사 6, 당내 인사 4 비율로 혁신위원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정연이 자체적으로 혁신하지 못하는 것을 혁신위원 구성에 차등을 둬 당외 시각을 혁신위에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보름간 장고 끝에 김 위원장이 꺼낸 혁신위원 면면은 당내 인사 5, 당외 인사 5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경기도교육감을 지내고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새정연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섰다 낙선했으며, 7·30 재보선 공천에서도 탈락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을 당외 인사로 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김상곤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당내 인사 6, 당외인사 5로 구성된 셈이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새정연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당초 밝혔던 혁신위원 외부 인사 6, 내부 인사 4 비율을 지키지 못해 혁신위 활동이 시작부터 흔들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혁신위원 면면도 참신함과 거리가 멀어 국민적 관심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내 인사는 물론 당외 인사 가운데도 범친노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 많아, 친노 계파 청산을 위한 혁신과 거리가 먼 인선이란 비판론에 휩싸였다. 당외 몫으로 혁신위원에 임명된 조국 교수의 경우 부산 출신으로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를 공개 지지했다는 점에서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는 친문재인 인사로 본다. 최태욱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친안철수 인사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용상으론 범친노 인사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더 많다. 최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참여정부 5년 내내 대통령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또 원외 지역위원장 몫으로 혁신위원에 오른 최인호 지역위원장의 경우 국회의원 노무현 비서와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비서실 부대변인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무현 인사다. 새정연 한 당직자는 “김상곤 혁신위가 우리 당의 혁신을 주도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혁신위원 구성 등을 보면 문재인 대표 구하기 성격이 더 짙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한 인사도 “국민이 바라는 새정연의 혁신은 구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이룩하라는 것인데, 김상곤 혁신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당을 전면 환골탈태하기보다 조직 구성과 공천 방식 등을 일부 리모델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정연, 다시 불신과 분열의 시대로?
새정연 김상곤 혁신위와 최고위원회 상견례가 있었던 6월 15일, 김 위원장은 “불신과 분열의 막말로 당 혁신을 가로막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최근 논란이 된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의 ‘새누리당 세작(간첩)’ 발언과 조경태 의원의 ‘혁신위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전위부대’, 박지원 의원의 ‘분당 및 창당 준비’ 발언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말들이 불신과 분열의 막말로 바로 반(反)혁신이요,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막말과의 전쟁’을 선포한 김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새정연 인사들은 “당분간 우리 당이 조용해질 수 있겠지만 진정한 혁신과는 동떨어진 길을 걷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의 한 원외 인사는 “혁신위를 앞세워 당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차단한 채 친노 세력을 더욱 공고하게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며 “혁신위 활동 기간 친노-비노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는) 100일 뒤 더 큰 전면전이 예고돼 있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