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구체는 달리 말하면 팩트(fact)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팩트의 가장 큰 장점은 ‘나’와 ‘너’의 개인차를 명확하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개인차를 정확하게 아는 자만이 ‘우리’라는 공동체의 밑그림을 확실하게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차가 왜 중요할까. 오늘날 디지털 첨단기술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보를 세분화한다.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나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 체제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은 남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야만 안정되고 빛나는 삶을 꾸려갈 수 있다. 골목대장이라도 될 수 있을 정도의 개인기를 확실히 갖춰야만 한다.
이런 시대에 개인에게 필요한 ‘교양’은 완전히 따로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시대의 교양은 정보나 지식이 지닌 가치의 원근감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안목이다. 달리 말하면 교양은 배우고 알아서 저장하고 보관하는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이 전체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 필요한 어떤 것을 곧바로 만들어내는 지식, 즉 브리콜라주(bricolage)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양의 힘은 ‘몰입’ 혹은 전문(專門)을 상대화하고 거리화하는 힘, 바로 역량이다.
홀로 존재하는 정보는 데이터에 불과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정보와 정보를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기호학에서는 이 차이를 변별이라고 하는데 이 차이가 의미를 만든다. ‘정보는 아름답다’(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생각과느낌)는 정보와 정보를 비교해 차이가 발생하는 모습을 무수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직접적인 사실과 건조한 통계의 무의미한 나열이 아닌,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파트인 ‘억만 달러’는 증여, 지출, 전쟁, 축적, 빚, 손실, 수입 등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각각 다른 색의 간단한 사각형 크기로 비교해 보여줘 개별 정보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2003년에 예상한 이라크전쟁 비용이 600억 달러였으나 실제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들어간 총비용은 3조 달러였으며, 애플의 시장가치와 아프리카의 부채가 각 2270억 달러고 미국 국방예산이 72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 등을 여타의 비용과 함께 보다가 다음 페이지로 가면 2008년 금융위기 극복 비용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한눈에 깨닫게 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