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 지음/ 문학동네/ 410쪽/ 1만5000원
책을 집어 들자 ‘완전한’이라는 수식어에 신경이 쏠렸다. ‘휴식에도 종류가 있나. 불완전한 휴식이란 뭘까.’ 평소 여가 시간을 곱씹어봤다. 주말에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볼거리를 게걸스레 찾아 헤매는 게 보통. 휴가 기간에는 콧바람을 쐬러 멀리멀리 떠나거나 자궁 속에 웅크린 태아처럼 ‘방콕’. 그러자 저자가 말하는 ‘완전한 휴식’의 참뜻이 어렴풋이 보였다. 머릿속에서 일상을 완전히 소거한, 몸과 마음을 자유로이 놓은 휴식을 취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저자 정수복은 ‘로망의 공간’인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완전한 휴식을 도모한다. 그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이자 전문 산책가다. 1980년대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돌아와 1990년대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시민운동을 한 그는 2002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객원교수를 지냈다. 그리고 2005년 여름, 어린 시절 ‘로망의 공간’이던 프로방스에서 꼬박 한 달을 머물렀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은 프로방스와의 교감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프로방스에서의 삶이 아름다운 까닭은 무엇보다도 햇빛 때문이다. 노랗고 투명한 햇빛 없는 프로방스는 상상할 수가 없다. 여름의 메마른 대지와 건조한 대기 속에 그야말로 부서져 터지는 햇살 속에서 인생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햇빛은 프로방스의 그 맑고 건조한 대기 속에서 밝음과 따뜻함을 글자 그대로 부스러뜨리고 터뜨려서 흩뿌려 놓는다.”
책을 펼치면 프로방스의 오색찬란한 공기가 훅 끼친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의 배경과 반 고흐가 마지막 3년을 보낸 프로방스 전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이야기는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인다. 저자는 레아튀 미술관과 아를의 고대 박물관에서 예술과 부대끼다가, 뤼베롱 산과 알피유 산맥에서 자연을 만끽한다. 그리고 “창작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그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라는 말로 프로방스의 매력을 설명한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느림’이다. 시간은 빠르게 달아나기도 하고,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 그는 프로방스에서 유독 느긋하게 뒷짐 지고 걷는 시간을 체험한다. ‘빨리빨리병’을 앓는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시간감각이다. 그 체험을 고스란히 글로 전하며 저자는 이렇게 속삭인다. 빠른 속도에 매몰돼 삶의 방향을 잃지 말라고. 가끔은 한 발짝 떨어져 살아가는 방식과 추구하는 가치를 고민하라고.
“한국 사람들은 느리고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프로방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힌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분주함과 부산함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주관하며 느린 속도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 프로방스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