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런데이 지음/ 최재경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1만5800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본인이 화가로 불리는 걸 싫어했다. 그는 자신의 천직이 조각가이고, 조각이야말로 최상의 예술 형태로 여겼다고. 수많은 미술 사가는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업적으로 ‘아담의 창조’ ‘최후의 심판’ 등이 담긴 시스티나 성당의 프레스코화를 꼽지만, 정작 미켈란젤로는 그 프로젝트에 마지못해 참여했다. 대리석 조각 작업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 또 목욕을 싫어한 탓에 언제나 악취를 풍겼다고 한다.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은 이처럼 ‘위대한’ 예술가 35인의 ‘인간적’이다 못해 ‘지질한’ 뒷얘기를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실제 상당수 예술가가 사생활에선 문제가 많았다. 카라바조는 살인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고, 에두아르 마네는 자신을 비판한 평론가와 칼부림을 했으며 빈센트 반 고흐는 정신분열증, 조울증, 매독, 측두엽 간질 등을 앓았고, 파블로 피카소는 그의 아내가 “도덕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은 쓰레기”라고 했을 정도로 끝없이 여성과 바람을 피웠으며, 2006년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1억4000만 달러에 낙찰된 ‘No.5, 1948’의 잭슨 폴록은 성추행을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대표작의 이미지와 예술가의 실제 삶이 전혀 달랐던 예도 많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오귀스트 로댕이 실은 심사숙고보다 행동이 앞서는 삶을 살았고, 루브르박물관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있는 여인(첫 번째는 레오나르도의 ‘모나지라’)이자 고대 그리스의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밀로의 비너스’는 작은 섬에 살던 무명의 예술가가 우연히 만든 조각에 불과하다. 당시 수많은 유산이 소실됐기 때문에, 그 비너스가 고대 여성미를 표상하게 된 것. 즉 우리가 취미로 그린 그림도 잘만 보관된다면 5000년 후 200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미있다. 예술가 개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당대 거장들의 관계(사이가 좋았는지 앙숙이었는지), 개별 작품에 얽힌 사연과 색다른 해석까지 알려주기 때문. 예를 들어 다빈치의 ‘모나리자’ 속 여인이 갑상선 비대증과 안면마비 등을 앓았고 이갈이 습관이 있으며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속 여인의 몸이 괴물에 가까울 정도로 불균형하다는 해석은 무척 흥미롭다.
무엇보다 위대한 그들도 알고 보면 약간의 기벽과 어리석음을 지닌 보통사람에 불과했다는 사실 덕에, 그들의 작품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