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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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워홀러 1000여 명 호주 건너와 몸 판다”

합법적 직업 신문에 버젓이 광고…최근엔 인신매매 조직까지 가담 계속 확산

  • 시드니=윤필립 시인·호주 전문 저널리스트phillipsyd@hanmail.net

    입력2010-11-26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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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성 워홀러 1000여 명 호주 건너와 몸 판다”
    “호주 인신매매 조직이 한국 여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호주범죄방지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호주 성매매 업소에 동남아 출신 대신 한국 여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003~2004년 회계연도(2003년 7월 1일~2004년 6월 30일)에 한국 출신 성매매 여성 90명이 불법으로 일하다 적발됐는데, 이는 태국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2005년 8월 13일자 호주 국영 abc-TV ‘Lateline’)

    “2004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한국 출신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워홀러) 38명이 호주에서 불법 성매매 종사자로 일하다 적발됐다. 그런데 2004~2005년 회계연도에 호주에서 합법적으로 성매매 업소에 종사한 한국 출신 워홀러는 222명에 이른다.”(2006년 10월 17일자 호주 ‘AAP통신’)

    “현재 1000명 이상의 한인 여성 워홀러가 호주 마사지(성매매) 업소에 종사한다.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200m만 떨어져 있으면 성매매 업소를 개설할 수 있다. 그동안 호주 언론에만 한국 여성이 종사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나왔는데, 지금은 한인동포 언론에도 버젓이 나오는 실정이다.”(2010년 11월 8일 열린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시드니 한인여성회’ 회장 심 아그네스의 발언)

    2004년부터 호주 주요 언론들은 “한국 출신 여성 워홀러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호주 이민부는 2003년 초부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그해 8월, 불법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 비자가 처음으로 취소됐다.

    5년간 성매매 종사자 크게 늘어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다. 즉,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워홀러의 성매매도 직업으로 인정한다. 한국 여성은 한류를 경험한 일본과 아시아권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고, 대부분 불법체류자였던 동남아 여성과 달리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업주들이 선호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태국 출신 섹스 노예들이 사라지고, 한국 여성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수십 년 동안 호주에 거주한 한인동포 1세대는 큰 실망감을 토로하면서 한국과 호주 정부, 호주의 한국 공관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스트우드에 사는 박모(77) 씨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은 손자, 손녀가 호주 신문의 성매매 광고에서 한국 여성을 볼까봐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워홀러 실태 파악을 위해 호주를 방문한 국제교류증진협회(회장 김창수)가 주선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가 11월 8일 ‘워킹홀리데이 서포팅 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호주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호주 한인타일협회 신현돈 총무는 “업무상 지방 도시에 출장 가면 젊은 한국 여성들이 눈에 띈다. 확인해보니 성매매에 종사하는 워홀러였다. 과거엔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에 국한됐는데,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 크게 우려된다. 이는 한인 커뮤니티에 인신매매 브로커가 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국립대학 신준식 박사(노사관계)는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이어서 이 문제에 한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민간 차원에서 호주 당국에 건의하고 압박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한국의 관계기관과 호주 한인동포사회가 지속적으로 계몽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여성 워홀러 1000여 명 호주 건너와 몸 판다”

    2010년 11월 11일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시드니가 남태평양 매음굴의 수도”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가 연관된 사건이 호주 언론에 자주 거론된다. 2007년 12월 서호주 경찰 소속 그래함 클리포드 대변인은 “퍼스 동부지역 성매매 업소에 3명의 강도가 침입해 한국 출신 성매매 여성 7명을 끈으로 묶고 돈을 요구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이 중 5명은 워홀러 비자를 소지했고, 나머지 2명은 학생 비자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케빈 앤드루스 이민부 장관은 서턴클로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학생 2명이 일주일에 2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비자 조건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이민부에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여학생이 비자 조건에 합당한 일을 했다면 합법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비 조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일했다면 분명 비자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서 이 내용을 접한 한 독자는 “이 사건을 이민부에서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워홀러 비자로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심지어 학생 성매매 종사자가 문제인 이유가 매음굴에서 일한 것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해 비자 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라고 항의했다.

    성매매 아닌 비자 조건 위반이 문제?

    “한국 여성 워홀러 1000여 명 호주 건너와 몸 판다”

    시드니 시내의 소문난 성매매 업소 입구.

    더 충격적인 독자 의견도 있었다. “내 고향 시드니에선 한국 출신 성매매 여성들이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통계를 보진 못했지만 대부분 호주 신문이 한국 출신 성매매 여성 광고를 싣는다. 시드니의 성매매 여성 중 한국 여성이 50%에 육박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한 것(물론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 주장은 과장됐다).

    2008년 3월에도 호주 주요 언론은 연방경찰과 이민부 합동단속반에 긴급 체포된 한국인 악덕포주 R씨에 대해 보도했다. R씨는 미국에서 불법 성매매 업소 개설 및 탈세 혐의로 두 차례 복역한 뒤 호주로 건너와 시드니 시내에 성매매 업소를 차려놓고 한국인 워홀러와 유학생 10여 명을 고용해 영업 중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R씨가 성 노역 강요 혐의 등 9개 죄목으로 기소됐다면 받을 수 있는 전체 형량은 250년 실형에 해당한다”면서 “R씨를 비롯해 5명의 한국인이 성매매 조건으로 받은 선수금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6명의 한국 여성을 불법 감금하고 성 노역을 강요했으며 여권을 강제로 압수했다. 이것이 긴급 체포의 사유가 됐다”고 전했다.

    연방경찰은 R씨 일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7개월 동안 그의 집과 업소 전화를 도청했고,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R씨 체포 당시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피해자 진술서와 도청 기록 파일 수가 수십 개였다”며 “여권을 빼앗은 상태로 하루 20시간 이상 성 노역을 강요한 R씨 일당의 유죄판결이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호주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에 참여한 한인동포인 김성호 변호사는 “호주 검찰 측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의 공소를 취하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증언을 번복했고, 연방경찰의 증거 확보도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호주동포 언론인 ‘한국신문’의 김인구 편집국장도 “장기적으로는 워홀러가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우선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보수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법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태 파악 쉽지 않아 대책도 어정쩡

    “한국 여성 워홀러 1000여 명 호주 건너와 몸 판다”

    2010년 11월 8일 열린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에서는 호주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이에 채홍호 부총영사는 “한국인 워홀러들의 성매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힘쓰고 있지만, 은밀히 이뤄지는 일이라 쉽지 않다. 호주 당국에서조차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단체가 주장하는 수치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접적으로나마 한국인 성매매 여성 수를 추정해보려고 신문의 성매매 광고란을 조사해보니, 한국을 적시한 사례가 1건에 그쳤다. 일본을 적시한 광고가 6개인 것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라, 알려진 것처럼 한국인 성매매 종사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만난 호주 언론인은 “성매매 업소를 취재하면서 짧은 기간에 업소가 그렇게 많이 증가했다는 것과 한국인 워홀러가 아주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인 성매매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많은 성매매 여성이 호주로 건너왔다는 얘기를 취재 중에 들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호주 성매매 업소에서 만난 한국 여성 워홀러들.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15년의 짙은 그늘로 내버려두기엔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인터뷰 | 성매매 종사 워홀러 A양

    “자유의지로 일하는 것…학원 등록해 영어 공부도 한다”


    “한국 여성 워홀러 1000여 명 호주 건너와 몸 판다”

    한국인 워홀러가 많이 거주하는 스트라스필드 거리.

    A양은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성이었다. 본인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고 밝히지 않으면 여느 워홀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A양의 표정에 그늘이나 불안감도 깃들지 않았다.

    “비교적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외출도 자유롭게 합니다. 처음엔 여권을 빼앗긴 상태로 지냈지만 선수금을 다 갚은 뒤에 돌려받았어요. 한 달 전부터 학원에 등록해 영어 공부도 하는데, 워홀러 비자를 1년 연장할지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복학하려고 해요.”

    A양은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한식이 먹고 싶어서 자주 한식당을 찾는다는 그는 그날도 점심식사로 비빔밥을 먹었다. 그가 일하는 업소의 주인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라고 했다. 7개월 전 인터넷을 통해 만난 한인 브로커와 함께 호주로 건너와 지금까지 이 업소에서 일한다고 전했다. 주인은 합법적 업소라고 말했지만, 단 한 번도 위생 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걸로 보아 불법 업소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제 고객은 주로 아시아계 노동자입니다. 업소가 자리한 아파트 주변에 아시아 출신 노동자가 많이 살기 때문이에요. 아시아 남성들은 호주 남성들보다 성격이 순하고 인간적이지요. 단골고객 중 한 명인 필리핀 중년남성이 제게 청혼을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거절했어요.”

    A양은 한국에서 지방대학을 다녔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했다. 일단 휴학한 다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목돈 마련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호주에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며 접근한 브로커를 만나게 됐다. A양은 호주에 도착한 뒤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지냈다. 선수금을 다 갚은 후 브로커와 연락을 끊었고, 지금은 완전히 자유의지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 남짓 인터뷰를 한 A양은 학원에 갈 시간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렇듯 밝아 보이는 A양이었지만, 인터뷰를 주선한 식당 주인은 “그가 가끔 폭음을 하면 소리 내어 운다”며 “단골 가운데 워홀러 성매매 여성이 여럿 있는데, 마약에 손대 형편없이 망가진 경우도 있다. 그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모르지만 씀씀이가 커서 실속이 없다. 그래도 유일하게 A양이 알뜰히 생활하는 것 같아 인터뷰를 주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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