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한국 출신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워홀러) 38명이 호주에서 불법 성매매 종사자로 일하다 적발됐다. 그런데 2004~2005년 회계연도에 호주에서 합법적으로 성매매 업소에 종사한 한국 출신 워홀러는 222명에 이른다.”(2006년 10월 17일자 호주 ‘AAP통신’)
“현재 1000명 이상의 한인 여성 워홀러가 호주 마사지(성매매) 업소에 종사한다.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200m만 떨어져 있으면 성매매 업소를 개설할 수 있다. 그동안 호주 언론에만 한국 여성이 종사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나왔는데, 지금은 한인동포 언론에도 버젓이 나오는 실정이다.”(2010년 11월 8일 열린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시드니 한인여성회’ 회장 심 아그네스의 발언)
2004년부터 호주 주요 언론들은 “한국 출신 여성 워홀러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호주 이민부는 2003년 초부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그해 8월, 불법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 비자가 처음으로 취소됐다.
5년간 성매매 종사자 크게 늘어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다. 즉,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워홀러의 성매매도 직업으로 인정한다. 한국 여성은 한류를 경험한 일본과 아시아권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고, 대부분 불법체류자였던 동남아 여성과 달리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업주들이 선호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태국 출신 섹스 노예들이 사라지고, 한국 여성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수십 년 동안 호주에 거주한 한인동포 1세대는 큰 실망감을 토로하면서 한국과 호주 정부, 호주의 한국 공관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스트우드에 사는 박모(77) 씨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은 손자, 손녀가 호주 신문의 성매매 광고에서 한국 여성을 볼까봐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워홀러 실태 파악을 위해 호주를 방문한 국제교류증진협회(회장 김창수)가 주선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가 11월 8일 ‘워킹홀리데이 서포팅 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호주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호주 한인타일협회 신현돈 총무는 “업무상 지방 도시에 출장 가면 젊은 한국 여성들이 눈에 띈다. 확인해보니 성매매에 종사하는 워홀러였다. 과거엔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에 국한됐는데,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 크게 우려된다. 이는 한인 커뮤니티에 인신매매 브로커가 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국립대학 신준식 박사(노사관계)는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이어서 이 문제에 한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민간 차원에서 호주 당국에 건의하고 압박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한국의 관계기관과 호주 한인동포사회가 지속적으로 계몽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11월 11일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시드니가 남태평양 매음굴의 수도”라고 보도했다.
성매매 아닌 비자 조건 위반이 문제?
시드니 시내의 소문난 성매매 업소 입구.
2008년 3월에도 호주 주요 언론은 연방경찰과 이민부 합동단속반에 긴급 체포된 한국인 악덕포주 R씨에 대해 보도했다. R씨는 미국에서 불법 성매매 업소 개설 및 탈세 혐의로 두 차례 복역한 뒤 호주로 건너와 시드니 시내에 성매매 업소를 차려놓고 한국인 워홀러와 유학생 10여 명을 고용해 영업 중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R씨가 성 노역 강요 혐의 등 9개 죄목으로 기소됐다면 받을 수 있는 전체 형량은 250년 실형에 해당한다”면서 “R씨를 비롯해 5명의 한국인이 성매매 조건으로 받은 선수금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6명의 한국 여성을 불법 감금하고 성 노역을 강요했으며 여권을 강제로 압수했다. 이것이 긴급 체포의 사유가 됐다”고 전했다.
연방경찰은 R씨 일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7개월 동안 그의 집과 업소 전화를 도청했고,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R씨 체포 당시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피해자 진술서와 도청 기록 파일 수가 수십 개였다”며 “여권을 빼앗은 상태로 하루 20시간 이상 성 노역을 강요한 R씨 일당의 유죄판결이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호주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에 참여한 한인동포인 김성호 변호사는 “호주 검찰 측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의 공소를 취하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증언을 번복했고, 연방경찰의 증거 확보도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호주동포 언론인 ‘한국신문’의 김인구 편집국장도 “장기적으로는 워홀러가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우선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보수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법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태 파악 쉽지 않아 대책도 어정쩡
2010년 11월 8일 열린 ‘워킹홀리데이 유관기관 간담회’에서는 호주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 워홀러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만난 호주 언론인은 “성매매 업소를 취재하면서 짧은 기간에 업소가 그렇게 많이 증가했다는 것과 한국인 워홀러가 아주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인 성매매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많은 성매매 여성이 호주로 건너왔다는 얘기를 취재 중에 들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호주 성매매 업소에서 만난 한국 여성 워홀러들.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15년의 짙은 그늘로 내버려두기엔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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