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음식을 못 씹을 정도로 이가 아프지 않으면 치과에 가지 않는다. 그만큼 치아건강에 관심이 없다. 그저 하루 한두 번 양치질하는 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기자 역시 그랬다. 2005년 겨울 충치 2개를 치료하고 3개의 치석을 제거하는 ‘대규모 공사’ 이후 치과에 가지 않았고, 갈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4월 15일, 연세대 치과대학에서 구강 건강진단 결과를 받아보고는 내 안일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데 없다고 외면? 자칫 건강 잃을라
“아픈 데가 없다고 치과에 안 온다니요.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제 치과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을 위해 오는 곳입니다.”
의사의 한마디에 가슴이 뜨끔했다. 연세대 치과대학 권호근 교수(보건복지부 구강보건사업지원단장)는 기자의 구강 상태를 진찰하더니 “현재 심각하게 치료해야 할 문제는 없으나 전반적으로 예방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강 건강진단의 1단계, 먼저 구강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봤다. 현재 충치는 없지만, 자라고 있는 사랑니 3개를 지켜봐야 했다. 이 사랑니가 주변 치아를 압박해 통증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예전에는 사랑니를 무조건 뽑았지만 요즘은 곧게만 나면 그냥 뒀다가 다른 치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한다”고 말했다. 앞니가 빠졌을 때 사랑니를 대신 심기도 한다.
이어서 구강 내 세균검사를 했다. 하얀 치태를 추출해 증류수를 섞은 뒤 위상차현미경으로 치태 내 세균의 움직임을 봤다. 기다란 간균이 꿈틀꿈틀 움직였고 동그란 구균이 여기저기 기어다녔다. 내 입 속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니 소름이 끼쳤다. 치아에 보라색 용액을 발라 색깔 변화로 치태의 정도와 심각성을 알아보는 검사가 이어졌다. 용액을 다 바른 뒤 물로 헹구자 치아에 분홍빛이 돌았다. 군데군데 보라색 용액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은 곳도 있었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아현 조교는 “보라색 용액이 안 없어진 부분은 치태가 많이 남은 거고, 분홍색 부분은 넓게 퍼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취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1분간 호흡을 참아 입 안에 가스가 가득 차게 한 뒤, 오랄 크로마(oral chroma)란 기계에 참았던 숨을 길게 불어넣었다. 34ppb. 100ppb가 넘으면 구취가 아주 심해 치료를 해야 하는데, 기자는 보통(25ppb)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본인이 느낄 정도의 구취가 약간 있다. 연세대 구강내과 최영찬 의국장은 “아마도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술을 많이 마셔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취를 없애려면 다음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양치할 때 혀를 잘 닦고, 치실을 이용하고, 식사를 제 시간에 맞춰 하는 것이다. 특히 식사를 하지 않으면 입 속이 마르고 침이 많이 분비되지 않아 구취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기자는 구취가 난다고 생각될 때마다 껌을 씹었다. 특히 오른쪽 어금니 부분으로 씹을 때가 많았는데, 그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어진 턱관절검사에서 기자의 양 턱관절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최영찬 의국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관자놀이부터 어깨까지 모든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껌 씹기를 자제하라고 권했다. 관절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긴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붓고 헐고 입안은 건강의 바로미터
진단 후 처방이 이어졌다. 먼저 불소 양치를 해보았다. 1990년대 초반 초등학생이었을 때, 매주 수요일 1교시에 흰색 가운을 입은 선생님이 교실마다 다니며 아이들 입에 불소를 넣어준 기억이 났다. 그러면 1분간 오물오물하다가 뱉었다. 그때 입 안의 싸한 느낌이 싫어 몇 번이나 피해다녔다. 불소 양치는 증류수에 농도 0.05로 녹인 불화나트륨 용액을 입에 넣고 가글한 뒤 뱉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불소를 삼키거나 불소 양치 후 한 시간 내에음식을 바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불소 용액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두통,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소 용액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글 용액과 다르다. 입 안을 헹군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불소 용액은 치아가 썩지 않게 예방하나 가글 용액은 구취를 없애주는 기능밖에 없다.
평상시 칫솔질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양치하는 모습을 본 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평소 위아래-가로세로 평행으로 칫솔질을 했으나, 이렇게 하면 치아와 잇몸 사이를 닦을 수 없고 잇몸이 패는 잇몸마모증이 유발돼 이가 시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성인은 칫솔을 90도 각도로 잇몸과 치아 경계선에 대고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치아머리 방향으로 회전시키듯 쓸어올리거나 내리는 ‘롤링법’이 좋다. 치아와 잇몸 사이사이에 칫솔모가 닿아 모든 치아를 골고루 닦을 수 있고 잇몸마모증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하루 2번 이상 양치하면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손목에 힘이 없는 아이들은 치아와 잇몸 표면을 마사지하듯 둥글게 그리며 움직이는 ‘폰즈법’을 이용하면 된다. 불소 양치까지 곁들인다면 일석이조.
소홀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치실이다. 최 박사는 식후나 잠들기 전 치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 사이의 음식물뿐 아니라 세균, 치태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것. 이 사이가 벌어질까 걱정하지만 전문적인 치실을 사용하면 된다.
권 교수는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 가운데는 치아 28개가 모두 남은 경우가 많다는 일본의 연구자료를 들면서 “치아가 건강해야 장수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대한구강보건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충치가 많다. 즉 치아 건강은 단순히 개인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하루 세 끼 불편함 없이 먹음으로써 기쁨을 느끼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안은 건강의 바로미터다. 몸이 피곤하면 잇몸이 붓고 헐고 입냄새가 난다. 권 교수는 “1980년 이전에는 1인당 충치가 3개 이상이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다. 충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치아문제 예방 차원에서 치과를 와야 한다. 치아 조직은 재생이 안 되므로 미리미리 지켜야 한다. 통증을 느낀 뒤 치과를 찾으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아픈 데 없다고 외면? 자칫 건강 잃을라
“아픈 데가 없다고 치과에 안 온다니요.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제 치과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을 위해 오는 곳입니다.”
의사의 한마디에 가슴이 뜨끔했다. 연세대 치과대학 권호근 교수(보건복지부 구강보건사업지원단장)는 기자의 구강 상태를 진찰하더니 “현재 심각하게 치료해야 할 문제는 없으나 전반적으로 예방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강 건강진단의 1단계, 먼저 구강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봤다. 현재 충치는 없지만, 자라고 있는 사랑니 3개를 지켜봐야 했다. 이 사랑니가 주변 치아를 압박해 통증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예전에는 사랑니를 무조건 뽑았지만 요즘은 곧게만 나면 그냥 뒀다가 다른 치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한다”고 말했다. 앞니가 빠졌을 때 사랑니를 대신 심기도 한다.
이어서 구강 내 세균검사를 했다. 하얀 치태를 추출해 증류수를 섞은 뒤 위상차현미경으로 치태 내 세균의 움직임을 봤다. 기다란 간균이 꿈틀꿈틀 움직였고 동그란 구균이 여기저기 기어다녔다. 내 입 속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니 소름이 끼쳤다. 치아에 보라색 용액을 발라 색깔 변화로 치태의 정도와 심각성을 알아보는 검사가 이어졌다. 용액을 다 바른 뒤 물로 헹구자 치아에 분홍빛이 돌았다. 군데군데 보라색 용액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은 곳도 있었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아현 조교는 “보라색 용액이 안 없어진 부분은 치태가 많이 남은 거고, 분홍색 부분은 넓게 퍼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취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1분간 호흡을 참아 입 안에 가스가 가득 차게 한 뒤, 오랄 크로마(oral chroma)란 기계에 참았던 숨을 길게 불어넣었다. 34ppb. 100ppb가 넘으면 구취가 아주 심해 치료를 해야 하는데, 기자는 보통(25ppb)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본인이 느낄 정도의 구취가 약간 있다. 연세대 구강내과 최영찬 의국장은 “아마도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술을 많이 마셔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취를 없애려면 다음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양치할 때 혀를 잘 닦고, 치실을 이용하고, 식사를 제 시간에 맞춰 하는 것이다. 특히 식사를 하지 않으면 입 속이 마르고 침이 많이 분비되지 않아 구취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기자는 구취가 난다고 생각될 때마다 껌을 씹었다. 특히 오른쪽 어금니 부분으로 씹을 때가 많았는데, 그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어진 턱관절검사에서 기자의 양 턱관절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최영찬 의국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관자놀이부터 어깨까지 모든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껌 씹기를 자제하라고 권했다. 관절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긴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붓고 헐고 입안은 건강의 바로미터
진단 후 처방이 이어졌다. 먼저 불소 양치를 해보았다. 1990년대 초반 초등학생이었을 때, 매주 수요일 1교시에 흰색 가운을 입은 선생님이 교실마다 다니며 아이들 입에 불소를 넣어준 기억이 났다. 그러면 1분간 오물오물하다가 뱉었다. 그때 입 안의 싸한 느낌이 싫어 몇 번이나 피해다녔다. 불소 양치는 증류수에 농도 0.05로 녹인 불화나트륨 용액을 입에 넣고 가글한 뒤 뱉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불소를 삼키거나 불소 양치 후 한 시간 내에음식을 바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불소 용액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두통,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소 용액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글 용액과 다르다. 입 안을 헹군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불소 용액은 치아가 썩지 않게 예방하나 가글 용액은 구취를 없애주는 기능밖에 없다.
평상시 칫솔질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양치하는 모습을 본 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평소 위아래-가로세로 평행으로 칫솔질을 했으나, 이렇게 하면 치아와 잇몸 사이를 닦을 수 없고 잇몸이 패는 잇몸마모증이 유발돼 이가 시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성인은 칫솔을 90도 각도로 잇몸과 치아 경계선에 대고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치아머리 방향으로 회전시키듯 쓸어올리거나 내리는 ‘롤링법’이 좋다. 치아와 잇몸 사이사이에 칫솔모가 닿아 모든 치아를 골고루 닦을 수 있고 잇몸마모증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하루 2번 이상 양치하면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손목에 힘이 없는 아이들은 치아와 잇몸 표면을 마사지하듯 둥글게 그리며 움직이는 ‘폰즈법’을 이용하면 된다. 불소 양치까지 곁들인다면 일석이조.
소홀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치실이다. 최 박사는 식후나 잠들기 전 치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 사이의 음식물뿐 아니라 세균, 치태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것. 이 사이가 벌어질까 걱정하지만 전문적인 치실을 사용하면 된다.
권 교수는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 가운데는 치아 28개가 모두 남은 경우가 많다는 일본의 연구자료를 들면서 “치아가 건강해야 장수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대한구강보건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충치가 많다. 즉 치아 건강은 단순히 개인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하루 세 끼 불편함 없이 먹음으로써 기쁨을 느끼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안은 건강의 바로미터다. 몸이 피곤하면 잇몸이 붓고 헐고 입냄새가 난다. 권 교수는 “1980년 이전에는 1인당 충치가 3개 이상이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다. 충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치아문제 예방 차원에서 치과를 와야 한다. 치아 조직은 재생이 안 되므로 미리미리 지켜야 한다. 통증을 느낀 뒤 치과를 찾으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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