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회사와 많이 멀군요. 출퇴근하기 어렵지 않겠어요?”
입사를 결정하는 최종면접장. 면접관은 A씨에게 거주지 주소를 물었다. 집과 회사가 멀어 회사생활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것. A씨는 찜찜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3월 19일부터 4일간 기업 채용담당자 5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 시 출퇴근 거리를 관심 있게 본다’는 응답이 88.7%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원거리일 경우 잦은 지각 등이 우려돼서’ ‘야근·주말 근무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등이 꼽혔다. 지원자의 거주지역을 보고 재산 정도를 따져본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채용담당자 78.2%는 ‘같은 조건이라면 회사와 가깝게 거주하는 지원자를 우대한다’고 답했다.
채용담당자들에게 직접 문의해본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주지역을 참고한다는 기업이 많았다. 중견 중공업회사 채용담당자는 “서류 전형 때부터 거주지역을 관심 있게 본다. 출퇴근 거리와 업무효율성은 상관관계가 있다. 아침부터 출근하는 데 진을 뺀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H그룹 제조업체 채용담당도 “거주지역이 회사와 너무 먼 지원자에게는 출퇴근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다”고 대답했다. 한 채용담당자는 “야근, 주말 근무는 가까이 사는 사람이 편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회사원들 “야근시키려는 속셈”
사원의 이직 가능성을 우려해 거주지역을 고려하는 기업도 있다. 한 대기업 해운회사 채용담당자는 “출퇴근 거리가 멀면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이직의 이유가 될 수도 있기에 채용 때 참고한다”고 전했다. 크로스 경영연구소 최재윤 박사는 “요즘 신입사원들은 본인이 최고로 원했던 직장이 아니면 가까운 거리의 직장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인내력이 부족한 세대적 특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은 이직, 퇴직 가능성이 낮은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주부사원을 채용할 때는 거주지역이 결정적인 스펙이 되기도 한다. 한 재혼정보회사는 신입주부 커플매니저를 뽑으며 거주지역을 꼼꼼히 따졌다. 일과 살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주부사원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이 길면 집안일에 소홀해져 가족의 반대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중소기업은 처음부터 ‘인근 거주자 우대’를 채용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이처럼 지원자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거주지역을 참고한다는 회사의 주장에 일반 회사원들은 “속셈이 빤히 보인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박정우(26) 씨는 “집과 가까운 회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가까운 만큼 부려먹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주말에도 회사 일이 급하면 나부터 불러내는 바람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고용 조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구직자의 불리한 위치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거주지역을 고려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법무법인 씨엘 김재철 변호사는 “사용자에게는 채용의 자유가 있다. 남녀, 종교, 장애 등을 두고 차별하면 안 되지만 거주지역을 따지는 것은 채용의 자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직자에게는 ‘회사와 가까운 거주지역’이라는 또 하나의 스펙이 생긴 셈이다. 구직자 김재용(28) 씨는 “꼭 가고 싶은 회사에서 인근 거주자를 우선한다면 이사라도 할 생각이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데 거주지역도 구직자가 갖춰야 할 스펙에 포함된다면 거기에 맞추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입사를 결정하는 최종면접장. 면접관은 A씨에게 거주지 주소를 물었다. 집과 회사가 멀어 회사생활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것. A씨는 찜찜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3월 19일부터 4일간 기업 채용담당자 5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 시 출퇴근 거리를 관심 있게 본다’는 응답이 88.7%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원거리일 경우 잦은 지각 등이 우려돼서’ ‘야근·주말 근무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등이 꼽혔다. 지원자의 거주지역을 보고 재산 정도를 따져본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채용담당자 78.2%는 ‘같은 조건이라면 회사와 가깝게 거주하는 지원자를 우대한다’고 답했다.
채용담당자들에게 직접 문의해본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주지역을 참고한다는 기업이 많았다. 중견 중공업회사 채용담당자는 “서류 전형 때부터 거주지역을 관심 있게 본다. 출퇴근 거리와 업무효율성은 상관관계가 있다. 아침부터 출근하는 데 진을 뺀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H그룹 제조업체 채용담당도 “거주지역이 회사와 너무 먼 지원자에게는 출퇴근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다”고 대답했다. 한 채용담당자는 “야근, 주말 근무는 가까이 사는 사람이 편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회사원들 “야근시키려는 속셈”
사원의 이직 가능성을 우려해 거주지역을 고려하는 기업도 있다. 한 대기업 해운회사 채용담당자는 “출퇴근 거리가 멀면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이직의 이유가 될 수도 있기에 채용 때 참고한다”고 전했다. 크로스 경영연구소 최재윤 박사는 “요즘 신입사원들은 본인이 최고로 원했던 직장이 아니면 가까운 거리의 직장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인내력이 부족한 세대적 특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은 이직, 퇴직 가능성이 낮은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주부사원을 채용할 때는 거주지역이 결정적인 스펙이 되기도 한다. 한 재혼정보회사는 신입주부 커플매니저를 뽑으며 거주지역을 꼼꼼히 따졌다. 일과 살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주부사원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이 길면 집안일에 소홀해져 가족의 반대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중소기업은 처음부터 ‘인근 거주자 우대’를 채용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이처럼 지원자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거주지역을 참고한다는 회사의 주장에 일반 회사원들은 “속셈이 빤히 보인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박정우(26) 씨는 “집과 가까운 회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가까운 만큼 부려먹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주말에도 회사 일이 급하면 나부터 불러내는 바람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고용 조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구직자의 불리한 위치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거주지역을 고려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법무법인 씨엘 김재철 변호사는 “사용자에게는 채용의 자유가 있다. 남녀, 종교, 장애 등을 두고 차별하면 안 되지만 거주지역을 따지는 것은 채용의 자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직자에게는 ‘회사와 가까운 거주지역’이라는 또 하나의 스펙이 생긴 셈이다. 구직자 김재용(28) 씨는 “꼭 가고 싶은 회사에서 인근 거주자를 우선한다면 이사라도 할 생각이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데 거주지역도 구직자가 갖춰야 할 스펙에 포함된다면 거기에 맞추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