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길 일 넘치고 가야 할 곳 많고, 몸이 서너 개라면…”
- 서울시장 예비후보 신계륜 민주당 당무위원
민주당 신계륜(56) 전 의원에게 2009년은 절치부심의 해였다. 2008년 총선에서 서울 성북을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한나라당 후보에 참패한 뒤 민주당과 386 역할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3선을 하면서 16년간 터를 닦아온 선거구에서의 낙선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4월8일부터 60일간 한라산을 시작으로 임진각까지 도보 순례를 한 것도 자성의 일환이었다. 바지런히 걷고 생각하며 서울시장의 꿈을 다졌다. 예비후보등록을 앞둔 신 전 의원의 요즘 하루는 어떨까. ‘주간동아’는 그와 하루를 동행하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예비후보들의 일상과 고민을 엿봤다.
▶▷ AM 6:30
동이 트기 전 꼬불꼬불 산길을 달려 도착한 성북구민체육회관 2층 배드민턴장. 게임에 몰두한 20여 명 모두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앞머리를 나풀거리며 빛의 속도로 공을 날리는 신계륜 전 의원이 보인다. 기자를 발견한 그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운동복에도 라켓에도 ‘빅터(victor)’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1996년 선거에서 패한 뒤 배드민턴을 시작했어요. 새벽마다 공을 치면서 부끄럽고 억울한 마음을 털어냈죠. 배드민턴계 지인도 많은데, 이 라켓도 어제 ‘빅터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에서 우승한 이용대 선수가 선물한 거예요.”
신 전 의원이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이유. 운동량이 많고 돈이 별로 안 들어 여러 사람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다. 다른 이유도 있다. 성북구는 ‘배드민턴 강구(强區)’. 성북구 배드민턴연합회는 가입회원 4000명에 ‘서울시배 배드민턴 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아왔다.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고 아침을 먹다보면 자연스레 친밀감이 쌓인다. 오늘의 파트너는 최충민(49), 박경수(52) 씨. 신 전 의원이 서울 정무부시장으로 있을 때 시의원을 하던 이들이다. 둘 다 강북구에 살지만 이따금 이웃구로 건너와 친교를 쌓는다.
신 전 의원은 매달 헬스비 3만7000원, 배드민턴장 사물함 이용료 2만원을 내고 2시간 동안 아침운동을 한다. 1층 헬스장으로 향하는 그에게 복도를 오가는 주민들이 아는 체한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신 전 의원은 배드민턴을 함께 친 두 사람, 인사차 방문한 성북구 배드민턴연합회 이성실 대표 등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해 체육회관을 나섰다.
▶▷ AM 8:30
하숙집과 식당을 겸한 고려대 앞 ‘고대’. 이들의 아침밥을 책임지는 곳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최필금(56) 사장이 얼른 뛰어나와 신 전 의원을 맞는다. 최 사장은 40년 넘게 고대 앞에서 식당과 하숙집을 운영한 지역 터줏대감. 11명이던 하숙생이 100명으로 불면서 간판도 아예 ‘고대’로 바꿔달았다.
“의원님과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예요. 성북구 배드민턴연합회 부회장도 하고 있는데, 예전에 ‘사랑하는 적’으로 배드민턴도 많이 쳤고요.”
그릇마다 반찬이 그득한데 최 사장의 서비스는 끊이지 않는다. 성북구에는 최 사장처럼 이런저런 인연으로 신 전 의원에게 호감을 보내는 주민이 적지 않다. 1991년부터 세 차례나 성북구 국회의원을 지낸 까닭이다. 그는 건너편에서 식사하던 주민과도 인사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쳤다.
06:30 주민들과 배드민턴 한 판 08:30 고려대 앞 ‘고대’에서 아침식사
아침을 먹고 발길을 옮긴 곳은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신정치문화원’(이하 문화원). 2008년 4월 총선에서 패한 뒤 민주당 쇄신을 다짐하며 문을 연 곳이다. 허름하지만 꽤 널찍한 사무실 살림은 여직원이 혼자 꾸리고 있다. 학생 시절 그를 발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모습, 처음 현실정치에 발을 디딘 30대 후반의 모습…. 벽면 곳곳에 걸린 사진들이 그의 궤적을 대변했다.
“무보수로 각종 문화원 일을 하고 있어요. 의원님의 가치관과 미래에 믿음을 걸고 따르는 거죠. 본격적으로 선거를 준비하게 되면 저처럼 측근에서 도와줄 보좌관이 30명쯤 될 거예요.”
서울시 정책 토론과 공부 후 현장 방문
이미성(37) 성북구 구의원의 말이다. 문화원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신 전 의원을 돕는 4인방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을 지낸 신정치문화원 오상호(46) 이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책자문을 맡았던 노동문제연구소 조재희(51) 연구위원, 신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최종윤(44) 씨, 그리고 이 의원이 그들이다. 문화원 운영비와 사무실 직원 월급은 300여 명의 후원금 3000여 만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선거자금은 예비후보등록을 한 뒤 후원금 모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문정동 가든파이브는 서울시가 4만평에 2조원을 투자해서 만든 곳이에요. 청계천 상가를 이주시키려 했지만 준공한 지 1년 1개월이 되도록 건물이 텅텅 빈 상태예요. SH공사는 입주율을 높이려 입주조건을 계속 완화하고 있고요.”(민주당 김남배 강남갑 지역위원장)
“지금 서울시는 선택을 못하고 실험만 계속하고 있어요. 비용과 경험을 지불하면서 시행착오를 하고 있는 거죠. 낭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처럼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합니다.”(전 서울시 공무원 최모 씨)
문화원은 3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서울시 제반 행정을 공부하는 ‘신서울구상위원회’,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지방자치혁신위원회’, 남북관계를 고민하는 ‘지방자치와 남북관계발전위원회’가 그것이다. 각각의 위원들은 매주 한 번꼴로 모여 서울시 행정 관련 스터디를 한다. 오늘은 ‘신서울구상위원회’의 회의가 열리는 날. 분야도 경력도 다양한 위원 10명이 모여 ‘가든파이브’ ‘광화문 광장’ ‘반포대교 분수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 전 의원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이들은 무보수로 일한다.
▶▷ AM 11:00, PM 3:00, PM 4:30
‘신서울구상위원회’는 위원회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지금껏 30여 차례에 걸쳐 서울시의 주택, 복지, 교통,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부를 했다. 1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한 위원들은 곧장 3곳의 현장 방문에 나섰다.
가든파이브, 반포대교 분수대, 광화문 광장을 거치는 동안 일행은 끊임없이 탄식을 내뱉었다. 신 전 의원은 현장을 꼼꼼히 살피면서 위원들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 위원에 따르면, 매번 현장을 살피는 것은 아니다. 신 전 의원이 서울시 공부에 열중하는 것은 정책에 정통해야 시장 출마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실책을 피부에 와닿게 공격하면 현역 프리미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서울시장 당내 경선은 4월쯤에나 진행될 것 같아요. 민주당 이계안, 김성순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고요. 현재로서 당내 경선을 위한 활동은 따로 하는 게 없습니다. 3선 의원이니 일단 지지기반은 있고, 지금은 서울시 정책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시장 선거는 정책이 중요하기에, 일대일로 맞붙었을 때는 이런 준비가 빛을 발하리라 자신합니다.”
10:00 신정치문화원 회의 11:00 ~ 15:00 문정동 가든파이브~반포대교 분수대'
가든파이브를 둘러보고 반포대교로 향하는 길, 점심을 먹기 위해 조재희 연구위원이 추천한 문정동 꼬막집에 들렀다. 살이 탱탱하게 살아 있는 꼬막에 감탄하며 밥숟가락을 든 일행에게 신 전 의원이 한마디 던졌다.
“책 제목은 뭐라고 할까?”
신 전 의원은 지난해 4월8일부터 60일간 한라산을 출발해 임진각까지 650km를 걸었다. 그는 이 여정을 곧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그의 말에 일행은 손으로는 밥을, 머릿속으로는 국토횡단의 추억을 퍼올리기 시작했다.
“‘평화를 걷다’ ‘평화를 위해 걷다’ 둘 중 뭐가 나아요?”(조재희 연구위원)
“책 내용 중 한 대목을 활용한 ‘앞마당은 전라도, 뒷마당은 충청도’는 어떨까요.”(前 산재의료관리원 심일선 이사장)
“시트콤 제목을 딴 ‘한반도 찍고 하이킥’은 너무 유치한가요?”(기자)
예비후보자등록 신청 개시일인 2월2일. 신 전 의원은 1500여 명을 초청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서울시장 출마 관련 발언을 할 예정이다. 어떤 발언이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 일단은 상황을 다각도로 살피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 PM 6:00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청년층과의 호프간담회’. 고려대, 건국대에 다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4명이 모였다. 조 연구위원이 교수직에 있는 지인을 통해 학생들을 소개받아 마련한 자리다. 다소 긴장한 기색이던 학생들은 “내 아들도 비슷한 또래”라는 신 전 의원의 말에 하나둘 청년실업과 대학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꺼냈다.
16:30 광화문 광장 18:00 청년층과의 호프간담회
“지방학생인데 집값과 등록금이 동시에 올라 학교 앞에서 이문동으로 이사했어요. 거기가 방값이 10만원 정도 더 싸거든요. 정부에서 지방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을 지어주면 좋겠어요.”(고려대 행정학과 3학년 정인종)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해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에 취업이 더 힘든 것 같아요.”(건국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함주형)
“금융권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다가 힘들어서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어요. 말뿐인 행정제도보다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고용제도가 시급하다고 봐요.”(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김율린)
▶▷ PM 8:00
저녁 8시, 숨 가쁜 공식 일정이 끝났다.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스케줄 표에는 약속이 빼곡하다. 당 관련 행사, 향우회, 낚시·배드민턴 같은 취미모임 등 부르는 곳도, 가야 할 곳도 많다. 주중에는 보통 서너 차례 술자리를 갖고 12시쯤 귀가한다. ‘서울 투어’에 가까운 하루를 보낸 오늘도 술 한 잔 하러 간다. 깊고 오랜 인연인 기자들과의 자리다. 1년 넘게 차곡차곡 벼려온 노력과 시간들. “혹 서울시장 근처에 못 가더라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르포 ‘예비후보 24시’②
“발로 뛰면서 밑바닥 다지기, 하루해가 너무 짧아요”
- 시흥시장 예비후보 노용수 前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지난해 4·29 재·보궐 선거(재보선)에서 당선된 김윤식(44) 경기 시흥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시흥시는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하다.
그러나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예상된다. 당시 1100여 표 차로 석패한 한나라당 노용수(45)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칼을 갈고 있다. ‘주간동아’는 시흥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노 후보의 하루를 따라갔다.
▶▷ AM 9:00
시흥시 신천동 삼미시장 어귀의 한 빌딩 6층 시흥비전연구소. 후원자인 건물주가 무상으로 빌려준 곳이다. 노용수 전 실장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이 사무실 한쪽에서 하루 일정을 확인한다.
노 전 실장이 내민 쪽지엔 10곳이 넘는 방문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사무실에는 후보와 무보수로 일하는 대학 후배 둘뿐이어서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현장 방문 일정 외 다른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점심이나 저녁을 빼곤 대부분 약속 없이 무작정 찾아갑니다. 연락하고 가면 형식적인 만남이 될 테니까요. 사람이 없으면 들렀다는 메모를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죠.”
▶▷ AM 10:00
한 시간 뒤, 승용차로 이동한 첫 방문지는 신천동 인근 노인회. 지난 선거 이후 얼굴을 익혀둔 덕분에 노인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큰일을 하셔야 하는데…. 우리 활터에도 오셔야지, 허허.”
어느 70대 노인의 말에 일정이 추가됐다. 여러 사람과 새해인사 등 짧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30분이 지났다.
“행사 참여는 자제하는 편입니다. 짧더라도 유권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을 찾죠. 나를 제대로 알릴 수 있고 친해질 기회가 생기니까요.”
행사 참여 자제 … 유권자와 만나는 곳 최우선
다음은 장애우연구소. 노 전 실장은 사회복지사인 아내가 장애인 관련 의료생활협동조합 일을 해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 AM 11:00
하대야동 재개발주택조합. 노 전 실장에겐 지난해 4월 시장 재보선에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선거 당시 지역 이슈 중 하나는 능곡지구 공영 차고지 문제였다. 지역 주민들은 혐오시설이라며 이전을 요구했다. 그런데 노 전 실장은 이 시설이 미리 계획된 국고지원 사업이라 이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능곡에서만 520여 표가 떨어져 나갔다.
“1134표로 졌는데 능곡에서 떨어져 나간 표가 결정적이었어요. 그때 우회적으로만 말했어도 어찌 됐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예비 정치인으로서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선거자금에 대해 슬쩍 물어봤다.
“현직이 아니라 어려움이 있을 테고 부인의 수입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만….”
“도 비서실장 그만두고 2년쯤 백수로 지냈으니, 하하.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해서 그것(선거비용)은 돌려받았고요. 네트워크를 많이 쌓아 후원해주시는 분이 꽤 있어요. 되도록 돈 안 들이고 발로 뛰려고 하죠. 유권자들을 다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그랬다. 그는 예전 국회의원 선거운동 당시 밑바닥 민심을 공략하느라 구두 몇 켤레가 닳도록 뛰었다고 한다. 노 전 실장은 그런 김 지사 측근이다. 시흥 등기소 인근 음식점. 시내 한 병원 원장, 기업인과의 점심식사 자리다.
“제가 약속한 자리에선 무조건 제가 (돈을) 냅니다. 얻어먹을 자리라도 비싼 곳은 사양하지요.”
덕담이 오가고 막걸리가 몇 순배 돌았다. 동석한 한 사람이 노 전 실장에게 “이번에 큰일을 하셨다”며 치켜세웠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초·중·고교가 있는데 소음이 큰 문제였죠. 학교마다 요구도 달랐어요. 그 안을 통일하고, 공무원을 설득하고, 지사님을 납득시켜 결국 방음터널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어요.”
09:00 하루 일정 확인 10:00 노인정 새해 인사 11:00 재개발주택조합 방문
이념보다 몸으로 애국하려고 노력
노 전 실장은 자신의 강점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으로 도 예산을 끌어와 시흥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잠시 택시조합을 거쳐 다시 시내의 한 정치인 사무실로 향하는 길. 그는 지난 선거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민원인을 대한다고 했다. 다분히 정치인으로서 현실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운동권 출신인 그가 처음 정치를 시작한 곳은 민중당이다. 하지만 일생 일대의 변화는 예기치 않게 시작됐다. 민중당의 간판이었던 김문수, 이재오 등이 1992년 자신들이 이끌던 민중당의 해체를 선언한 뒤, 96년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 입당한 것. 당시 “호랑이를 잡으러 그 굴로 들어간다”는 이들의 변은 진보진영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이때 노 전 실장도 김 지사를 뒤따랐다. ‘변절자’라는 비난도 감수하면서.
“어디서 명함이라도 내밀라치면 변절자라며 면전에서 찢어버리는 수모를 숱하게 당했죠. (하지만 그전까지는) 입으로만 애국을 외쳤던 것 같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념보다 몸으로 애국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PM 4:00
오후 4시가 넘어 일정이 추가된 소래정이란 활터로 향했다. 인사가 오가고 대여섯 노인에게 이끌려 활터 언덕 아래 건물로 들어갔다. 소주판이 벌어졌다.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거절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서민적’이라는 노인들의 칭찬도 나오는 마당이니….
어느덧 해가 졌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출마하려 하느냐고.
“돈보다 명예욕이 있는 것 같아요. 남자로 태어나 세상에 흔적이라도 남겨야 하는데 그 방편이 정치라고 생각했죠.”
“공천이 1차 관문 … 내달 19일 이후 더 바쁘겠죠”
노 전 실장은 당내 공천에서 두 번 울었다. 2006년 재보선과 2008년 총선에서였다. 2006년엔 도의원을 한 부천에서 국회의원의 꿈을 키우다 같은 운동권 출신 선배에게 자리를 내줬고, 시흥에 공천을 신청한 2008년엔 당내 ‘친이-친박’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 시흥시장 재보선에서는 어렵사리 공천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떨까.
“당내에서만 5~6명이 출마 의사를 보이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우선 당내 공천을 통과해야 하는데, 낙관하고 있어요. 예비후보 등록일인 다음 달 19일부터는 더 바빠지겠죠.”
▶▷ PM 6:00
일정 몇 곳을 취소하고 시 외곽 배드민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 전 실장이 평소 즐기는 운동이 배드민턴이다. 대회가 있으면 선수로 참가한다. 잠시 들르는 것보다 대회를 통해 동호회 회원들과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도농복합도시인 시흥의 그린벨트는 72%로 과밀억제 지역이다. 정국이 세종시니, 4대강 개발이니 하며 날선 대립각을 세우지만 여기선 그린벨트를 어떻게 활용해 생태도시로 가꿔나갈 것인지가 최대 현안이다. 그래서 중앙의 이슈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게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전언이다.
▶▷ PM 8:00
날은 어두워지고, 시간은 어느덧 8시가 넘어섰다. 시흥 시내에서만 하루 주행거리가 50~60km 된다는 노 전 실장의 차는 대야동 유흥가로 진입했다. 한 건물 7층의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눈앞에 들어온 것은 대야동 호남향우회.
노 전 실장의 고향은 전북 고창이다. 모임은 시작된 지 꽤 되어 10여 분 만에 마무리되고 인근의 2차 술자리로 이어졌다. 노 전 실장이 한 가지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선거에서 의식적으로 향우회를 찾지 않았어요. 고향을 활용하는 것도 그렇고…. 지고 나니 고민이 되더군요.”
“호남향우회는 곧 민주당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40대 향우회원의 대답이다. “과거 한나라당 당원은 회원으로 들어오지도 못했죠. 하지만 저희 윗세대는 몰라도 30, 40대는 많이 변하고 있어요. 인물이나 지역 현안 쪽으로 눈을 돌리는 거죠.”
술자리는 밤 10시가 넘어서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노 전 실장은 다음 날 새벽 산악회원들과 태백산을 가야 한다. 노 전 실장이 시흥에서 밑바닥을 다지기 시작한 지 2년째. 6월 지방선거에서 과연 그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00 소래정에서 소주 한 잔 18:00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20:00 호남향우회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