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대로 최근 코스피지수가 반짝 상승하자 중산층의 투자 심리도 덩달아 꿈틀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동성 착시현상일 수 있는 만큼 자본 구조가 취약한 중산층은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4월2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리포트 ‘중산층 붕괴 현황과 시사점’은 지난 3년간 중산층이 7.6% 감소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와 주요 경제연구소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해 중산층 붕괴가 이미 우려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현재 대한민국 중산층은 월 소득 128만~384만원인 가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OECD, 통계청 조사 참조). 이 가운데 128만~192만원을 ‘중저소득층’으로 분류, 저소득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가구로 본다.
현장에서 많은 중산층 가정의 재무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산층을 뛰어넘어 상류층으로 이동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을 이탈한 7.6% 중 4.9%는 오히려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중산층은 2.7%에 그쳤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이들의 ‘계급’은 달라졌을까. 중산층, 그 자리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자산관리법을 소개한다.
[소득관리] 예비비를 확보하라
자본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소득 크기와 구조의 다양화라는 두 가지 경쟁우위를 지닌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자영업자) 둘 중 하나인 유일 소득구조를 갖고 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반드시 고용 불안이 이어짐을 고려할 때 이는 중산층에게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답’은 소득 크기를 늘리고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차선책은 소득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비상 예비비, 상여 관리를 위한 저수지통장 관리를 추천한다.
먼저 6개월가량의 예비비는 중산층이 갖춰야 하는 필수 요소다. 예비비가 없는 상태에서 소득을 잃게 될 경우 자산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는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최근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법적 문제로 가압류가 발생, 살고 있는 집을 경매에 넘기는 위기에 처한 가정을 상담했다. 은행은 당신의 가정보다 원리금 회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 일반적으로 1000만원가량의 비상 예비비가 필요하다. 500만원은 예금자보호가 되는 종합금융회사의 CMA통장에 예치하고, 500만원은 1년 단위 예탁금으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소득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저수지통장은 홀수 달과 짝수 달의 급여 차이가 크거나 상여금이 많은 가정일수록 효과적이다. 현재 많은 기업이 홀수 달에는 기본급의 100%, 짝수 달에는 200%(기본급+상여금)인 형태로 급여를 지급하는데 이럴 경우 고정 저축은 100%인 홀수 달에, 소비는 200%인 짝수 달에 맞춰서 하게 된다. 여기에 마이너스통장과 신용카드 사용까지 겹칠 경우 엄청난 누수지출이 생긴다.
매달 저축 액수는 소득이 많은 달과 적은 달의 평균에 맞춰 설정하는 것이 좋다. 소득이 적은 달 저축할 돈이 부족하다면 저수지통장의 예비비로 일부 충당하고, 소득이 많은 달 여유가 있다면 반대로 남는 돈을 다시 저수지통장에 넣는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간단한 테크닉만으로도 10%가량의 추가 저축이 가능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중저소득층의 경우라면 실업급여, 근로장려세 등 정부 혜택 대상자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관리] 최선은 지출을 줄이는 것
부동산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의 ‘미덕’은 무리한 투자가 아니라 성실한 저축이다.
현재 1억원을 제1금융권에 예금할 경우 연간 296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다(금리 3.5%, 일반과세 기준). 이는 1억원을 갖고 있다면 월 24.6만원씩을 가만히 앉아서 벌 수 있다는 뜻이다. 발상을 전환해보면 매달 24.6만원을 저축해 1억원을 가진 사람과 동일한 자본증식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축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예산가계부와 통장 분리로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예산가계부는 항목별로 생활비 예산을 세우고 매일 예산에서 차감해가는 방식으로 작성한다. 즉 급여일에 예산만큼의 생활비를 별도의 통장으로 보내놓고 사용하되, 일주일 단위로 항목별 정산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 가계부를 적기에만 바쁘지만, 가계부의 핵심은 기록이 아닌 예산과 정산이다.
둘째, 통장 분리는 소비성 지출(생활비)과 비소비성 지출의 통장을 분리하는 것이다. 비소비성 통장에는 보장성보험, 대출상환, 저축 등의 자동이체만 연결한다. 매달 급여일에는 소비성 통장과 비소비성 통장에 정해진 금액만 이체하면 끝이다. 미리 짜둔 예산으로 생활비를 사용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저축이 되고 대출이 상환돼 나간다.
실행 초기에는 예산이 초과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럴 때는 예비비 통장에서 부족분을 끌어온다. 부족할 때마다 계좌이체를 하게 되므로 ‘이번 달에는 돈을 많이 썼다’는 반성과 더불어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용카드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는 물론, 필자와 상담한 가정의 절반 이상은 카드별로 할인혜택이 큰 주유 목적 이외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채관리] 부채 원인을 파악하라
모든 부채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이는 대출의 원인을 파악해야만 알 수 있다. 대출의 원인은 크게 자산을 늘리기 위한 대차대조표상의 대출과 월 초과지출(수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