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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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희망산업으로 확 바꾸겠다”

농어민에 의한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출범 … “정책에 채찍과 메스 가해주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4-10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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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업을 희망산업으로 확 바꾸겠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농어민에 의한, 농어민을 위한, 농어민의’ 농어업 대개혁에 나선다. 지난해 농협비리 사건을 계기로 올 초 강력한 농협개혁법을 국회에 상정했던 농식품부는 지난 3월23일 민관 합동의 농어업선진화위원회(이하 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총 68명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인 59명이 농어업인 단체(16명), 농어업인 및 업계(16명), 학계(10명), 언론법조계(4명), 재계(5명), 시민단체(8명) 소속의 농어업 관련 민간인이다. 위원장도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과 함께 정재돈(54) 국민농업포럼 공동 상임대표가 맡는다.

    농어민 삶의 질 향상, 농어업 경쟁력 제고

    이는 이번 선진화위원회가 농어민에 의한, 농어업의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임을 대변한다. 선진화위원회는 농어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어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월 1회 이상 허심탄회한 토론을 펼친 뒤, 이를 바탕으로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 개혁을 이뤄낸다는 방침. 본위원회에서 의결된 내용은 조율작업을 통해 최종 선택된다. 선진화위원회에는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 측 위원 9명 외에 농어업계 원로 등으로 구성된 원로회의도 설치된다. 이들은 갈등 조정기능을 담당하며 토론회, 워크숍 등에 초청돼 자신들의 지혜와 경험을 나눠주게 된다.

    이처럼 농식품부가 민간 대표들로 구성된 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신에게 회초리를 든 이유는 농수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농어업 정책과 시스템의 효과성을 ‘현장의 눈’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어업·농어촌 발전을 위한 각종 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왔지만 아직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농어업 부문이 더욱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노·사·민·정이 대타협을 이뤄낸 것처럼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농업 선진국이라 불리는 뉴질랜드의 경우 1984년 농업개혁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는데, 그 원동력은 농업계의 합의와 지지였다. 이와 관련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어업 정책이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 대통령은 “농식품부 장관은 각료라고 생각하지 말고 농촌개혁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간의 활발한 참여와 정부와 민간 부분의 통합을 통해 농어업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선진화위원회의 출범 취지와 일치하는 발언이다.



    “농어업을 희망산업으로 확 바꾸겠다”

    농어업선진화위원회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은 민승규 농식품부 제1차관.

    보조금·지원금제도 실질 도움으로 개편

    선진화위원회의 목표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반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부와 민간이 손잡은 이 기회에 10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 선진화위원회 운영계획이 표방하는 농정 비전과 추진 전략을 보면, 안심하고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농어민에게 소득 안정책을 지원하고 삶터, 쉼터, 일터가 조화된 살기 좋은 농어촌을 만들며,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경쟁력 있는 농어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농어민의 소득이 안정되면 그것을 토대로 생산물인 농수산물이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되고 더불어 농어민의 삶의 질은 향상되게 마련이다. 그러면 농어촌 지역의 발전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특히 정부는 소득안정과 이를 통한 시장경쟁력을 촉진하기 위해 농가 단위의 소득안정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는 한편, 지금의 직접지불 제도도 공익형 직불제도로 개편할 예정이다. 낭비성, 소모성, 일회성 보조를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이는 보조금을 감축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 구조를 개편할 따름이라는 게 위원회 측의 견해다. 또한 영세·고령농의 소득안정과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 고령농이 은퇴하면 복지 차원에서 특별 지원하는 방안을 계획하는 한편, 농가의 조직화를 통해 농어업 규모화를 유도하고 공동작업과 공동방제를 할 수 있게끔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농어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녹색성장 산업화 및 R·D(연구개발) 개편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식품안전시스템을 만들고 분산형, 공급자 중의 R·D 지원체계를 통합형, 수요자 중심 체계로 개편한다는 계획.

    이런 선진화위원회의 비전은 5개 분과위원회 명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래 성장동력 분과 △소득 향상·삶의 질 향상 분과 △경쟁력 강화 분과 △거버넌스 선진화 분과 △수산선진화 분과가 그것이다. 위원회는 6월 말까지 농어업 선진화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인데, 그전이라도 긴급한 현안과제는 별도로 심의해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다.

    선진화위원회가 출범하자 일부 시민단체는 “농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농업을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의미”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선진화위원회 측은 “보조금과 각종 지원금 제도를 농어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해보자는 것이지, 절대 중단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선진화위원회 태스크포스팀장이자 사무국장인 민승규 농식품부 제1차관은 위원회의 출범 취지에 대해 “농어업을 희망이 있는 산업으로 바꾸려는 몸부림이자, 정부가 농어민에게 지금까지 잘못한 것에 대해 매를 맞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화위원회에 대해 이러저러한 오해와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며 많은 말을 쏟아냈다.

    선진화위원회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농어민이 희망을 가지고 농어업에 종사할 수 있게 꿈을 심어주자는 것이죠. 아들딸에게 농부가 되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위원회는 농어업 희망 위원회이자 드림 위원회이기도 합니다. 역대 정권으로부터 농어촌에 대한 개혁 작업은 두 가지 흐름에서 진행돼왔습니다. 그 하나가 농협개혁이죠.

    그런데 농협만 개혁한다고 농어촌이 모두 바뀌는 게 아닙니다. 즉 정부의 정책 잘못도 반성할 때가 됐다는 거죠. 우리 자신에게도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일을 정부가 하면 객관적이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농어업계 인사와 농어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들이 ‘이런 것은 좀 바꿔야겠다’라고 하시는 말씀을 모아서 실제 정책에 반영해보자는 것, 그게 바로 선진화위원회가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지난해 연말 장태평 장관이 청와대 대통령 보고에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이것도 선진화위원회와 관계 있습니까.

    “사실 지난해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경제학 용어로 ‘제도 피로’ 현상 때문입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논란 등 여러 위기는 지난 10여 년 동안 누적된 이러한 제도피로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해의 일들, 즉 위기를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롭게 태어나야겠다,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각오가 섰던 거죠.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개혁을 종합적,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선진화위원회가 할 일이죠.”

    각종 지원제도와 보조금을 줄이려고 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보조금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정말 농어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지금 농식품부의 각종 정책을 보면 말은 농어민을 위한 것인데,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각종 정책들을 점검해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자는 겁니다.

    R·D 예산 지원도 그렇지요. 지금까지는 연구자가 갑이고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는 농어민은 을이었죠. 농어민을 위한 연구를 했는데 농어민 처지에선 별 효과성이 없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젠 농어민을 갑의 위치에 올려두고, 농어민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연구를 하게 하자는 겁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이 동시에 좋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자는 거죠.”

    그렇게 하자면 공무원의 저항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공무원의 시각과 사고로 보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젠 그것을 농어민의 시각에서 봐달라는 겁니다. 그게 농어업 선진화죠. 우리 처지에선 가슴 아픈 일입니다만, 농어업이 그렇게 소중하면 우리 조직의 잘못을 반성하고 고치는 계기가 돼야겠죠.”

    ‘수수수’ 3수 전략 강력한 추진

    5개 분과위원회는 각각 어떤 기능을 합니까.


    “민간으로 구성된 본위원회에서 자유롭고 구체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게 유도하는 기능을 할 겁니다.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진 이유도 바로 그것이지요. 위원들에게 농식품부의 정책들을 보여드리고 어떤 정책이 문제가 있는지, 어떤 사업들이 농어업인에게 혜택을 주고 있지 못한지 찾아내보자는 겁니다. 그런 무책임한 토론 속에서 보석을 가려내 실제 정책에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을 리스트 업하고 실행에 옮기는 거지요.

    저는 이런 작업을 ‘수수수 3수 전략’이라 이름 붙였는데요. 경우의 수(數)를 뽑아내서 리스트 업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手)단을 강구한 뒤, 수(修)행 프로그램, 즉 액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죠. 선진화위원회의 작업을 통해 우수한 정책(秀)을 찾아내고, 이 분야의 대표 전문가(首)를 발굴하며, 그렇게 해서 농어가(家)의 수입(收)을 더 늘리자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선진화위원회에서 빠졌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지금은 충분한 설명이 안 되고 이해를 못하는 면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진실이 알려지면 분명히 함께할 것입니다. 설득하고, 만나서 얘기하면 들어올 거예요. 우리는 ‘네버 에버 기브업(Never Ever Give Up)’입니다. 선진화위원회는 또 하나의 농어업 개혁운동입니다. 그리고 이제 공무원들은 진정으로 농업운동가가 돼야 합니다. 이런 우리의 참뜻을 알면 왜 장관이 잠바를 입고 다니시는지, 왜 농민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가는지 이해 갈 겁니다.”

    인터뷰/정재돈 농어업선진화委 공동위원장

    “녹색 생명산업, 농업 소중함 공감대 넓힐 것”


    “농어업을 희망산업으로 확 바꾸겠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과 함께 선진화위원회 민간 부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재돈 국민농업포럼 공동상임대표에게 위원회 운영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정 공동위원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농민운동에 헌신해온 인물로 가톨릭농민회 회장과 농민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했으며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선진화위원회에 전농이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출범 과정에서 농민단체들과 위원회의 취지나 구성 명칭 등에 대해 논의와 소통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선진화위원회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견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을 얼마나 잘 엮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각 민간 부분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이 있다면?

    “농어업 관련 의제라면 나이 드신 농민들의 개방반대 주장쯤으로 보는 시선을 바꿀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농어민 단체가 무엇에 반대하고 저지하는 과거지향적이고 수세적인 입장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공세적 입장에서 기후변화 식량에너지 위기시대 녹색 생명산업으로서 농업의 소중함과 다원적 공익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혀갈 장으로 선진화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길 바라는 거죠. 저는 다른 농어민 단체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화위원회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조정해나가려는지 알고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모인 만큼 워크숍 등을 통해 눈높이를 맞춰가는 기회를 먼저 가지려고 해요. 전체 본위원회는 워낙 규모가 크고 다루는 분야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분과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죠. 분과위원회에서 분야별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실천이 가능한 것부터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실행방안을 마련할 겁니다. 그것을 기획소위원회에서 조정하고 걸러서 전체 본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보조금이 축소된다는 우려가 있던데요. 이런 ‘뜨거운 감자’ 같은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요?

    “‘뱀 머리와 꼬리는 다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 농어업도 이런 상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농어업’이라는 한 배를 탔는데 내(머리)가 잘났느니, 네(꼬리)가 잘났느니 다툴 여유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힘을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보조금 문제도 마찬가지죠. 일부에서 보조금 축소다, 아니다며 다른 의견이 있는데, 현행 보조금 지원제도에 대해 어떤 방안이 농어업 발전에 좋고, 농어업인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올려줄 수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품목별 소득보전을 넘어 선진국형 농가단위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나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는 기후변화(탄소) 직불제 도입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기회에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다는 정책이 있다면?

    “첫째, 농지제도인데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기후변화 식량에너지 위기시대의 식량 주권과 남북통일 이후까지를 내다보며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고 그에 따른 농지를 보전해야 할 시점입니다. 둘째, 농촌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습니다. 농민 6할이 60세 이상인데 그 8할 이상이 후계자가 없습니다. 후계 영농주체 인력양성 시스템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이 시급합니다. 다음으로 국민식생활교육법을 제정해 식생활 교육을 범국민 운동으로 전개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농어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농정 거버넌스가 구현됐으면 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특별한 각오가 있다면?

    “우리 농정의 100년 틀을 고민해본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입니다. 위기는 또 기회라고도 합니다. 이 말대로 지금은 농어업의 체질을 고민해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농어업계만이 아니라 학계와 시민단체,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선진화위원회인 만큼, 농어업을 선진화하고 농어민만의 농어업·농어촌이 아니라 국민의 농어업·농어촌이 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도출되도록 애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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