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의 세계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스탠딩 스피치(Standing Speech)를 잘하는 사람과 싯다운 스피치(Sit-down Speech)를 잘하는 사람 그리고 둘 모두를 잘하는 사람이다. 스탠딩 스피치는 흔히 말하는 공식 연설이고 싯다운 스피치는 지인들과의 만찬 등에서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이 둘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는 세 번째 유형은 매우 드물다. 무대 위에서는 그토록 카리스마 넘치던 사람이 막상 만나면 ‘비호감’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마찬가지로
1대 1 대화에서는 유머감각 있고 입심 좋은 사람이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주눅 들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즈니스에서는 둘 다 놓칠 수 없다. 스탠딩 스피치를 잘해야 사람이 모이고, 싯다운 스피치를 잘해야 ‘내 사람’을 만들 수 있다. 모두 다 합격점을 받으면 대중적 영향력과 인간적 매력을 겸비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공식 연설, 사적인 대화 잘하기 유형
그간 내가 만난 최고경영자(CEO)들도 세 번째 인간형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하우를 물어오곤 했다. 특히 오바마가 뜨면서 스탠딩 스피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스피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많은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스피치를 잘하려면 이런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 말에는 청중에 대한 배려가 빠졌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콘텐츠를 잘 정리해서 말하면 청중이 알아서 잘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100% 착각이다. 내가 내뱉은 말이 아니라 청중의 귀에 들린 말, 청중이 이해한 말이 진짜 말이다. 때문에 콘텐츠뿐 아니라 청중의 귀에 쏙쏙 들리도록 하는 ‘애프터서비스’까지 책임져야 진정한 스피치라 할 수 있다. 단상 뒤에 숨는 스피치, 청중을 ‘언어 가사상태’에 빠뜨리는 스피치를 개선하는 데는 일정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말의 강약과 빠르고 느리게 조절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몸짓연기, 성대모사, 눈빛, 손짓 하나만 달라져도 스피치가 훨씬 잘 들린다.
오바마의 스피치가 바로 그렇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리듬감 있는 스피치로 청중의 귀부터 열었고, 마침내 가슴을 움직여 한바탕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오바마 같은 스피치의 달인들은 완벽한 원고를 기본으로 삼되 청중의 피드백에 맞춰 감성적인 애드리브를 ‘예술적으로’ 날려준다. 그 순간 청중은 그가 자신과 1대 1로 대화한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1대 1000의 대화도 가능케 하는 ‘스피치의 기적’이다. 요즘 같은 불황 속에서도 어떤 리더들은 감동 스피치로 회사를 살려낸다. CEO의 스피치에 진정성을 느낀 직원들이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며 자체적으로 월급 삭감안을 내놓는 것이다.
이처럼 스탠딩 스피치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실감한다. 원고부터 이미지 메이킹까지 미리 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싯다운 스피치는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저 분위기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명이 말을 주고받는 싯다운 스피치는 훨씬 더 복잡한 역학구조를 갖고 있다. 말하기는 물론 듣기에서도 골고루 만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말하기에서부터 빵점을 맞는다.
이들의 특징은 자기만 말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럴 만한 것이 모임에 가면 으레 젊은 사람들이 “먼저 한 말씀 해주시죠”라고 권한다. 그때 ‘검은 유혹’에 넘어가 만찬 1시간 가까이 혼자 얘기하는 사람이 꼭 있다. 혼자 떠드는 것만큼 늙은 스피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모든 스피치를 ‘내가’로 시작한다. ‘내가 어제 누굴 만났다는 것’으로 시작해 ‘내가 만난 그가 얼마나 힘 있는 자인지’까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도 아닌 온갖 주변 이야기를 장편소설처럼 늘어놓는다. 말하기가 품격 있어지려면 ‘당신은?’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싯다운 스피치의 달인들은 상대방이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대신 물어본다. “김 부장, 이번에 좋은 프로젝트 하나 됐던데 고생 많았지?”라고 물어봐주는 순간, 그의 인간적인 매력은 빛을 발한다.
자기 얘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끼어들 틈을 줘야 한다. 만약 내가 지인들에게 홍보한답시고 “이번에 제가 ‘가족성공학’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내용은 이렇고…”라는 식으로 10분을 혼자 떠들어댄다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지겨울까. 진정한 소통에는 틈이 있어야 한다.
“제가 이번에 가족성공학에 대한 책을 냈는데요. 한 달간 밤새워서 썼는데 잘 팔릴지 모르겠어요”까지 말하고 한 템포 쉰다. 그러면 상대방이 “내용이 어떤데요?”라든지 “잘될 테니 걱정 마세요”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서로의 말이 오가다 보면 대화의 깊이와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진정한 소통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스피치가 변하면, 인격이 달라진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듣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아예 듣지 않거나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는다. 특히 부하직원이 옆에서 보고하는데 느닷없이 “그건 그렇고, 이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묻는 임원이 적지 않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하직원은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것 대충하자’는 생각을 갖게 된다. 특히 CEO 중에 듣기가 안 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청각장애인은 듣지 못해 말까지 못하듯, 들은 말이 없으면 나중에 할 말도 없게 된다. 젊은 사람들의 얘기를 듣지 않으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서툴러진다. 콘텐츠가 ‘올드’하기 때문에 같이 밥 먹자고 하면 슬슬 피한다. ‘욕심쟁이 스피치’는 결국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그동안 아트스피치 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CEO에게 스탠딩 스피치와 싯다운 스피치를 지도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이 사람들의 마음이 생각 외로 열려 있다는 것이다. 아부형 ‘용비어천가’에만 익숙할 줄 알았는데 뼈아픈 얘기라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내가 아는 한 CEO는 스탠딩 스피치보다는 싯다운 스피치를 할 기회가 더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도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스타일이라 주변 사람들이 대화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코칭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후 180도 달라졌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듣다가 적절히 질문하고, 혹시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화에 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적시의 감탄사와 표정까지 완벽해지도록 훈련했다. 그의 고백은 이러했다. “몇 개월 신경 쓰면서 실전에서 적용해보니 말이 달라진 게 아니라 저 자신이 달라집디다.”
사실 코칭하는 나는 물론 따라하는 CEO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가 CEO의 스피치에 대해서 함부로 충고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스피치가 끝나기 무섭게 찬사가 쏟아진다.
“오늘 말씀, 정말 유익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
월급 받는 직원이 CEO의 스피치에 대해 한마디라도 언급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CEO는 외롭게 ‘욕심쟁이 독불장군형 스피커’가 되어간다.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열린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구하는 자세,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말이 빛나면 사람도 빛난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콘텐츠만큼 당신의 말도 아름답게 빛나게 하자.
1대 1 대화에서는 유머감각 있고 입심 좋은 사람이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주눅 들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즈니스에서는 둘 다 놓칠 수 없다. 스탠딩 스피치를 잘해야 사람이 모이고, 싯다운 스피치를 잘해야 ‘내 사람’을 만들 수 있다. 모두 다 합격점을 받으면 대중적 영향력과 인간적 매력을 겸비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공식 연설, 사적인 대화 잘하기 유형
그간 내가 만난 최고경영자(CEO)들도 세 번째 인간형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하우를 물어오곤 했다. 특히 오바마가 뜨면서 스탠딩 스피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스피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많은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스피치를 잘하려면 이런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 말에는 청중에 대한 배려가 빠졌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콘텐츠를 잘 정리해서 말하면 청중이 알아서 잘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100% 착각이다. 내가 내뱉은 말이 아니라 청중의 귀에 들린 말, 청중이 이해한 말이 진짜 말이다. 때문에 콘텐츠뿐 아니라 청중의 귀에 쏙쏙 들리도록 하는 ‘애프터서비스’까지 책임져야 진정한 스피치라 할 수 있다. 단상 뒤에 숨는 스피치, 청중을 ‘언어 가사상태’에 빠뜨리는 스피치를 개선하는 데는 일정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말의 강약과 빠르고 느리게 조절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몸짓연기, 성대모사, 눈빛, 손짓 하나만 달라져도 스피치가 훨씬 잘 들린다.
오바마의 스피치가 바로 그렇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리듬감 있는 스피치로 청중의 귀부터 열었고, 마침내 가슴을 움직여 한바탕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오바마 같은 스피치의 달인들은 완벽한 원고를 기본으로 삼되 청중의 피드백에 맞춰 감성적인 애드리브를 ‘예술적으로’ 날려준다. 그 순간 청중은 그가 자신과 1대 1로 대화한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1대 1000의 대화도 가능케 하는 ‘스피치의 기적’이다. 요즘 같은 불황 속에서도 어떤 리더들은 감동 스피치로 회사를 살려낸다. CEO의 스피치에 진정성을 느낀 직원들이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며 자체적으로 월급 삭감안을 내놓는 것이다.
이처럼 스탠딩 스피치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실감한다. 원고부터 이미지 메이킹까지 미리 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싯다운 스피치는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저 분위기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명이 말을 주고받는 싯다운 스피치는 훨씬 더 복잡한 역학구조를 갖고 있다. 말하기는 물론 듣기에서도 골고루 만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말하기에서부터 빵점을 맞는다.
이들의 특징은 자기만 말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럴 만한 것이 모임에 가면 으레 젊은 사람들이 “먼저 한 말씀 해주시죠”라고 권한다. 그때 ‘검은 유혹’에 넘어가 만찬 1시간 가까이 혼자 얘기하는 사람이 꼭 있다. 혼자 떠드는 것만큼 늙은 스피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모든 스피치를 ‘내가’로 시작한다. ‘내가 어제 누굴 만났다는 것’으로 시작해 ‘내가 만난 그가 얼마나 힘 있는 자인지’까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도 아닌 온갖 주변 이야기를 장편소설처럼 늘어놓는다. 말하기가 품격 있어지려면 ‘당신은?’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싯다운 스피치의 달인들은 상대방이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대신 물어본다. “김 부장, 이번에 좋은 프로젝트 하나 됐던데 고생 많았지?”라고 물어봐주는 순간, 그의 인간적인 매력은 빛을 발한다.
자기 얘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끼어들 틈을 줘야 한다. 만약 내가 지인들에게 홍보한답시고 “이번에 제가 ‘가족성공학’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내용은 이렇고…”라는 식으로 10분을 혼자 떠들어댄다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지겨울까. 진정한 소통에는 틈이 있어야 한다.
“제가 이번에 가족성공학에 대한 책을 냈는데요. 한 달간 밤새워서 썼는데 잘 팔릴지 모르겠어요”까지 말하고 한 템포 쉰다. 그러면 상대방이 “내용이 어떤데요?”라든지 “잘될 테니 걱정 마세요”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서로의 말이 오가다 보면 대화의 깊이와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진정한 소통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스피치가 변하면, 인격이 달라진다
‘내가’아닌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청중을 고려한 말하기는 ‘스피치 노하우’의 기본이다.
그동안 아트스피치 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CEO에게 스탠딩 스피치와 싯다운 스피치를 지도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이 사람들의 마음이 생각 외로 열려 있다는 것이다. 아부형 ‘용비어천가’에만 익숙할 줄 알았는데 뼈아픈 얘기라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내가 아는 한 CEO는 스탠딩 스피치보다는 싯다운 스피치를 할 기회가 더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도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스타일이라 주변 사람들이 대화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코칭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후 180도 달라졌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듣다가 적절히 질문하고, 혹시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화에 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적시의 감탄사와 표정까지 완벽해지도록 훈련했다. 그의 고백은 이러했다. “몇 개월 신경 쓰면서 실전에서 적용해보니 말이 달라진 게 아니라 저 자신이 달라집디다.”
사실 코칭하는 나는 물론 따라하는 CEO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가 CEO의 스피치에 대해서 함부로 충고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스피치가 끝나기 무섭게 찬사가 쏟아진다.
“오늘 말씀, 정말 유익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
월급 받는 직원이 CEO의 스피치에 대해 한마디라도 언급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CEO는 외롭게 ‘욕심쟁이 독불장군형 스피커’가 되어간다.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열린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구하는 자세,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말이 빛나면 사람도 빛난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콘텐츠만큼 당신의 말도 아름답게 빛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