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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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갈등 다 해결책 있지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03-27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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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갈등 다 해결책 있지요”
    한 여객기가 공중 납치됐다. 테러범들은 본보기로 승객 한 명을 살해하려고 한다. 끌려나온 중년의 신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권총을 든 테러범이 소리쳤다.

    “겁쟁이처럼 굴지 말고 남자답게 죽어라!”

    이런 상황에서 살고 싶다면 테러범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신사는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는 대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한다면 당신도 나처럼 울게 될 거요”라고 나직이 말했다. 테러범들은 결국 그 신사를 살려줬다.

    이는 미국에서 인질협상 강연 중에 소개된 실제 사례다. ‘갈등해결학’이라는 낯선 이름의 학문은 이처럼 갈등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 위 사례는 한국인 갈등해결학 박사 1호인 강영진(48) 성균관대 겸임교수가 최근 펴낸 ‘갈등해결의 지혜’(일빛)에 실린 내용이다.

    강 교수는 ‘신동아’ 등에서 10여 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1997년 도미했다. 하버드대 법률대학원 분쟁해결과정을 거쳐 조지메이슨대 갈등해결연구원에서 갈등해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길을 택하게 한 것은 신문 독자들의 질책 때문이었다.



    “기자로서 취재한 다양한 사회문제는 결국 갈등 분쟁이 핵심이었어요. 특히 1990년대에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죠. 이런 사회문제를 기사로 쓰면서도 정작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언론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독자들의 항의를 접할 때마다 할 말이 없었죠.”

    강 교수는 갈등해결학을 공부하는 동시에 전문 중조인(Mediator) 자격을 취득해 활동했다. ‘중조(Mediation)’란 중재와는 다르다. 갈등 해결책을 제삼자가 결정해주는 것이 중재라면, 중조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강 교수는 4년간 전문 중조인으로 활동하면서 개인의 이혼에서부터 집단 간 갈등까지 다양한 사례를 접했다. 그는 한국에도 미국처럼 전문 중조인 제도가 도입되길 희망한다. 그래야 많은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고 소송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 낭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전문 중조인이 갈등을 해결하는 비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성과가 높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에서 ‘갈등해결’과 ‘협상’을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주로 현직 공직자와 기업체 임직원. 이들은 강 교수의 강의를 통해 조직 내와 정책 간 갈등, 사업 파트너나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비법을 익히고 있다.

    그의 저서에는 오렌지 하나를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자녀 문제에서부터 국가 간 영토분쟁까지 다양한 갈등 문제가 담겨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자연스럽게 갈등 해결의 비법도 익힐 수 있다. 강 교수는 “핵심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자기 처지만 강조하지 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음으로써 상호 이해를 높일 것. 둘째, 해결책에 앞서 문제가 뭔지 정확히 파악할 것. 강 교수는 “많은 경우 문제가 뭔지도 모른 채 대결만 하다 일을 그르친다”면서 “상대방의 관심사를 아는 지름길은 ‘왜?’라고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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