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영호 씨.
영화배우 김영호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시인’으로 통한다. 그는 매일 많게는 20여 명, 적게는 한두 명의 지인에게 자신의 느낌을 담은 ‘문학적’인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낸다.
“혼자 낙서하는 것을 즐겨요. 쪽지에 글을 적고 버리고 하다가, 2년 전에 이런 문자를 아는 분께 한번 보냈더니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보내고 있어요.”
영화 ‘밤과 낮’의 홍상수 감독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 황수정 씨, 이전에 함께 작업했던 ‘이산’의 이병훈 PD, 탤런트 배종옥 씨와 유준상 씨 등이 그의 휴대전화 문학 독자다. 그의 휴대전화 문학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모든 감정을 문자메시지 한 통에 다 담을 것. 그래서 간혹 길게 쓰고 싶어도 최대한 ‘엑기스’만 남기고 잘라낸다.
“제게 휴대전화는 장난감이죠.(웃음) 문자도 보내고 혼자 사진도 찍고…. 혼자 끼적이며 놀다가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주위 사람들과 느낌을 나눠요.”
휴대전화의 매력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한 소통방식을 꼽는 이들이 많다. 성균관대 대학원 최형진 교수(휴대폰학)도 그중 한 사람이다.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지만 그 역시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감정 담아 주위 사람들과 교감
제일기획 이정락 상무.
자녀들과도 자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최 교수는 “하루에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는 많지만, 그래도 가장 정겨운 것은 가족과 나누는 짧은 문자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때로 휴대전화는 소소한 해프닝과 추억을 만드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KTF ‘쇼를 하라’ 시리즈의 광고기획제작을 총괄 지휘한 제일기획 이정락 상무에게도 자신의 광고처럼 재미난 해프닝이 있었다.
“한번은 회사 동료 여직원에게 문자가 왔는데 ‘상무님, 저 사랑…’이라고 써 있는 거예요. 옆에 아내가 있어서 함께 메시지를 봤는데 깜짝 놀랐죠. 그런데 제대로 읽어보니 ‘상무님, 저 사랑니 뽑으러 가서 지각합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한편 휴대전화는 사회적으로 소통 범위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에게 휴대전화는 좀더 애틋하고 고마운 기기다.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은 처음으로 원거리 통신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팩스를 이용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해 유선전화로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급한 용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할 뿐 아니라,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탓에 프라이버시를 존중받기 어려웠다. 휴대전화는 그동안 겪은 이러한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하는 획기적인 기기였다.
“휴대전화 한국의 대표문화 될 것”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휴대전화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소중한 소통수단이다.
휴대전화는 현대사회의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경기 여주에 국내 최초로 폰 박물관을 연 이병철 관장은 지난 8년간 1600여 점의 휴대전화를 모았다.
“아내가 처음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찾으니 없는 거예요. 같은 모델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고물상을 다니며 몇 달을 뒤졌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 휴대전화는 해외에 수출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파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휴대전화 박물관을 계획하게 됐죠.”
휴대전화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휴대전화를 수집해왔다. 1988년에 나온 1세대 휴대전화에서부터 해외에 수출하는 국내산 휴대전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판매를 넘긴 베스트셀러 휴대전화까지 모두 수집했다. 그의 박물관에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한국 정보기술(IT)의 발전사는 물론 사회·경제·문화사도 함께 읽을 수 있다.
“휴대전화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기술인데 그 족보가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휴대전화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저희 박물관도 10~20년 뒤에는 세계 최고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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