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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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시리아 중동평화 정착 손잡나

8년 만에 평화협상 초미의 관심 … 골란고원 반환, 정착촌 철수 등 쉽게 풀기 어려워

  • 예루살렘 = 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8-06-23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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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시리아 중동평화 정착 손잡나

    12세기 이래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이 분쟁을 벌여온 골란고원은 1967년 전쟁의 결과로 이스라엘 영토가 됐다.

    8년 만에 재개된 이스라엘-시리아 간 평화협상의 성사 여부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 1년간 터키의 중재로 비밀협상을 벌여온 두 나라는 5월21일,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며 간접협상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양국은 이르면 6월 중 터키에서 첫 공식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중동평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게 됐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래 끊임없이 충돌해온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갈등이 심화된 계기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점령하고 1981년 자국 영토로 합병해버렸다. 이후 시리아의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기간 중 골란고원 탈환 시도를 비롯해 양국은 골란고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두 나라가 골란고원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평균고도가 해발 1000m인 골란고원에 올라서면 갈릴리 호수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곡창지대인 이스르엘 평야가 한눈에 보인다. 또한 시리아 쪽으로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이르는 평원지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 지역을 차지하는 쪽이 상대국의 군사 움직임을 초기에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최대의 수자원인 갈릴리 호수의 수원이 골란고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는 쪽이 갈릴리 호수로 들어가는 물길을 지배할 수 있다. 실제로 제3차 중동전쟁 전인 1965년 시리아는 갈릴리 호수를 차단하기 위해 물길을 바꾸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공사장비를 폭격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이는 이스라엘 국민에게 골란고원은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모든 의제 협의 일단 고무적인 일

    이스라엘은 국경이 접해 있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중에서 이집트와 요르단과는 각각 1979년, 1994년 평화협정을 맺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와, 시리아가 지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끊임없는 교전으로 북쪽 국경은 바람 잘 날이 없다. 레바논은 시리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가이므로 이스라엘-시리아 간 평화협정만 맺어지면 이스라엘을 둘러싼 지역의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따라서 그간 이스라엘은 시리아와의 협상에 무게를 두고 공식, 비공식 협상을 진행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시리아 간 첫 협상이었던 1991년 마드리드 회담 이래 양국의 협상은 한 치의 진전도 없었다. 골란고원의 반환 문제가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시리아 측은 원래 자신들의 영토였으므로 즉각 반환, 즉 ‘선(先)반환 후(後)협상’을, 이스라엘 측은 양국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등의 평화가 정착된 후 반환할 수 있다는 ‘선협상 후반환’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늘 본회담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이번 회담의 의제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양국이 협상의 전제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모든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협의하자는 데 동의했다는 점이다. 일단 협상테이블에 양국 대표가 앉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과거 대립각을 세웠던 동일한 의제들을 협의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협상이 될 전망이다.

    협상의 난제가 될 의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경 문제다. 시리아는 제3차 중동전쟁 발발 직전인 1967년 6월4일의 국경선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1923년 확정된 국제국경선을 주장한다. 양자의 차이는 수백 m에 불과하나 시리아 측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 북동쪽 해변을 시리아가 통제하게 된다. 이는 물 부족국가인 양국의 물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한 중재안으로 시리아가 갈릴리 호수의 물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바닷물을 정화할 수 있는 탈염처리 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물이 풍부한 터키에서 물을 지원받는 안이 제기된 바 있다.

    둘째, 정착촌 철수문제다. 현재 골란고원에는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약 35개, 약 2만명의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과거 협상에서 시리아 측은 5년 내 철수를, 이스라엘은 15년 내 철수를 주장했다. 이는 그 중간점인 10년 내 철수로 합의될 전망이 크지만, 문제는 골란고원 반환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국민여론이 68%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가 될 전망이다.

    셋째, 시리아의 이란, 헤즈볼라,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의 관계단절 문제다. 이는 이스라엘 측의 강력한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시리아는 내정에 관계된 문제이므로 협상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실제로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이들 세력과의 단절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이 문제 때문에 시리아와의 협상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넷째, 미국의 개입문제다. 시리아는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원한다.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임으로써 체재를 보장받고 모든 경제제재가 해제됨과 동시에, 미국의 경제원조를 얻어내는 것이 시리아가 이번 협상에 나선 중요한 이유다. 이스라엘도 이를 위해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의 태도는 냉담하기만 하다. 현재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시리아 처지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대로 테러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시리아의 가장 큰 경제 지원국인 이란 이상의 지원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美 포함 3개국 지도자들은 정치적 위기

    협상의 난제들과는 별개로 협상 자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의심스럽다. 이번 협상 관련국 최고지도자 3인 모두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은 1995년 있었던 레바논 총리 라피크 하리리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재판에 회부될 위기에 있다. 한편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퇴임 가능성이 높다. 협상의 중재역을 맡은 터키의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간 총리 역시 무슬림 여성들의 스카프 착용 금지법을 폐지한 것으로 여당인 정의발전당(AKP)이 헌법재판소의 판결 여부에 따라 해체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들 3인이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협상이 공표됐기 때문에 이번 협상을 ‘면피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명 이들이 처한 정치적 위기는 이번 협상이 힘있게 진행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이들에게 정치적 회생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위기의 남자들이 이끄는 ‘중동평화 살리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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