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10℃ 아래로 뚝 떨어진 1월25일 오전 6시 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탄천종합운동장.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둑어둑하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트랙을 돌고 있다. 이들은 김병일(63)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그의 부인 변양신(58) 씨, 그리고 김 전 장관의 달리기 친구들. 김 전 장관과 이들의 ‘달리기 사랑’은 한파에도 끄떡없다.
50세가 넘은 중장년 세대에게 마라톤은 적합한 운동일까. 혹시 의구심이 든다면 김 전 장관의 모습이 이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적지 않은 나이인 56세에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지난 7년간 아무런 부상 없이 마라톤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7년간 42.195km의 풀코스에 12차례 도전해 이중 10회를 완주했다. 가장 좋은 기록은 2003년 초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세운 4시간27분대. 물론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마라톤은 장년층 건강법으로 최고”
“즐겁게 뛰고 덤으로 건강도 얻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는 게 김 전 장관의 이야기다. 그는 요즘 마스터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펀 런(Fun Run·즐겁게 뛰기)’의 신봉자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에 철저했다는 김 전 장관이 뒤늦게 마라톤에 입문한 것은 장년층에 맞는 건강법으로 마라톤만한 게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은퇴할 때까지 공직생활 절반 이상을 경제부처의 예산 편성 부서에서 보냈습니다. 나라의 전체 살림을 골고루 배정해야 하는 일인데 얼마나 업무가 많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원래 건강한 체질이 아닙니다. 그래서 건강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등산도 다니고 많이 걷고 골프도 틈틈이 쳤고요. 하지만 50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이 정도 운동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등산, 골프가 좋은 운동이기는 하지만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운동 효과는 적잖아요.”
그러던 중 2000년 가을 우연히 신문에서 ‘마라톤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는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처음엔 혼자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의사를 포함해 주위에선 “달리기가 몸에 충격을 많이 줘 중장년 세대에겐 맞지 않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몸에 무리가 왔다. 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던 그는 직원들을 시켜 수소문한 끝에 한국체대 김복주 교수를 찾아갔다. 김 교수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800m 금메달리스트로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전문가. 김 교수는 김 전 장관에게 걷는 자세부터 바로잡아줬다. 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마라톤에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면서 그는 비로소 마라톤에 눈뜰 수 있었다. 마라톤 이론서도 섭렵해 지금은 거의 마라톤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새벽 달리기 四樂 부인과 친구들까지 동참
“달리기가 몸에 충격을 많이 주는 건 맞습니다. 걷기는 한 다리를 축으로 하니까 늘 한 발이 땅에 닿아 있잖아요. 하지만 달리기는 두 발이 모두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한 발이 땅에 닿습니다. 당연히 충격을 많이 받지요. 무릎에는 체중의 3.5배, 발목에는 4배, 허리에는 2.5배의 충격이 전달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자세와 준비운동이 매우 중요해요.”
그는 무릎관절이 나빠지는 걸 예방하려면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즉석에서 무릎관절 강화 운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 때문에 김 전 장관은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절대 혼자 하지 말고 좋은 스승이나 마라톤 경력이 5년 넘는 사람을 찾아 배우면서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매년 그의 달리기 일정은 그해 어떤 대회에 참가하느냐에 따라 맞춰진다.
“한 해에 2개 대회 정도를 목표로 삼고 그 대회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게끔 훈련 일정을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 3월 동아마라톤에 나가게 됐으면 3개월 전인 12월에는 헬스와 등산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1월부터 서서히 달리기 운동량을 늘리며 준비하는 거죠.”
하루 2시간 남짓의 달리기 훈련도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나이와 몸상태를 고려해 보통 1시간 정도를 스트레칭과 걷기 등 준비운동에 할애한다. 그는 마라톤대회 참가도 색다른 즐거움이 있지만 평소에 하는 새벽 달리기에는 4가지 즐거움, 즉 ‘사락(四樂)’이 있다고 한다.
“새벽에 과천 서울랜드 주변을 많이 뛰는 편인데 동이 터오는 경관이 정말 아름다워요. 그게 일락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운동하고, 운동 끝나고 샤워 뒤에 느끼는 개운한 맛이 이락입니다. 같이 운동한 사람들이 각자 싸온 음식을 풀어놓고 먹는 식도락의 즐거움이 삼락이요, 달리기를 함께 하는 아내 그리고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이 사락입니다.”
그는 마라톤을 해보니 정말 좋아 부인을 끌어들였고, 젊은 시절 친구 3명도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부부 동반으로 합류했다. 이들 8명은 지난해 11월 뉴욕마라톤에도 참가했다.
“우리처럼 인생의 종반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시시각각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만이 노년에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전 이대로라면 20년은 거뜬히 마라톤을 즐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50세가 넘은 중장년 세대에게 마라톤은 적합한 운동일까. 혹시 의구심이 든다면 김 전 장관의 모습이 이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적지 않은 나이인 56세에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지난 7년간 아무런 부상 없이 마라톤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7년간 42.195km의 풀코스에 12차례 도전해 이중 10회를 완주했다. 가장 좋은 기록은 2003년 초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세운 4시간27분대. 물론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마라톤은 장년층 건강법으로 최고”
“즐겁게 뛰고 덤으로 건강도 얻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는 게 김 전 장관의 이야기다. 그는 요즘 마스터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펀 런(Fun Run·즐겁게 뛰기)’의 신봉자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에 철저했다는 김 전 장관이 뒤늦게 마라톤에 입문한 것은 장년층에 맞는 건강법으로 마라톤만한 게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은퇴할 때까지 공직생활 절반 이상을 경제부처의 예산 편성 부서에서 보냈습니다. 나라의 전체 살림을 골고루 배정해야 하는 일인데 얼마나 업무가 많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원래 건강한 체질이 아닙니다. 그래서 건강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등산도 다니고 많이 걷고 골프도 틈틈이 쳤고요. 하지만 50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이 정도 운동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등산, 골프가 좋은 운동이기는 하지만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운동 효과는 적잖아요.”
그러던 중 2000년 가을 우연히 신문에서 ‘마라톤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는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처음엔 혼자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의사를 포함해 주위에선 “달리기가 몸에 충격을 많이 줘 중장년 세대에겐 맞지 않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몸에 무리가 왔다. 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던 그는 직원들을 시켜 수소문한 끝에 한국체대 김복주 교수를 찾아갔다. 김 교수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800m 금메달리스트로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전문가. 김 교수는 김 전 장관에게 걷는 자세부터 바로잡아줬다. 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마라톤에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면서 그는 비로소 마라톤에 눈뜰 수 있었다. 마라톤 이론서도 섭렵해 지금은 거의 마라톤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앞줄 오른쪽)과 부인 변양신 씨(왼쪽).
“달리기가 몸에 충격을 많이 주는 건 맞습니다. 걷기는 한 다리를 축으로 하니까 늘 한 발이 땅에 닿아 있잖아요. 하지만 달리기는 두 발이 모두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한 발이 땅에 닿습니다. 당연히 충격을 많이 받지요. 무릎에는 체중의 3.5배, 발목에는 4배, 허리에는 2.5배의 충격이 전달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자세와 준비운동이 매우 중요해요.”
그는 무릎관절이 나빠지는 걸 예방하려면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즉석에서 무릎관절 강화 운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 때문에 김 전 장관은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절대 혼자 하지 말고 좋은 스승이나 마라톤 경력이 5년 넘는 사람을 찾아 배우면서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매년 그의 달리기 일정은 그해 어떤 대회에 참가하느냐에 따라 맞춰진다.
“한 해에 2개 대회 정도를 목표로 삼고 그 대회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게끔 훈련 일정을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 3월 동아마라톤에 나가게 됐으면 3개월 전인 12월에는 헬스와 등산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1월부터 서서히 달리기 운동량을 늘리며 준비하는 거죠.”
하루 2시간 남짓의 달리기 훈련도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나이와 몸상태를 고려해 보통 1시간 정도를 스트레칭과 걷기 등 준비운동에 할애한다. 그는 마라톤대회 참가도 색다른 즐거움이 있지만 평소에 하는 새벽 달리기에는 4가지 즐거움, 즉 ‘사락(四樂)’이 있다고 한다.
“새벽에 과천 서울랜드 주변을 많이 뛰는 편인데 동이 터오는 경관이 정말 아름다워요. 그게 일락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운동하고, 운동 끝나고 샤워 뒤에 느끼는 개운한 맛이 이락입니다. 같이 운동한 사람들이 각자 싸온 음식을 풀어놓고 먹는 식도락의 즐거움이 삼락이요, 달리기를 함께 하는 아내 그리고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이 사락입니다.”
그는 마라톤을 해보니 정말 좋아 부인을 끌어들였고, 젊은 시절 친구 3명도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부부 동반으로 합류했다. 이들 8명은 지난해 11월 뉴욕마라톤에도 참가했다.
“우리처럼 인생의 종반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시시각각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만이 노년에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전 이대로라면 20년은 거뜬히 마라톤을 즐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