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붐이 일어난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아파트 공사현장.
10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공조와 중동지역 정세 안정 기여 등이 주둔 연장을 요청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측면을 부각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애초 목적에 없던 경제적 이득이란 과연 무엇일까.
2004년 김선일 사건의 여파로 한국 기업의 이라크 진출은 극히 제한됐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쿠르드 지역에 한해 기업 진출이 허용됐으며, 진출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LG전자는 아르빌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고, 올해 1월 한국석유공사는 쿠르드 지방정부와 4개 광구의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8월 한-이라크 공동법인 ‘코리쿠르디’는 쿠르드 지방정부와 23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국방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 내에서의 국내 기업 수주실적은 2004년 3300만 달러에서 올해 10월 3억5300만 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코리쿠르디는 10월28일 쿠르드 자치정부 투자청에 주택 5000가구 건설사업의 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 회사 전용우 전무는 “일진인터내셔널 등 6개 회사가 1차로 주택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 연말 안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유아이앤씨와 유아이에너지가 쿠르드 지역에 각각 1억4900억 달러와 2억5000만 달러 공사를 계약했으며, 현대건설 그리마건설 등이 각각 공사 수주를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이라크 내에서 발주한 공사(2700만 달러)를 시행 중인 기정건설 등 10여 개 업체도 이라크 현지의 다른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40억원 규모의 소형 발전설비 공사를 수주했고, 이라크 정정(政情)이 안정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올해 4월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이라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 적극 참가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동식 발전설비의 생산기술과 제품의 대량 구매 의사를 밝혔기 때문.
국내 기업이 이처럼 이라크에 진출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유는, 먼저 이라크 현지 상황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4년이 지났어도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여전히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라크에서는 개발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쿠르드 아르빌 지역은 치안이 안정되면서 올해 1월 국제무역박람회가 열렸고 건축자재 전시회(3월), 산업기술박람회(9월) 등도 개최됐다. 또 석유정제소와 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르빌 도훅 지역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2004년 100개에서 올해 404개로 크게 늘었다.
11월1일부터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걸프 이라크 박람회(GIX)’에 참가한 쿠르드 투자청 타하 젠게나 씨는 ‘걸프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쿠르드는 투자법을 제정해 투자 분위기를 만들고, 법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르드에선 외국인이 100% 소유권을 가질 수 있으며, 10년간 면세는 물론 5년간 관세도 면제해준다. 모든 나라가 쿠르드를 이라크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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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확보 경쟁 치열… 45개 해외 석유사 유전개발 MOU 체결
한편에서는 자이툰 부대의 주둔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9월5일 잘랄 탈레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한국군의 주둔을 희망한다”고 언급했고, 쿠르드 지역신문이 7월24일 현지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4%가 자이툰 부대 주둔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쿠르디 전용우 전무는 “쿠르드 자치정부 사람들을 만나면 자이툰 부대 얘기부터 꺼낸다. 자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은 친구 나라라며 비즈니스에서도 우선권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 2위 국가인 이라크에서 석유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부산하다. 그러나 이라크 내에서 신석유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기업들의 속이 타고 있다. 45개 해외 석유사들이 유전개발에 대한 MOU를 이라크 석유부와 체결했지만, 저항세력의 송유관 테러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한국군 주둔 지역인 쿠르드는 이라크에서 치안이 가장 안정돼 있어 석유자원 선점 및 진출 거점을 마련하려는 많은 석유사들이 이 지역에 접근하고 있다. 쿠르드 지방정부는 2008년 상반기까지 31개 유전을 외국 석유사에 분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유전개발권 획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4월12일 방한한 샤리스타니 이라크 석유부 장관이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기업의 이라크 신규 광구 입찰 참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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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안전 문제 등으로 정부 제약 많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진출에는 많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아직도 제약이 많은 것. 바그다드의 알카라마병원과 쿠르드 아르빌 시범학교 건립사업을 추진했던 삼미건설은 조만간 사무소를 철수할 계획이다. 삼미건설 관계자는 “새 사업을 하려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불편이 많고, 이라크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사무소를 철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10월17일 터키 의회가 이라크 북부에 은신하고 있는 쿠르드 반군(PKK)을 소탕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승인하면서 쿠르드 지역을 둘러싸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쿠르드 자치지역 내에 은신한 쿠르드 반군과 터키군의 무력 충돌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의 한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박복영 박철형 연구위원은 ‘이라크 내 쿠르드 지역의 정세와 전망’이라는 10월25일자 보고서에서 “쿠르드 지역 재건사업 참여와 관련해, 이 지역에 아직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만큼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해 (우리 기업이) 진출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미국이 쿠르드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다고 알려진 데다, 터키 업체 수십여 곳이 쿠르드에서 활동하고 있어 터키와 쿠르드 간 무력분쟁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상황이 가변적인 이라크는 여전히 기업 활동에 불편한 나라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의 땅일까. 이라크 진출을 꿈꾸는 기업인들은 잇속 따지기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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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 프로젝트 | 발주처 | 계약액 |
유아이앤씨 | 400병상 병원 건설(술레마니아) | 쿠르드 지방정부 건설 | 5736 |
도훅 300병상 병원 공사 | 도훅 주정부 | 8900 | |
유아이에너지 | 술레마니아 306MW 발전소 | 쿠르드 지방정부 | 2억5900 |
명승건축 | 한-이라크 직업훈련원(바그다드) 건립사업(설계+CM) | KOICA | 20 |
아르빌 리즈가리병원 응급센터 건립(설계, 감리) | 34 | ||
삼미건설 | 알카라마병원 증축 및 개선 | KOICA | 795 |
아르빌 시범학교 건립 | 768 | ||
유일엔 | 알카라마병원 증축 및 개선 | KOICA | 23 |
엄앤이 | 아르빌 시범학교 건립 사업(CM) | KOICA | 24 |
기정건설 | 한-이라크 직업훈련원 건축 | KOICA | 443 |
아르빌 리즈가리병원 응급센터 | 355 | ||
현종설계 | 아르빌 IT훈련센터(설계, 감리) | KOICA | 18 |
한미파슨스 | 기획개발협력부 청사 개보수(CM) | KOICA | |
지앤케이+그리마 | 아르빌 IT훈련센터 건립 | KOICA | 89 |
수자원공사+동신기술 | 아르빌 수력발전소 건립(설계, 감리) | KOICA | 122 |
업체 | 프로젝트 | 발주처 | 계약액 |
그리마건설 | 아르빌 노인복지센터 건립 | 미 육군 공병단 | 500 |
현대건설 | 바스라 400kW 변전소 공사 | 전력부 | 1억 |
코리쿠르디 | 아르빌 등 주택 5000가구 | 쿠르드 지방정부 건설 | 사업승인 |
* 자료제공 : 국방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