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된 이형구 씨의 작품 ‘아니마투스’.
예술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은 너무 멀리 배반의 길을 떠났다. 그러나 현대 작가들의 이런 도발적인 행위들이 용인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학교 주변에서 음식장사를 하려는데 식당이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하면 새로운 종목에 눈을 돌릴 것이다. 물론 종목을 바꾼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노래방이나 PC방처럼 수요층을 잘 파고들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미술도 어떤 양식이 확산돼 더는 신선함이 불가능해지면 수요층의 새로운 요구를 파악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앞서가는 기업은 아직 수요가 적을지라도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기존 제품과 다른 무엇을 개발하듯, 전위적인 작가들은 현재의 구태의연한 형식을 해체하고 미래를 열고자 도전한다. 물이 괴면 썩듯 모든 형식은 제도화되면서 부패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사명이 있다면 막연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기존의 부패한 형식에 시대적 생기를 부여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좋은 작품에는 그 시대의 부패를 읽을 수 있는 비판적 시각과 미래의 비전이 들어 있다. 그런 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은 안락과 편안함이 아니라 후련함과 통쾌함이다. 내 의식이 감당할 수 있는 편안한 작품 대신 오히려 뭔지 모를 몽롱한 상태로 인도하는 작품들에 흥미를 느낀다면 현대미술은 편협한 나를 열게 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좋은 작품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