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관광산업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해마다 관광수입과 방문 관광객 수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연간 방문 관광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1~6월) 방문객 수만 해도 490만명. 반년 만에 450만 자국민보다 많은 관광객이 싱가포르를 다녀간 것이다. 이는 전년 대비 5.2% 상승한 결과인데, 관광수입은 이보다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전체 관광수입이 64억 싱가포르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관광산업의 ‘질’도 개선된 셈이다.
주로 관광 분야에서 생긴 적자 때문에 지난해 188억 달러(약 17조5300억원)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기록,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서비스수지 적자 국가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낸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성장세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인구 4800만명의 한국은 올해 상반기 방문 관광객 수가 301만명에 그쳤다.
서울만한 크기의 작은 도시국가로 천혜절경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중국 본토나 유럽 국가들처럼 세계적인 역사문화 유적을 보유한 것도 아닌 싱가포르가 이처럼 많은 외국 손님을 불러모으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축제·수륙양용 버스 투어 등 독특한 관광상품 즐비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첫째 비결로 꼽았다. 리셴륭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제창한 ‘무제한 관광(Tourism Unlimited)’의 기치 아래 2005년 싱가포르관광청(STB·Singapore Tourism Board)은 중장기 과제로 ‘Tourism 2015’를 발표했다.
2015년까지 관광수입을 300억 싱가포르달러로 3배 늘리고, 방문 관광객도 1700만명으로 2배 이상 늘린다(2004년 대비)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STB는 3가지 전략을 수립했다. △아시아 최고의 컨벤션 및 전시회 장소로 자리매김 △ ‘유니클리 싱가포르(Uniquely Singapore)’라는 브랜드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레저도시로 발전 △ 수준 높은 의료 및 교육 서비스를 갖춰 아시아 서비스 중심으로 도약이 그것이다.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연동계획(Rolling Plan)이 매우 잘 짜여 있다”고 평가했다. 레저도시 전략의 연동계획 예로는 음식·패션·춤·스포츠 등 매달 대여섯 가지의 축제를 열고, 싱가포르 대표음식인 ‘칠리크랩’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나눠주고, 물 위와 도로를 달리는 수륙양용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덕 투어(Duck Tour)처럼 독특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시간여유가 없는 관광객을 위해 ‘금요일 야간쇼핑’(자정까지 연장영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항공권과 호텔숙박권이 포함된 ‘시아 홀리데이’ 상품도 외국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STB 주도로 개발된 이 상품은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대 15일까지 연장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도 여행객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지난해 이어 올해 여름휴가 때도 시아 홀리데이 상품으로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에 다녀온 배모(37) 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 서비스와 시설 좋은 호텔, 그리고 자녀가 좋아하는 나이트사파리 등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지지부진 한국 “부럽다 부러워”
한편 각종 비즈니스 행사의 적극적인 유치는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광객의 28%가량이 비즈니스 방문객인데, 이들이 지출하는 돈이 전체 관광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40억 싱가포르달러에 달한다. 연간 40만명에 이르는 의료관광객, 180만명의 해외 유학생들도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이다. 싱가포르는 교육산업의 육성을 위해 ‘Global Schoolhouse’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세계 유수대학 캠퍼스 10개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다. 그 결과 유럽 유수의 경영대학원 인세아드(INSEAD),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존스홉킨스대학,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 등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껌 판매를 금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엄격한 나라 싱가포르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면 이런 사회적 ‘전통’마저 거스를 만큼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2009년 개장을 목표로 2개의 카지노를 건설 중이다. 카지노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자 리콴유 전 총리가 나서 “나는 도박에 반대한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뀌는 게 맞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관광산업 육성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심원섭 관광정책팀장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 국가들이 15%, 싱가포르가 1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로 저조한 형편”이라며 “관광산업 비중이 10%로 성장할 때까지는 고용창출 효과가 대단히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최근 ‘관광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로 ‘관광입국(觀光立國) 행동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연구원 류지은 여가정책팀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물가가 비싼 탓에 가격경쟁력이 뒤진다고 얘기해왔는데, 싱가포르는 최근 물가가 크게 올랐어도 관광객들에게 가격 대비 높은 만족(Value of Price)을 주고 있어 여전히 인기가 높다”며 “외국 손님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또 “싱가포르에 가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관광홍보물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근 국가와의 연계도 잘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을 경쟁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도쿄에 온 관광객이 서울을, 서울에 온 관광객이 도쿄를 방문하도록 유인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싱가포르 관광 관련 카페 ‘토니의 싱가포르/KL 정보센터’를 운영하는 김용우 씨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를 호텔 종업원이나 관광지 청소원 등으로 활용해 비용을 낮추는 싱가포르의 유연한 인력정책도 ‘고비용’에 시름하는 한국 관광업계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1~6월) 방문객 수만 해도 490만명. 반년 만에 450만 자국민보다 많은 관광객이 싱가포르를 다녀간 것이다. 이는 전년 대비 5.2% 상승한 결과인데, 관광수입은 이보다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전체 관광수입이 64억 싱가포르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관광산업의 ‘질’도 개선된 셈이다.
주로 관광 분야에서 생긴 적자 때문에 지난해 188억 달러(약 17조5300억원)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기록,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서비스수지 적자 국가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낸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성장세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인구 4800만명의 한국은 올해 상반기 방문 관광객 수가 301만명에 그쳤다.
서울만한 크기의 작은 도시국가로 천혜절경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중국 본토나 유럽 국가들처럼 세계적인 역사문화 유적을 보유한 것도 아닌 싱가포르가 이처럼 많은 외국 손님을 불러모으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축제·수륙양용 버스 투어 등 독특한 관광상품 즐비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첫째 비결로 꼽았다. 리셴륭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제창한 ‘무제한 관광(Tourism Unlimited)’의 기치 아래 2005년 싱가포르관광청(STB·Singapore Tourism Board)은 중장기 과제로 ‘Tourism 2015’를 발표했다.
2015년까지 관광수입을 300억 싱가포르달러로 3배 늘리고, 방문 관광객도 1700만명으로 2배 이상 늘린다(2004년 대비)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STB는 3가지 전략을 수립했다. △아시아 최고의 컨벤션 및 전시회 장소로 자리매김 △ ‘유니클리 싱가포르(Uniquely Singapore)’라는 브랜드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레저도시로 발전 △ 수준 높은 의료 및 교육 서비스를 갖춰 아시아 서비스 중심으로 도약이 그것이다.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연동계획(Rolling Plan)이 매우 잘 짜여 있다”고 평가했다. 레저도시 전략의 연동계획 예로는 음식·패션·춤·스포츠 등 매달 대여섯 가지의 축제를 열고, 싱가포르 대표음식인 ‘칠리크랩’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나눠주고, 물 위와 도로를 달리는 수륙양용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덕 투어(Duck Tour)처럼 독특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시간여유가 없는 관광객을 위해 ‘금요일 야간쇼핑’(자정까지 연장영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항공권과 호텔숙박권이 포함된 ‘시아 홀리데이’ 상품도 외국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STB 주도로 개발된 이 상품은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대 15일까지 연장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도 여행객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지난해 이어 올해 여름휴가 때도 시아 홀리데이 상품으로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에 다녀온 배모(37) 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 서비스와 시설 좋은 호텔, 그리고 자녀가 좋아하는 나이트사파리 등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지지부진 한국 “부럽다 부러워”
한편 각종 비즈니스 행사의 적극적인 유치는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광객의 28%가량이 비즈니스 방문객인데, 이들이 지출하는 돈이 전체 관광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40억 싱가포르달러에 달한다. 연간 40만명에 이르는 의료관광객, 180만명의 해외 유학생들도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이다. 싱가포르는 교육산업의 육성을 위해 ‘Global Schoolhouse’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세계 유수대학 캠퍼스 10개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다. 그 결과 유럽 유수의 경영대학원 인세아드(INSEAD),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존스홉킨스대학,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 등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껌 판매를 금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엄격한 나라 싱가포르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면 이런 사회적 ‘전통’마저 거스를 만큼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2009년 개장을 목표로 2개의 카지노를 건설 중이다. 카지노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자 리콴유 전 총리가 나서 “나는 도박에 반대한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뀌는 게 맞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관광산업 육성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심원섭 관광정책팀장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 국가들이 15%, 싱가포르가 1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로 저조한 형편”이라며 “관광산업 비중이 10%로 성장할 때까지는 고용창출 효과가 대단히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최근 ‘관광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로 ‘관광입국(觀光立國) 행동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연구원 류지은 여가정책팀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물가가 비싼 탓에 가격경쟁력이 뒤진다고 얘기해왔는데, 싱가포르는 최근 물가가 크게 올랐어도 관광객들에게 가격 대비 높은 만족(Value of Price)을 주고 있어 여전히 인기가 높다”며 “외국 손님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또 “싱가포르에 가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관광홍보물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근 국가와의 연계도 잘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을 경쟁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도쿄에 온 관광객이 서울을, 서울에 온 관광객이 도쿄를 방문하도록 유인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싱가포르 관광 관련 카페 ‘토니의 싱가포르/KL 정보센터’를 운영하는 김용우 씨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를 호텔 종업원이나 관광지 청소원 등으로 활용해 비용을 낮추는 싱가포르의 유연한 인력정책도 ‘고비용’에 시름하는 한국 관광업계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