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8광구 유전을 설명하는 전대월 KCO회장.
김대중 정부를 흔들었던 ‘이용호 게이트’의 주역 이용호 씨가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은 것은 8월7일. 사건은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한정식집에서 벌어졌다. 칼과 망치로 무장한 괴한 3명의 무차별적 공격에 이씨는 칼에 다리를 찔리고 유리병에 머리를 맞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괴한 중 한 명은 “이씨를 걷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사건 전말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오태희 변호사는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은 가지만 아직은 가해자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 경찰조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올 3월 형 집행정지로 출소한 이씨의 재기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바로 오 변호사다. 지난 수년간 이씨의 변호사이자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고락을 같이해온 그는 이씨의 출소에 맞춰 M·A 전문기업인 투자회사 오빌홀딩스를 만들어 이씨를 반겼다. 이 회사의 대표인 오 변호사는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이씨를 “우리 회사의 고문”이라고 소개한다.
오빌홀딩스는 이씨의 출소에 ‘딱’ 맞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에도 상장사 파인디지털(5.58%), 파라웰빙스(20.07%)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씨가 줄기세포 사업 참여를 타진하기 위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를 만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일까. 오빌홀딩스의 실소유주가 이씨라는 소문이 업계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문에 오 변호사는 펄쩍 뛴다.
“오빌홀딩스와 이용호 회장은 아무런 관련도 없다. 물론 이 회장이 사업을 재개한다면 오빌홀딩스는 적극 도울 생각이다.”
이용호 씨 변호사가 이씨 출소 맞춰 M·A 회사 만들어
오 변호사에 따르면, 출소 직후부터 이씨는 여러 곳에서 사업 제안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돈을 댈 테니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나 경영자로 와달라는 곳도 많다는 것. 이씨의 한 측근은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해 이씨의 본격적인 재기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체육복표 사업비리로 김대중 정부를 뒤흔들었던 최규선 씨가 에너지 사업가로 재기한 것은 지난해 12월. 상장사 유아이에너지(구 서원아이앤비) 대표가 된 그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의 재기를 축하라도 하듯, 들러리로 나선 인사들의 면면도 화제를 뿌렸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감사), 미 국방장관 출신 프랭크 칼루치 칼라인그룹 명예회장, 미 국무부 차관 출신 니콜라스 벨리오츠 주 이집트 대사, 한반도 전문가인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고문)가 줄줄이 이름을 올린 것. 검사 출신 강호성 변호사와 박웅서 전 삼성그룹 고문도 각각 사외이사와 감사로 영입됐다. 제프리 존스 전 회장은 최근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참여로 19억8000만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유아이에너지가 그간 밝힌 사업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특히 이라크에서 수주한 각종 사업실적이 관심을 모은다. 다음은 그동안의 주요 공시 내용.
- 2007년 1월 이라크 도훅 300병상 병원공사 수주(8900만 달러)
- 2007년 1월 미국 버지니아글로벌 에너지 컨설턴트와 이라크 유전개발 독점계약
- 2007년 4월 이라크 발전소 건설 수주(2450억원)
- 2007년 6월 멕시코만 유전개발 참여 확대
- 2007년 8월 노칸그룹과 이라크 광물자원 합작투자
올해 4월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이라크에서 사업을 수주한 국내 기업은 유아이에너지가 유일하다. ‘유아이에너지가 수주했다고 발표한 발전소와 2건의 병원 건설 외 다른 공사들은 대부분 국제협력단 및 자이툰부대 발주공사’라고 설명돼 있을 정도.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왼쪽)과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이사.
그러나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단 현금화된 실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유아이에너지는 올 상반기에도 엄청난 적자를 기록해 실망감을 키웠다. 올 상반기 순손실만 59억원(매출 69억4300만원). 아직 최규선이라는 이름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음을 말해주는 결과일까.
해외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유아이에너지가 공시해온 각종 해외사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결과가 불투명한 공시로 주가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라크 상황이 불안한 만큼 서류상의 계약은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국책은행이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유아이에너지 측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이라크에서는 대부분의 사업이 현금결제되는 경우가 많아 신용장 개설이 필요없다. 계약과 공사가 이뤄지면 동시에 결제가 이뤄진다. 현재 최고 등급의 국제은행(First Class Bank)을 통해 현금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사업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아이에너지 측은 서면답변서를 통해서도 “멕시코만 유전·가스전 사업의 경우 9월 정밀생산성 시험을 거쳐 내년 1월 생산에 들어간다. 이라크 발전설비 사업은 토목공사가 완료됐고, 발전설비가 곧 출하될 예정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의 자금 흐름 등 경영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이 없었다.
‘오일게이트’의 핵심이던 전대월 씨 역시 지난해 8월 러시아 석유회사 ‘톰가즈네프티’의 대표가 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5월에는 상장사인 자동차 부품회사 ‘명성’도 인수했다. 전씨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38.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전씨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명성은 회사명을 KCO에너지로 변경했다.
전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톰가즈네프티’ 측이 확보한 사할린 제8광구의 매장량이 1억5000만t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개발권을 따낸 사할린 북부 유즈노-다긴스키 육상유전도 최소 6000만 배럴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6개월 남짓 옥고를 치른 뒤 무일푼이 된 전씨가 재기하는 데 들어간 돈은 ‘톰가즈네프티’의 자본금 1만 루블(37만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전씨는 현재 이 회사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다.
사할린 유전사업권을 따낸 뒤 이 회사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졌다. 전씨도 최근 명성의 유상증자 성공으로 장부상으로만 10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두고 있다. 전씨는 이와 관련해 “껍데기뿐인 회사를 싸게 사서 유전사업권을 따내 알짜 회사로 바꿔놨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느냐고 묻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능력’이라는 말밖에 없다”고 했다.
‘최규선 게이트’, 법조 브로커 ‘윤상림 게이트’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송재빈(39) 전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대표도 최근 화려하게 증시에 재입성했다. 싸이더스 측은 송씨가 해외사업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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