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사항 관철은 여론의 지지 없이는 힘들다.<br> 7월8일 서울시공무원 임용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
그런 점에서 올해 7월의 공식적인 교섭절차는 공무원노조 간 의견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이 이번 단체교섭에서 요구한 362개 항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임금 인상, 출산휴가 확대, 수당 인상과 신설, 정년 연장 등은 민간 처지에서 보면 공노총 측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노조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긍정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공노총이 이렇듯 많은 요구사항을 내놓은 것은 아마도 공노총 산하 여러 노조가 각자의 주장을 반영하려는 경쟁심리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복수노조를 허용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계기라고도 볼 수 있다. 민간에서도 최근에야 허용된 복수노조를 공무원노조에 너무 일찍 도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공무원 노사관계에서는 먼저 단일노조 체제로 출발해 노사관계의 기반을 닦은 이후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방법이 더 나았을 것이다.
정부당국도 기싸움보다 진지한 토론과 설득에 힘써야
이렇게 여론이 악화되면 공무원노조의 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무원 노사관계에서 궁극적인 사용자는 정부당국이 아니라 국민이며, 공무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대부분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즉, 공노총의 요구사항이 관철되려면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노조는 이번 단체교섭 요구사항이 대부분 장기 과제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여론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
정부당국도 교섭에 임하면서 공무원노조와 ‘기(氣)싸움’을 벌이기보다 요구사항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설득을 이끌 필요가 있다. 즉, 과거 민간 노동현장에서의 부정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법과 질서를 지켜나가야 할 공무원들의 노사관계인 만큼 건전하면서 생산적인 노사협의가 가능하도록 정부당국이 앞장서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노사교섭을 지켜보는 언론과 이해관계자들도 잘못만 지적하고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협상하고 타협할 수 있는 길로 유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 사상 최초의 공무원 노사교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앞으로 공무원 노사협상이 상생과 공존의 장으로 진행되는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