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완치가 아니라 꾸준한 혈압 조절이 중요한 질환이다.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받게 되는 질문이다. 이는 혈압약을 계속 먹으면 콩팥이 나빠진다고 하는 오해만큼이나 흔한 오해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유병률은 30% 정도에 이르러 2010년이면 8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암 사망률만큼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오해에 따른 환자들의 치료 기피는 뇌중풍(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신부전증 같은 고혈압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고혈압 합병증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국민보건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혈압약에 대한 그릇된 정보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고혈압의 가장 큰 원인은 다른 기저 질환이 있는 이차성 고혈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시 젊어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는 질환이다. 따라서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혈압을 꾸준히 조절하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혈압 조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들 중에는 혈압을 조절해서 합병증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들은 완치가 안 된다고 하면 혈액개선제로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을 먹거나 주위 사람들이 권하는 민간요법을 찾기도 한다. 이는 평생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유사 의료시장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식 치료를 망설이거나 도중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혈압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지만 혈압이 정상범위에서 조절되는 환자는 전체 투약 환자의 절반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약을 먹으니까 잘 조절되겠지’ 하고 혈압 조절과는 상관없이 같은 약을 동일한 용량으로 반복해 복용하거나, 약을 먹고 있다는 이유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 체중조절 같은 노력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먼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시행하고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시력이 나빠져 한 번 안경을 쓰면 계속 착용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생활습관 개선을 소홀히 하고 불규칙하게 약을 복용하면 고혈압은 어느새 합병증 발생이라는 무서운 상황을 맞게 된다.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중독되는 마약이 아니다. 고혈압을 완치해주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다. 고혈압과 혈압약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를 털어버리고 건강한 생활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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