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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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한 살 강수연 “고교생 연기쯤이야”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3-05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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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한 살 강수연 “고교생 연기쯤이야”
    형식 파괴, 장르 타파와 더불어 연기자들의 생물학적 나이 파괴가 드라마에 대세로 번지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여배우는 30대만 넘어도 어머니 연기, 심지어 노인 역으로까지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관능미의 화신 김혜수도 이미 20대 초반에 아이 엄마로 브라운관에 등장한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마흔이 된 여자 연기자가 고등학생 연기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연출자들의 과감한 캐스팅이 불러온 결과다.

    20대부터 화려한 톱스타의 길을 걸었던 30대 여배우들이 그동안 기피했던 캐릭터나 일일극 등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모습 역시 달라진 풍경이다. 최근 나이가 마흔하나인 월드스타 강수연은 6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여고생 교복 입기’에 용기를 내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잘 관리해왔기 때문에 무려 20년이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준 그녀의 변신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는 반응.

    드라마를 위해 강수연이 준비한 것이라고는 디지털 환경에서 피부 상태가 더 잘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 피부관리를 받는 정도였다. 강수연은 복귀작 MBC ‘문희’에서 30대 초반의 인생 역정을 겪은 커리어 우먼이자 강한 모정의 소유자로 분한다. 이복오빠로 등장하는 정웅인의 경우 실제로는 강수연보다 다섯 살 연하지만 최근 공개된 드라마 예고편에서 오빠 동생으로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강수연의 상대역인 조연우 역시 34세로 실제로는 강수연보다 일곱 살 어리지만 상대남으로 등장한다. 더 놀라운 것은 혼기가 찬 딸을 둔 쉰 살이 넘은 김해숙의 연상 연하 부부 캐스팅이다. 띠동갑 나이차를 보이는 김해숙과 박상면은 드라마 ‘문희’에서 극중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연상 연하 커플로 등장한다. 김해숙은 어머니 역할에서 강점을 보여온 중견배우지만 이번에는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여인의 향기를 짙게 풍길 예정. 김해숙은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는 같은 캐릭터의 엄마 연기가 많았지만 이번 역할 장한나는 그에 비해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서 “시절이 좋아져 다시 예전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엄마’ 역할이 아닌 ‘여자’ 역할 때문인지 그녀는 요즘 건강관리와 살빼기에 여념이 없다는 후문도 들린다.

    MBC 일일극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최진실도 마흔에 가깝지만 극중에선 30대 초반으로 돌아갔다. 드라마에서 긴장관계에 있는 30대 초반 성현아와 나이대를 맞추느라 7~8년의 거품을 뺐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오죽하면 성현아가 오히려 함께 찍는 사진촬영에서 긴장했을 정도라고.

    SBS 주말극 ‘사랑에 미치다’로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미연도 마찬가지다. 실제 일곱 살 연하의 윤계상과 멜로 연기를 보여주지만 30대 중반의 실제 나이와 극중 캐릭터는 큰 차이 없이 잘 녹아든다는 평이다. 이미연은 “조금만 피곤해도 그대로 피부에 드러나는 나이라 촬영감독, 조명감독이 (화면에서 예쁘게 찍느라) 고생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미연은 한때 여배우의 나이 듦에 대해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의 눈가 주름을 보지 말고 눈동자가 얼마나 깊어지는지를 봐달라”고 말해 배우로서의 고민과 연기 의욕을 내보인 적이 있다. 그리고 요즘은 “사람이 자신의 나이에 미안하지 않게 사는 게 참 힘든 일”이라며 사뭇 진지해진 모습으로 주위를 압도한다.



    여배우들의 나이보다 연기에 대한 집중과 분석, 내외부적 자기관리가 더욱 주목받는 방송계 분위기와 관련해 드라마 ‘문희’의 연출을 맡은 이재갑 감독은 “캐릭터를 고민할 때 배우 나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 그 배우가 캐릭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면서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배우의 연기적 힘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더 확고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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