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 2월 초, 모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오늘도 불만스런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UCC 동영상이 화제였다.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을 자막으로 처리하고 인터넷상에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새롭게 편집해 UCC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공부가 당신을 괴롭게 합니까?’라는 자막과 동시에 공부하는 학생의 사진이 나온다. 다음 장면에는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글을 쓰는 아프리카 흑인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자막이 나오는 식이다. 또 햄버거를 먹는 외국 소녀의 사진에 ‘채소가 싫습니까?’라는 자막이 흐른 다음, 흑인 아이들의 앙상한 상체를 드러낸 사진과 함께 ‘그들은 굶주려 죽어갑니다’라는 자막이 붙는다.
이 UCC 동영상은 ‘당신은 아직도 불평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사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을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끝을 맺는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동영상을 보고 현재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반응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가슴 뭉클한 UCC도 저작권 잣대를 들이대면 불법 콘텐츠로 탈바꿈한다. 인터넷상에 있는 저작물인 기존 사진을 도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었으나 언제든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 동영상 올리면 선거법 위반 될 수도
상황 2) 평소 인터넷에 UCC 동영상을 직접 올리거나 즐겨 보는 고등학생 K군. 2007년 대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얼마 전 우연히 학교 근처 시장에서 유력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 지나는 것을 목격했다. K군은 신기한 나머지 습관처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그 후보를 촬영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 그런데 이 동영상은 K군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K군은 선거운동의 의미를 지닌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어느새 범법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두 사례는 가상의 소설이 아니다. 현행법대로라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대선이라는 시대적 호기를 맞아 급속도로 팽창하는 UCC 세상에서는 누구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이 동영상을 올리는 행위가 은연중에 저작권 침해 및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은 악성 댓글(악플)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UCC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형식과 틀보다는 자유와 표현을 중시하는 UCC 동영상은 각종 규제를 본의 아니게 띄엄띄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호한 기준이 문제
UCC 동영상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서비스 사업자들의 자체 감시 역량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모든 UCC를 저작권 침해물로 봐야 하는지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
저작권자들은 방송 콘텐츠의 일부분이라도 UCC에 도용했을 경우 ‘침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UCC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해서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따라 다른 한편에서는 저작물의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는 ‘인용권’이라는 새 개념을 주장한다. 논문을 쓸 때 참고서적을 인용하듯, UCC를 제작할 때도 기존 저작물을 일부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전제다. 과연 어느 쪽이 법원칙과 사회질서에 적합할까.
선거법 위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상 UCC 관련 적용 규정 안내에 따르면, UCC의 내용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를 넘어 선거운동에 이르는 내용이라면 선거운동 기간(11월27일∼12월18일)이 아닌 때에는 어느 누구도 인터넷에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와 선거운동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 자칫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으로 흐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가이드라인 만든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1월31일 문화관광부는 4월까지 UCC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산하 저작권보호센터를 통해 불법 UCC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등 UCC 저작권 문제를 정부정책 안으로 끌어들이기로 한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상반기에 UCC와 대선 관련 가이드라인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UCC 사업자들은 저작권과 대선 관련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는 데는 환영했지만 사용자의 표현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사용자 계몽도 중요한 축이다. UCC의 주요 사용 연령층이 10, 20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제를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문제 해결 실마리가 정부와 사업자, 사용자 모두에게 넘어간 셈이다.
2월6일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른바 ‘파워블로거’를 초대해 UCC 저작권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한 블로거는 “다양한 사이버공간의 문화를 규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법적인 규제만으로는 문화관광부가 지향하는 문화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블로거도 “개인의 저작권과 이익이 극대화되는 가이드라인은 중요하지만 다양성과 폭넓은 참여를 막는 법적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블로거들의 견해를 문화관광부와 사업자, 저작권자 모두 곱씹어볼 일이다.
이 난은 IT 기자클럽과 공동 기획으로 꾸며집니다.
이를테면 ‘공부가 당신을 괴롭게 합니까?’라는 자막과 동시에 공부하는 학생의 사진이 나온다. 다음 장면에는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글을 쓰는 아프리카 흑인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자막이 나오는 식이다. 또 햄버거를 먹는 외국 소녀의 사진에 ‘채소가 싫습니까?’라는 자막이 흐른 다음, 흑인 아이들의 앙상한 상체를 드러낸 사진과 함께 ‘그들은 굶주려 죽어갑니다’라는 자막이 붙는다.
이 UCC 동영상은 ‘당신은 아직도 불평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사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을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끝을 맺는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동영상을 보고 현재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반응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가슴 뭉클한 UCC도 저작권 잣대를 들이대면 불법 콘텐츠로 탈바꿈한다. 인터넷상에 있는 저작물인 기존 사진을 도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었으나 언제든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 동영상 올리면 선거법 위반 될 수도
상황 2) 평소 인터넷에 UCC 동영상을 직접 올리거나 즐겨 보는 고등학생 K군. 2007년 대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얼마 전 우연히 학교 근처 시장에서 유력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 지나는 것을 목격했다. K군은 신기한 나머지 습관처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그 후보를 촬영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 그런데 이 동영상은 K군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K군은 선거운동의 의미를 지닌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어느새 범법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두 사례는 가상의 소설이 아니다. 현행법대로라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대선이라는 시대적 호기를 맞아 급속도로 팽창하는 UCC 세상에서는 누구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이 동영상을 올리는 행위가 은연중에 저작권 침해 및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은 악성 댓글(악플)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UCC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형식과 틀보다는 자유와 표현을 중시하는 UCC 동영상은 각종 규제를 본의 아니게 띄엄띄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월21일 국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포털사이트 미디어 담담자 등이 모인 가운데 '선거용 UCC의 역할과 바람직한 규제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UCC 동영상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서비스 사업자들의 자체 감시 역량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모든 UCC를 저작권 침해물로 봐야 하는지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
저작권자들은 방송 콘텐츠의 일부분이라도 UCC에 도용했을 경우 ‘침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UCC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해서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따라 다른 한편에서는 저작물의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는 ‘인용권’이라는 새 개념을 주장한다. 논문을 쓸 때 참고서적을 인용하듯, UCC를 제작할 때도 기존 저작물을 일부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전제다. 과연 어느 쪽이 법원칙과 사회질서에 적합할까.
선거법 위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상 UCC 관련 적용 규정 안내에 따르면, UCC의 내용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를 넘어 선거운동에 이르는 내용이라면 선거운동 기간(11월27일∼12월18일)이 아닌 때에는 어느 누구도 인터넷에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와 선거운동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 자칫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으로 흐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가이드라인 만든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1월31일 문화관광부는 4월까지 UCC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산하 저작권보호센터를 통해 불법 UCC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등 UCC 저작권 문제를 정부정책 안으로 끌어들이기로 한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상반기에 UCC와 대선 관련 가이드라인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UCC 사업자들은 저작권과 대선 관련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는 데는 환영했지만 사용자의 표현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사용자 계몽도 중요한 축이다. UCC의 주요 사용 연령층이 10, 20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제를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문제 해결 실마리가 정부와 사업자, 사용자 모두에게 넘어간 셈이다.
2월6일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른바 ‘파워블로거’를 초대해 UCC 저작권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한 블로거는 “다양한 사이버공간의 문화를 규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법적인 규제만으로는 문화관광부가 지향하는 문화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블로거도 “개인의 저작권과 이익이 극대화되는 가이드라인은 중요하지만 다양성과 폭넓은 참여를 막는 법적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블로거들의 견해를 문화관광부와 사업자, 저작권자 모두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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