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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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 출신 만학도 ‘1038’ 쓰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3-05 1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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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독 광부 출신 만학도 ‘1038’ 쓰다
    김태우(66) 신영필름 대표는 논픽션 ‘1038’을 쓰고 있다. 1038은 ‘지하 1000m’ ‘섭씨 38도’를 가리킨다. 김 대표가 대학을 다니던 1960년대 초 한국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독일 탄광에서 일할 광부 50명 모집에 4만명이 몰리던 시절이었다.

    “광부 시험에 합격했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꼭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었어.”

    1960년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김 대표는 3학년 2학기 때 ‘돈을 벌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를 비롯한 광부들의 급여는 정부가 독일에서 빌려온 1억4000만 마르크의 담보였다.

    “지하 1000m 막장은 지옥 그 자체였어. 뭐든 배워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꿋꿋이 버텼지.”

    김 대표는 석탄 채굴 관련 자격증을 따는 등 독일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광부 계약이 끝난 뒤 독일에 남아 영화 공부를 더 했다.



    “영화뿐 아니라 독일이라는 나라를 더 알고 싶었거든. 그들의 근면, 정직, 정부(正否) 구분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해.”

    독일에서 돌아온 김 대표는 1969년 신영필름을 세웠다. ‘왕의 남자’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등의 영화에 그의 손때가 묻어 있다. 2월21일 서울 충무로에서 만난 그는 “오늘 4학년 1학기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을 납부했다”며 웃었다. 김 대표가 대학에 복학한 것은 가슴속에 웅크려 있던 배움의 열망을 주체하지 못해서다.

    “사정이 여의치 못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이야. 배움에 열망이 있지만 환경 탓에 공부를 못해서야 쓰겠어?”

    그는 ‘1038’에 개인사를 적어 내려가면서 살아온 세월을 반추한다. ‘1038’엔 그가 후학들에게 전해주고픈 이야기들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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