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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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기사, 재해석하는 능력 키워라

  •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http://cafe.daum.net/hurrah2

    입력2007-03-05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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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기사, 재해석하는 능력 키워라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신문이나 시사주간지 등에서 본 독특한 기사를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능력의 부족을 들고 싶다. 대부분 학생들은 흥미로운 내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뿐이다. 읽은 내용을 논술답안에서 다른 상황으로 재해석할 줄 모른다. 결국 창의적인 논술답안이 되지 못함은 자명한 일이다. 고득점을 염두에 둔 논술 수험생의 처지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특정 내용을 다른 상황을 통해 재탄생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창의력을 발휘한 결과다. 다음 글을 읽어보자.

    “조선통신사는 단숨에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다. 조선 영조 때 문인 김인겸은 1764년 통신사 행렬이 일본 에도(도쿄)에 입성할 때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에도로 향하는 30리 길이 빈틈없이 인파로 이어져 있으니 대체로 헤아려보면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 통신사가 숙소에 당도하면 사절단의 한시와 서예, 그림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우리를 만나려는 일념으로 200리, 300리 떨어진 곳에서 식량까지 갖고 여기까지 와서 5, 6개월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그들에게 글을 써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낙담하겠는가.’ 김인겸의 또 다른 기록이다.” - 홍찬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 글을 그대로 수용하면 ‘조선통신사 김인겸은 일본에서 인기가 좋았다’가 된다. 약 400년 전의 이 기록을 오늘날 논술 수험생이 읽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이른바 재해석이 필요하다. 이를 오늘날 한류(韓流) 열풍과 관련지어 해석하면 어떨까? 비슷한 맥락을 지닌 문장을 잡아 오늘의 현상과 관련시켜 가치를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 논술시험에서 ‘한류 열풍’에 대한 논제가 나왔다면 대부분 학생들은 ‘배용준 등’과 관련지어 논의를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인 답안일 뿐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이 400년 전의 통신사 김인겸을 예로 들어 한류 열풍의 가치를 논의했다면 어떨까? 한국이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였으며, 일본을 문화로써 교화한다는 자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인겸의 경우를 들어 오늘날 한류 열풍에 대한 반성도 가능하다.

    “세종은 왜 한글을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그러나 세종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삼강행실도’다. 이 책이 만들어진 동기는 세종 10년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진주 사람 김화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세종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며 효자, 충신 등의 사례를 담은 행실도의 간행을 지시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삼강행실도’는 내용과 함께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림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그러나 세종은 글자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이 그림만으로는 제대로 된 뜻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글자 창제의 필요성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다.” - KBS ‘역사스페셜’

    이 글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가 백성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세종대왕이 문자가 있는 사대부 등의 양반이 아니라 문자가 없던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외국어인 한문은 양반이 썼고, 한글은 백성이 쓸 것이라는 게 세종의 생각이었다. 논술 수험생들은 이런 해석을 오늘날의 경우로 재해석해보자. 어떤 상황과 맥이 닿을까? 그렇다. ‘영어공용화 논란’이다. 여기서 영어공용화 논란에 역사적 인물인 세종대왕을 관련시키면 된다. 창의적 전략이다.



    다음 단계는 답안의 서론에서 도발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영어공용화를 찬성할 것이다”라고 서론 첫 문장에 쓴다면 어떨까? 그 결과 자신의 영어공용화 찬성 논리에 세종을 끌어들여 자기 주장을 강화하고 논의의 심층화를 얻을 수 있다. 상식적인 학생이라면 세종이 영어공용화를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이라면 한글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학생은 영어공용화를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점을 달리하여 생각했기 때문이다.

    논술 수험생들이여, 신문이나 시사주간지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을 때 자기 관점으로 적용 범위를 생각해보자. 과거의 역사적 내용을 오늘날의 경우에 적용해보자. 반대로 오늘날의 내용을 과거 상황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자. 양쪽 간에 한 가닥 실마리만 연결돼도 무한한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 결과 과거의 내용이 현재적 상황에서 가치가 발현된다. 또한 현재적 내용이 과거의 상황에서 재탄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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