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 있다’
사실 이 중에는 납득이 안 가는 전시물도 있다. 자연사박물관에 왜 로마황제 옥타비아누스며 훈족의 아틸라, 이집트의 왕 인형이 전시돼 있냐는 거다. 착오였든 고의였든 시비 걸 생각은 없다.
오히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밀랍인형은 자연사박물관과 어울려 보인다. 그는 미국 대통령 중에서 자연사박물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일 것이다. 사냥과 야외생활을 즐긴 그는 미국의 지리와 지질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반대파에게서 ‘빌어먹을 카우보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그이기에 말 위에 앉은 영화 속 모습은 적절한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영화는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살아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박물관 유물을 놓고 세계가 격렬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박물관과 그 유물의 역사는 제국주의적 식민과 착취의 역사였다. 그래서 지금의 약탈 문화재 반환운동은 일종의 제국주의 유산 청산작업이다.
영화 ‘다빈치 코드’가 많은 관객을 끌어들였다면 거기에는 루브르박물관의 공도 클 것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박물관일 루브르의 내부가 영화 사상 최초로 공개됐다고 한다. ‘모나리자’ ‘암굴의 성모’ 등 루브르에 걸려 있는 다빈치 작품들은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이상으로 밀리언셀러였다. 그러나 루브르의 ‘스타’들 중 태반이 사실은 프랑스 제국주의가 남의 나라에서 강탈하거나 몰래 빼돌린 ‘장물’이다.
지금의 문화재 반환운동은 이처럼 빼앗거나 밀반출한 문화재를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그리스 여배우 메르쿠리는 영화를 찍는 것만큼이나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영박물관 등에 편지를 보내 “약탈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물관이 많이 세워지고 관람객도 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기록적인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종래의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박물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박물관 대중화를 거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건 박물관에 진짜 소중한 유물들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문서를 돌려받는 일 같은 것이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전시물이 더욱 많아지면 박물관은 항상 살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