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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최초로 ASA80 노안수술을 도입한 박영순 원장.
김 씨는 신문과 눈 사이의 거리가 점차 멀어지더니 결국 돋보기를 쓰지 않고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먼 곳이 잘 안 보여 근시 안경을 쓰고 있는 데다 돋보기까지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더해진 것. 하지만 김 씨를 가장 괴롭힌 것은 자신이 벌써 돋보기를 써야 하는 나이가 됐나 하는 허탈감이었다. 고민에 빠져 있던 김 씨는 결국 노안을 치료하기로 작정했다.
독일 연구팀이 2001년 개발한 첨단기법
김 씨가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국제노안연구소 부설 박영순 아이러브안과였다. 국내 개원 안과 중에서는 유일하게 노안치료 수술을 하는 이곳의 박영순 원장은 김 씨에게 독일에서 개발돼 이미 4년간의 검증이 끝난 ‘아사80(ASA80)’ 수술을 권했고, 김 씨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수술은 통증 없이 10분 만에 끝났고,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김 씨는 안경과 돋보기를 끼지 않은 맨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노안 수술을 하면서 근시교정 수술인 라식수술과 난시교정 수술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30년간 껴온 안경과 5년간 가지고 다녔던 돋보기의 불편에서도 해방된 셈. 근시 양쪽 -5디옵터, 난시 3디옵터였던 김 씨의 눈은 양쪽 시력이 1.0으로 되면서 가까운 사물이 보이지 않는 노안 증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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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80 노안수술’은 10분 이내에 수술이 끝나고, 통증이 없다. 하지만 수술 전 정밀검사는 필수다.
이처럼 40대 중반 들어 겪게 되는 눈의 변화를 노안이라 한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노안 치료법과 수술법이 나왔지만 치료법의 안전성과 치료 후 시력 회복의 가능성이 불투명해 지지부진해 왔다. 하지만 눈에 대한 초정밀 레이저 수술의 발달은 이제 이 마지막 남은 시력상의 문제인 노안까지 완전히 극복할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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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수술의 안전성이다. 박 원장은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독일에서 300명에게 이 수술이 이루어져, 그중 92%가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나머지 8%도 이전보다 좋아졌거나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인 점에 주목했다. 일단 안전성은 검증이 됐고, 4년 동안 수술 후 시력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거나 노안이 다시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 즉 수술 후에도 부작용은 없었던 것.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미 영국과 캐나다는 독일로부터 이 수술을 받아들여 활발한 수술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이에 박 원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박 원장은 독일로 날아가 다우쉬·스벤 리 노안연구센터의 스벤 리 박사를 찾아갔다. 스벤 리 박사는 한인 2세로 모국인 한국에서 온 박 원장에게 노안수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노안연구센터에서는 처음 있는 일. 노안수술 기술을 전수받은 박 원장은 올 8월 이후 70명의 환자에게 아사80 노안수술을 해 돋보기 없는 세상을 열어줬다. 근시, 원시, 난시도 함께 교정됐으며 환자들의 만족도는 98%에 이르렀다. 박 원장은 “독일 결과를 참조할 때 수술 후 10~15년은 결과가 지속된다고 확신한다”며 “50대 초반에 수술을 한 사람은 65세 때 무료로 추가교정을 하면 평생 효과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아사80 수술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언제나 재수술과 추가 교정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눈마름증·눈부심 등 부작용도 거의 없어
‘ASA80 노안수술’은 10분 이내에 수술이 끝나고, 통증이 없으며, 수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수술 후 바로 신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노안은 좋아지지만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3~4주 정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ASA80 노안수술의 가장 큰 매력은 수술의 안전성이다. 레이저로 주변부와 중심부를 두 번 깎는 과정에서 MEL-80이라는 최첨단 레이저 기기를 이용해 각막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한편, 특수 냉각술을 이용해 잘라둔 각막 상피와 각막 실질의 일부분을 다시 붙이는 까닭에 염증 발생의 위험도 훨씬 줄어들었다. 때문에 라식수술 후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눈마름증(안구건조증)이나 야맹증, 불빛 번짐, 눈부심 등의 증세가 거의 없어졌다는 게 박 원장의 주장. ‘CRS-master’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조건에 맞지 않으면 수술을 받지도 못한다.
박 원장은 “근시나 난시, 원시가 없는 정상 시력의 노안 환자도 이 수술을 하면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일 수 있다”며 “대신 먼 거리에 있는 것들은 예전보다 잘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한쪽 눈을 먼저 수술하고 다른 쪽 눈을 나중에 하는 식으로 수술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최근 스벤 리 박사와 함께 수술 다음 날부터 근거리·원거리 시력이 모두 회복되는 새로운 수술법, 즉 ‘마이크로 아사80’ 수술법을 개발했다. 기존 아사80 수술은 원거리 시력이 회복되는 데 3~4주가 필요했다. 그는 마이크로 아사80 수술 결과를 11월 독일 학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박 원장과 스벤 리 박사는 한국과 비슷하게 근시를 가진 노안 환자가 많은 중국에 아사80 노안수술을 진출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