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삼 /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건대부고 교장
‘스쿨 폴리스’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담당한 학생지도 제도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일진회’처럼 날로 폭력화되는 비행 청소년들을 지도하기에 교사들의 역량은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하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심각한 학교폭력 사례나 피해 학생과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생각해보면 ‘스쿨 폴리스’ 같은 과감한 제도를 시행하려는 충동을 느낄 만도 하다. 오죽하면 이런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신고와 소탕으로 학교폭력 근절 어려워
하지만 현직 경찰들이 있는 파출소에서조차 난동을 부리고, 폭력 영화나 만화를 보며 영웅적 동일시를 강하게 느끼는 요즘 청소년들이 과연 경찰 출신의 ‘자원봉사자’에 지나지 않는 ‘스쿨 폴리스’의 말을 들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또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경찰의 학교 폭력배 소탕 작전과 검사들까지 나섰던 학교폭력 근절 노력이 무위로 끝난 전례에 비춰볼 때, ‘스쿨 폴리스’ 제도 또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학교의 인성교육은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엔 어찌할 것인가. 학교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군대라도 동원할 셈인가?
사실 ‘스쿨 폴리스’ 제도를 시행하자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계 일각에서 있어왔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 이 제도가 채택되지 않았던 이유는 교육 현장에서의 문제는 교사들에 의해 교육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더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다스리기 위해 고단위 항생제를 쓸 경우 일시적인 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향후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왜 갑자기 여론몰이식으로 ‘스쿨 폴리스’ 제도가 검토되고, 구체적으로 시행될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드러난 결과를 잘라내려는 노력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풀을 뜯어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머지않아 풀은 또 자라게 마련이다.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으려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자녀교육 열풍과 학력 중심의 학교 교육 상황,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과 정치권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행태가 먼저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처사를 지켜보면 허탈한 마음만 든다. 학생들의 ‘일진회’ 피해 신고가 미미한 이유는 학교가 신고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학교폭력 신고 실적이 우수한 학교와 학교장 및 교사들에게 표창을 하고 각종 혜택을 주겠다’고 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간첩 잡아 포상 받자’는 표어를 보며 학교 다닌 세대들의 발상이라 해도, 어느 교장이나 교사가 표창이나 혜택 따위를 받자고 자기 제자를 신고한단 말인가. 이쯤 되면 우리 교육계도 막가자는 것은 아닌지 섬뜩한 생각이 든다. 신고와 소탕을 통해 학교폭력을 잠재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한참 엇나간 착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쿨 폴리스’는 학교 폭력의 대안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