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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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주먹들, 日 격투기 정벌 나섰다

최홍만·김민수·윤동식 등 K-1·프라이드에 속속 진출…일본 언론·팬들 큰 관심

  • 문승진/ 굿데이 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5-03-24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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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 주먹들, 日 격투기 정벌 나섰다
    일본 격투기에 ‘한류 바람’이 거세다. 최근 일본 열도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최홍만(25)의 K-1 데뷔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등 한류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3월19일 데뷔전을 치른 최홍만뿐 아니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95kg급 은메달리스트 김민수도 3월26일 K-1과 프라이드의 혼합 형태인 ‘히어로스(HERO’S)’에 출전해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보브 숍(31·미국)과 데뷔전을 치른다. 90년대 유도계의 ‘비운의 스타’ 윤동식(32)도 그라운드 기술이 가능한 프라이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최무배(35)가 프라이드 무대에서 4연승을 기록하며 한류 돌풍에 앞장섰다. 재일동포 4세로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자유도 81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추성훈(29·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일본 K-1 무대에 올랐다. 또한 전 복싱 챔피언 박종팔과 대결했던 이효필(47)도 일본의 레슬링 영웅 안토니오 이노키와 종합 격투기대회 출전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일본 격투기는 한국선수 영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열린 최홍만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일본 팬들 때문에 입장권과 항공권이 매진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이 태극전사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한국 격투기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한국인 특유의 강한 정신력이 격투기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수익은 한국 선수들의 일본 격투기 시장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의 한 격투기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투기 종목에 강하다. 특히 격투기에서는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한국인들은 불꽃같은 투혼을 발휘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며 “앞으로 격투기 세계에서의 한국인들의 돌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미 격투기 시장이 활성화한 일본의 발달된 상업주의와 스타 마케팅도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최홍만의 킥을 ‘한류 19문킥’으로 소개

    최홍만의 K-1 데뷔전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전설적인 거인의 발’ ‘인류 최강의 설인’ 등의 제목으로 최홍만을 자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21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최홍만의 하이킥을 보고는 ‘한류 19문킥’이라고 떠들어댔다. 최홍만의 발 크기는 380mm(16문)이다. 일본 유명 프로레슬러 자이언트 바바의 발 크기는 340mm(14문)이었지만 그의 발차기를 놓고 ‘공포의 16문킥’이라 불렀다. 일본 언론들은, 최홍만의 발 크기는 380mm이지만 발차기가 2m 이상 올라가는 등 19문(460mm)에 근접하다며 이것이 바로 ‘공포의 한류 19문킥’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최홍만의 펀치에 대해서는 마치 2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탄(낙하탄)’처럼 상대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격투기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불을 뿜고 있다. 수년 전부터 케이블 TV를 통해 격투기 경기가 중계되면서 인기가 일기 시작해 현재도 격투기 마니아층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격투기 관련 사이트도 이미 수천 개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에서 이미 크고 작은 격투기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전문적인 격투기 선수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케이블 TV의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은 심야방송임에도 연일 시청률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터넷에는 13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동호회 ‘쌈박질클럽’(cafe.daum.net/ ssambakzil)을 비롯해 130개가 넘는 사이트가 개설돼 있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유혈이 낭자한 난폭한 싸움’이라며 혹평을 받던 격투기가 현재는 스포츠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앤디 훅, 반데라이 시우바, 노게이라, 본야스키, 어네스트 후스트, 보브 숍 등 유명 격투기 선수들을 모르면 ‘왕따’를 당할 정도다. 관련 업계는 국내 이종격투기 팬 규모를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태극 주먹들, 日 격투기 정벌 나섰다

    라운드걸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

    특히 격투기는 여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률 조사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채널의 한 관계자는 “나이 지긋한 여성 시청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아줌마들이 가정에서 격한 운동을 보며 대리만족과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격투기 열풍과 함께 ‘몸짱’ 선수들에게 매료된 여성 마니아층도 생겨났다. 여성들은 대부분 호신술과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격투기에 입문하지만 격투기 매력에 빠지면서 선수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경기장을 직접 찾는 여성 관객 수도 급증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여성은 선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중의 3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이종격투기 관람 레스토랑으로 매일 저녁 경기가 펼쳐지는 서울 삼성동 ‘김미파이브’는 손님의 30∼40%가 여성이다.

    케이블 TV 중계 타고 국내서도 큰 인기

    격투기는 권투가 셀까, 태권도가 셀까 하는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환상들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대회가 1940년대에 있었다면 김두한과 시라소니의 대결은 아마 당시 최대 빅 카드였을 것이다. 팬들은 냉정한 링에서 선수들이 다양한 무술들로 혈투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격투기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격투기를 흔히 이종격투기라고 한다. 태권도와 유도, 가라테 등 서로 다른 무술을 익힌 선수끼리 겨뤄 승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기술과 규칙을 한 경기장에서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이종격투기보다는 종합격투기, 즉 MMA(Mixed Martial Arts)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본에서 극진 가라테를 창시한 최영의(최배달)가 전 세계를 돌며 각국의 무술 고단자와 실력을 겨룬 것도 따지고 보면 이종격투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종격투기는 크게 서서 손과 발을 사용해 상대를 쓰러뜨리는 ‘입식 타격기’와 서서 싸우다 상대를 링 바닥에 넘어뜨려 관절 꺾기 등 다양한 그라운드 기술을 사용하는 ‘그래플링(Grappling)’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대회에는 입식 타격기인 일본의 K-1과 그라운드 기술이 허용되는 일본의 프라이드(PRIDE), 그리고 미국의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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