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걱정되는 질환이 바로 수인성 전염병이다. 일반인에게는 콜레라·장티푸스 같은 대표적 질환만 알려져 있는데, 간염 중에도 수인성 전염병이 있다. A형 간염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는 B형 간염 환자가 워낙 많아 A형 간염에 대해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A형 간염 환자가 증가하면서 A형 간염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A형 간염의 위력은 올 1월 초,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진해일로 인해 파괴된 하수도 시설에서 나온 오물과 대변 등이 바다로 채 빠져나가지 않은 물과 합쳐지면서 A형 간염이 창궐했던 것. 당시 국내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챙겼던 의약품이 바로 A형 간염 예방백신이었다.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장티푸스와 A형 간염 백신 60만 도스(dose, 1회 접종분)를 기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A형 간염 등 수인성 전염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것을 대비한 것. 2003년 11월 미국 피츠버그 주에서는 멕시코 음식 체인점에서 식사를 한 510명이 오염된 채소로 인해 A형 간염에 감염되고 그중 3명이 숨져 미국 사상 최악의 간염 감염 공포에 휩싸였다. 집단 급식이 이루어지는 음식점이 A형 간염 전파의 중심적 구실을 한 사례.
폭넓은 증상 심하면 사망까지
국내에서도 A형 간염은 2004년 6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충남 공주의 한 지역에서 A형 간염 환자가 63명이나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집단 발병의 매개체는 A형 간염에 감염된 한 가족으로 밝혀졌다. A형 간염에 걸린 가족이 한 음식점의 요리사들과 그곳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을 감염시킨 것이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HAV)에 의해서 발생하는 염증성 간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발병 건수가 150만건에 달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질병.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이 체내로 들어가 감염시킨 뒤 대변과 구강을 통해 재감염을 일으킨다. 문제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 위생·보건 환경이 열악한 곳에선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 A형 간염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에서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감염까지 폭넓은 양상을 띠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감기 증상처럼 피곤해지면서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식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감기와 다른 점은 콧물과 기침이 없고 심하게 피곤하다는 것. 또 구토·오심·황달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연령에 따라 증상의 심각도가 달라진다. 발병 환자 중 15%는 증세가 여러 달 지속되거나 재발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간부전(간의 기능이 현격히 떨어지는 증상)을 동반한 급성 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아진다.
A형 간염이라고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A형 간염에 감염된 2세 이하 영·유아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소아는 4~16%가 증상이 나타나며 성인의 경우 76~97%가 증상을 보인다. 이중 3분의 2 정도는 황달을 동반한다. 특히 노년층은 심각한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A형 간염이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는 5~14세며, 보고된 환자의 약 30%가 15세 이하다. 대부분의 소아에게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A형 간염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은 학교, 놀이방, 유치원, 음식물 취급소, 병원, 하수도 시설 등 개인 간 접촉이 빈번하고 집단 급식·급수로 인해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
최근 국내에서 A형 간염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90년대 중반 이후 1~15세 소아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는 대부분의 10세 이상 성인들은 항체를 갖고 있었으나, 위생환경이 양호해지면서 면역성을 갖지 못한 청소년층이 늘어나 A형 간염에 감염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 것.
환자 30% 15세 이하 … 음식물 익히고 개인 위생 철저히
대한소아과학회 감염이사인 강진한 교수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알레르기 & 면역학 저널’ 12월호에 발표한 ‘한국 소아들에 대한 A형 간염 백신 접종’ 논문에서 A형 간염의 심각성에 대해 “A형 간염은 소아,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공중 보건 및 경제적 부담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A형 간염 백신 주사가 의무 예방접종 목록에서 제외돼 있는데도 맞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신생아일 때는 선별 접종이라 그냥 넘긴 부모들이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취학 아동들에게서 A형 간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A형 간염 백신이 선별 접종이지만,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기본 접종으로 정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하고 있는 실정.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의 김창휘 교수는 A형 간염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예방백신 접종을 추천한다. A형 간염에 걸리면 환자를 안정시키고 고단백 식이요법을 쓰는 것 외에 치료법이 없기 때문. 99년 미국의 예방접종실행위원회는 A형 간염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낮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소아나 성인, 특히 보육시설이나 학교, 기타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A형 간염의 예방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이 A형 간염을 전염시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
A형 간염 예방접종은 모두 두 차례 하는데,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6개월 이후 12개월 이내에 한다. 우리나라에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하브릭스 등의 제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예방 효과 지속기간은 1, 2차 접종을 모두 마칠 경우 약 20년으로 추정된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백신 접종과 더불어 평상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에서 1분간 끓이거나, 물에 염소 처리를 하면 활동하지 못하므로 음식은 완전히 익혀서 먹도록 한다.
아이들이 새 학기를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났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 재료로 만든 학교 급식을 매일 먹고, 수십 명이 한 교실에서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하는 환경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 이들의 건강을 위해 A형 간염 백신 접종을 고려해봐야 할 때다.
A형 간염의 위력은 올 1월 초,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진해일로 인해 파괴된 하수도 시설에서 나온 오물과 대변 등이 바다로 채 빠져나가지 않은 물과 합쳐지면서 A형 간염이 창궐했던 것. 당시 국내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챙겼던 의약품이 바로 A형 간염 예방백신이었다.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장티푸스와 A형 간염 백신 60만 도스(dose, 1회 접종분)를 기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A형 간염 등 수인성 전염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것을 대비한 것. 2003년 11월 미국 피츠버그 주에서는 멕시코 음식 체인점에서 식사를 한 510명이 오염된 채소로 인해 A형 간염에 감염되고 그중 3명이 숨져 미국 사상 최악의 간염 감염 공포에 휩싸였다. 집단 급식이 이루어지는 음식점이 A형 간염 전파의 중심적 구실을 한 사례.
폭넓은 증상 심하면 사망까지
국내에서도 A형 간염은 2004년 6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충남 공주의 한 지역에서 A형 간염 환자가 63명이나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집단 발병의 매개체는 A형 간염에 감염된 한 가족으로 밝혀졌다. A형 간염에 걸린 가족이 한 음식점의 요리사들과 그곳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을 감염시킨 것이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HAV)에 의해서 발생하는 염증성 간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발병 건수가 150만건에 달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질병.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이 체내로 들어가 감염시킨 뒤 대변과 구강을 통해 재감염을 일으킨다. 문제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 위생·보건 환경이 열악한 곳에선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 A형 간염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에서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감염까지 폭넓은 양상을 띠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감기 증상처럼 피곤해지면서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식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감기와 다른 점은 콧물과 기침이 없고 심하게 피곤하다는 것. 또 구토·오심·황달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연령에 따라 증상의 심각도가 달라진다. 발병 환자 중 15%는 증세가 여러 달 지속되거나 재발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간부전(간의 기능이 현격히 떨어지는 증상)을 동반한 급성 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아진다.
A형 간염이라고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A형 간염에 감염된 2세 이하 영·유아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소아는 4~16%가 증상이 나타나며 성인의 경우 76~97%가 증상을 보인다. 이중 3분의 2 정도는 황달을 동반한다. 특히 노년층은 심각한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가장 확실한 A형 간염 대처법은 예방접종이다.
최근 국내에서 A형 간염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90년대 중반 이후 1~15세 소아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는 대부분의 10세 이상 성인들은 항체를 갖고 있었으나, 위생환경이 양호해지면서 면역성을 갖지 못한 청소년층이 늘어나 A형 간염에 감염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 것.
환자 30% 15세 이하 … 음식물 익히고 개인 위생 철저히
대한소아과학회 감염이사인 강진한 교수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알레르기 & 면역학 저널’ 12월호에 발표한 ‘한국 소아들에 대한 A형 간염 백신 접종’ 논문에서 A형 간염의 심각성에 대해 “A형 간염은 소아,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공중 보건 및 경제적 부담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A형 간염 백신 주사가 의무 예방접종 목록에서 제외돼 있는데도 맞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신생아일 때는 선별 접종이라 그냥 넘긴 부모들이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취학 아동들에게서 A형 간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A형 간염 백신이 선별 접종이지만,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기본 접종으로 정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하고 있는 실정.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의 김창휘 교수는 A형 간염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예방백신 접종을 추천한다. A형 간염에 걸리면 환자를 안정시키고 고단백 식이요법을 쓰는 것 외에 치료법이 없기 때문. 99년 미국의 예방접종실행위원회는 A형 간염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낮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소아나 성인, 특히 보육시설이나 학교, 기타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A형 간염의 예방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이 A형 간염을 전염시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
A형 간염 예방접종은 모두 두 차례 하는데,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6개월 이후 12개월 이내에 한다. 우리나라에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하브릭스 등의 제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예방 효과 지속기간은 1, 2차 접종을 모두 마칠 경우 약 20년으로 추정된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백신 접종과 더불어 평상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에서 1분간 끓이거나, 물에 염소 처리를 하면 활동하지 못하므로 음식은 완전히 익혀서 먹도록 한다.
아이들이 새 학기를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났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 재료로 만든 학교 급식을 매일 먹고, 수십 명이 한 교실에서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하는 환경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 이들의 건강을 위해 A형 간염 백신 접종을 고려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