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7일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자바의 아버지인 제임스 고슬링.
프로그래머란 무엇일까. 컴퓨터와 의사소통하기 위해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명령어를 논리적으로 조합해서 일을 시키는 사람을 일컫는다. 1946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이 발명됐고, 50년대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용 언어인 코볼(COBOL)과 대학교, 연구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과학용 언어인 포트란(FORTRAN)이 시작됐다. 이후 베이직, 파스칼, C/C++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언어들이 등장했다. 95년 드디어 가장 진화한 언어라는 자바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화성 탐사용 로봇에도 자바 프로그램 실려
‘WORA(Write Once Run Anywhere!)-한 번 만들면 어디에서든 동작한다’는 자바 언어의 특성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약점을 보완한 좋은 아이디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처럼 컴퓨터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오퍼레이팅 시스템(OS)이라 부른다. 종류가 너무도 다양하지만 크게 윈도우, 유닉스/ 리눅스, 매킨토시OS로 나뉘고 각각 여러 가지 버전을 갖고 있다. 유닉스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다른 OS에서 돌릴 수 없어 새롭게 변형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자바는 각 OS마다 프로그램이 똑같이 동작할 수 있도록 OS와 프로그램 사이의 중계 구실을 하는 가상머신(Virtual Machine)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같은 자바의 특성 때문에 여러 종류의 컴퓨터가 혼재한 기업에서 자바를 받아들임으로써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평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 자바는 가전기기를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 언어로 개발됐다. 하지만 90년대 초의 상황은 가전기기 따위에 자바를 동작시킬 만한 메모리나 하드웨어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다행히 인터넷과 웹브라우저라는 뜻하지 않은 무대가 펼쳐져 자바 언어를 화려하게 데뷔시켰고, 즉각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10여년이 흐른 최근에야 휴대전화나 TV셋톱박스, 심지어 화성탐사용 로봇에도 자바로 만든 프로그램이 탑재돼 자바의 원래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바로 성공한 SUN(www.sun.com)은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아닌 기업에서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나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자바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바에 관한 개발자 사이트(java. sun.com)를 갖고 최신의 기술과 안내서, 포럼 등을 운영하고 있고 오픈소스 진영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빌게이츠의 MS와 SUN 사이의 지루한 자바기술 침해에 관한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기술 공개에 인색한 MS에서 자바 언어를 독자적으로 변경한 것에 대한 의혹과 MS의 대표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동작하는 자바의 버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최근 두 회사는 화해하고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혹자는 강적 IBM에 대항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했지만, 자바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해졌다.
자바의 전략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컴퓨터 하드웨어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자동적으로 빨라지게 될 것이다’라는 가설이 있다. 실제로 유사한 연구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도 자바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가설을 토대로 자바로 만든 3D게임이 만들어졌고, 자바 기술이 탑재된 휴대전화, 자동차, TV, 냉장고 등이 출시되는 현실이다.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X-BOX와 플레이스테이션2에 자바 기술을 지원하면 게임의 제작기간이 줄어들어 좀더 빨리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MS윈도우를 대체할 자바 데스크톱 OS도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자바보다 훨씬 뛰어난 이식성을 가진 프로그램 언어가 나올 때까지 자바의 위치는 확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