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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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연인 … 9년 뒤의 재회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10-14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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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나의 연인 … 9년 뒤의 재회
    영화 현장에서 한 배우와 감독이 두 편의 영화를 찍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흥행에 성공해 속편을 찍는 경우는 있지만, 제작자의 강요와 흥행 욕심 때문에 ‘억지로’ 함께 찍는 일이 많다. 영화 한 편을 찍으면서 감독과 배우, 배우와 배우가 서로의 단점을 속속들이 알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9년 전 수많은 청춘 남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과 배우와 작가, 그리고 제작·촬영 등 모든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비포 선셋’을 만든다는 소식은 영화계에서 더 화제가 됐다.

    1995년 개봉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가진 미국의 청춘스타 에단 호크와 ‘프랑스의 여신’으로 불리던 줄리 델피가 주연한 영화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단 하루 동안 얼마나 깊이 교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했다. 영화의 촬영지였던 비엔나의 ‘관람차’는 이후 배낭 여행객들이 한번씩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비포 선라이즈’의 마지막은 두 사람이 6개월 뒤 비엔나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는 장면인데, ‘비포 선셋’은 9년 뒤 그 약속이 깨졌음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비포 선셋’은 주인공들의 1시간 30분 동안의 재회를 ‘리얼타임’으로 보여주어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면서, 이미 다른 사랑을 선택한 남녀의 솔직하고 때로 노골적인 고백이 파리의 뒷골목을 따라 흐른다.

    ‘비포 선셋’은 놀라울 만큼 긴 대화 장면을 커트 없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공동 각본가’로 참여했기 때문인 듯. 배우들과 감독은 영화를 함께 찍기로 약속한 뒤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함께 극본을 썼다고 한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 줄리 델피가 자신이 직접 작곡한 ‘왈츠’를 부르는 모습은 ‘비포 선셋’을 영화팬들이 결코 잊을 수 없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장면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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