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에게 대한적십자사의 부적격 혈액 유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물론 적십자사가 획기적으로 원인을 밝히고 자기의 잘못을 시인해 이를 발표한 것은 칭찬해주어야 마땅한 일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적십자사가 이번 대책에서 ‘전산시스템을 개선했기 때문에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전산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몇 년 전에 실시한 헌혈의 결과뿐이다. 이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오류는 극히 일부분이다. 오히려 전산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한 혈액관리법 시행령이 헌혈해도 괜찮은 건강한 사람을 헌혈하지 못하게 묶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전산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손놓지 말고 더욱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실천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적십자 혈액원이 오염된 혈액을 공급한 원인은 간단하다. 검사의 잘못이다. 간염에 걸려 있는 사람의 혈액검사 결과가 음성이어서 안전한 혈액인 줄 알고 공급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양성으로 나왔어야 할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원인을 밝혀야 개선할 수 있는데, 이번 발표에는 검사가 ‘왜 잘못됐는가’라는 문제가 빠졌다. 대책은 바로 여기에 집중해 세워져야 한다. 최대한 민감하고 정확하게 검사해 오염된 혈액을 밝혀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의 오류를 완벽하게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100% 신뢰할 검사법이나 시약, 기기 및 검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검출 민감도가 99.9%라고 해도 간염 환자 1만명이 헌혈하면 10명은 음성으로 나오고, 혈액원은 이 혈액을 수혈용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검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평가(정도 관리)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 즉 검사에서 오차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 오차를 발견할 방법을 개발해 이미 실시한 검사 결과가 믿을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적십자사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헌혈자의 과거 헌혈검사 결과와 현재의 검사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은 보완책의 하나일 뿐이다.
적십자사는 우선 언제나 ‘잘못’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부터 배워야 한다. 잘못을 인정해야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 하고, 원인을 알아야 잘못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적십자사, 잘못 인정하는 법부터 배워야 재발 막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잘못은 그 존재 자체의 부정으로 인해 덮어지기 일쑤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혈액관리를 포함한 의료 부분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대책의 첫 단계는 오류를 수집해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적십자사가 자체 조사를 통해 오염 혈액이 수혈된 사례를 밝힌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어느 의료기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안전 수혈을 위한 획기적인 혈액관리 개선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조한익 교수.
적십자사의 ‘자기반성’에 찬사를 보내면서, 더욱 혁신적인 혈액관리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