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 대선자금 등에 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재 전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현재 선거구 재조정의 영향권에 들어간 선거구는 4곳(8개 시·군)이다. 태백·정선과 홍천·횡성, 영월·평창, 동해·삼척 등이 그곳. 인접한 4개 선거구 가운데 한 곳이 사라지는 대신 해당 시·군을 이웃 선거구로 옮기는 방식으로 선거구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어느 지역을 떼고 붙이느냐에 따라 표심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이 지역 출마 예상자들의 눈과 귀는 이달 하순 본격 가동될 선거구 획정소위에 모아질 전망이다.
평창이 고향인 이 전 실장은 당초 영월·평창에 출마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연말 영월·평창에 정선군을 붙이는 쪽으로 선거구가 조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 전 실장은 정선 지역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밑바닥까지는 아니지만 이 전 실장이 지난 연말까지 정선군 내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가 생겼다. 정치개혁특위 주변에서 영월·평창과 태백·정선 두 선거구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태백·정선의 김택기 의원(열린우리당) 쪽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4개 시·군을 하나로 묶는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면 김의원과 이 전 실장 사이의 당내 경선이 불가피한 상황. 김의원은 지난 대선과 민주당 분당과정에서 일관되게 노무현 대통령 쪽 입장을 지지해온 인물. 김의원측은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아무리 대통령 측근이라도 양보 없는 한판을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설 명절이 지난 직후 또다시 변화가 생겼다. 4개 시·군을 묶을 경우 지역구가 너무 넓은 데다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영월과 평창을 나눠 태백·정선·영월과 홍천·횡성·평창 등 2개 선거구로 묶자는 안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이 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만약 영월·평창이 2개의 선거구로 나뉠 경우 이 전 실장은 어느 곳을 택할까. 홍천·횡성·평창 지역 출마가 유력하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자신의 고향인 평창과 이 전 실장의 부모가 현재 살고 있는 홍천을 기반으로 하면 적지 않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최근 이 전 실장이 홍천에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 전 실장은 또 최근 강원 출신 한 인사에게서 강원 민심을 잡을 아이디어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한 소식통은 “이 전 실장이 강원 출신 한 정치인에게서 선거전략 수립에서부터 비자금 사건 연루의혹 극복 방안까지 세세한 부분에 대한 지침을 전해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실장은 특검수사 및 대선자금 청문회에 불려 다니느라 자신의 ‘예비 지역구’를 거의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선거구 조정 등으로 지역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만 전력투구할 수 없어 본인도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