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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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창호야!

이창호 9단(백) : 위빈 9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1-09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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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이창호야!
    과연 이창호는 한국 바둑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보증수표’였다. 지난해 12월29∼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5회 춘란배에서 이창호 9단은 홀로 8강에 진출, 한국 바둑의 체면을 살렸다. 중국이 2년마다 여는 춘란배는 2003년의 마지막 세계대회였다. 한국은 이 대회에 최정예 5명이 출전했으나 조훈현 유창혁 이세돌 송태곤은 2회전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2003년 이창호 9단의 아성을 허물며 기대주로 등장한 이세돌 9단은 1회전에서 중국의 위빈(兪斌) 9단에게 패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은 6명이 8강에 진출, 강세를 보였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이창호답게 백1로 우직하게 밀자 위빈 9단이 회심의 웃음을 흘리면서 흑2로 가차 없이 끊었다. 제아무리 천하의 이창호라도 꼼짝없이 백A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 흑B·백C면 흑D로 다가서 우세하지 않겠느냐. 위빈 9단이 이런 그림을 그리며 웃고 있을 때 참으로 심드렁하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이창호 9단이 백3을 두었다. 그 순간 위빈 9단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왜?

    역시 이창호야!
    ‘실전진행도’를 보자. 백△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1로 뚫릴 수 없으므로 바로 이을 수밖에 없는데 백2 이하가 아프다. 내친걸음이라 흑7로 끊어보나 백8·10에 위쪽 흑 일단이 위태롭다. 그래도 흑11·13은 기세. 바둑에 질망정 흑 ▲ 의 체면은 살려야 한다. 이쯤에서 백은 흑17까지 교환해놓고 ‘장면도’ 백E로 유유히 손을 돌린다. 언뜻 보기에는 좌상변을 내주고 좌하변 백대마를 몽땅 잡아 성과를 거둔 것 같지만 이곳에는 ‘참고도’ 백1 이하 9까지 사는 시한폭탄이 있다. 역시 ‘장면도’ 백1에는 흑F로 대적해야 했던 것이다. 251수 끝, 백 6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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