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더 이상 노인성 질환이 아니다. 고혈압과 동맥경화가 있다면 젊은이도 한겨울 급작스런 외출은 삼가는게 좋다.
한겨울이 되면 한번쯤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겨울 바람만큼이나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는 소식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뇌졸중’. 잔병치레 한번 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사지를 쓰지 못한다든지 ‘돌연사’했다는 소식은 그 또래의 사람들, 특히 지인들에게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중풍으로도 불리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말을 못하며,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 특히 일교차가 심하거나 실내와 실외 온도 차이가 큰 계절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기온이 5℃ 떨어질 때마다 뇌졸중 환자가 평상시보다 1.4배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과다한 지방 섭취와 스트레스, 음주, 운동 부족 등 현대인의 생활방식은 노인뿐만 아니라 30~40대, 심지어 20대 젊은이에게까지도 중풍을 일으킨다. 심장질환, 종양(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 중 하나인 뇌졸중은 더 이상 노인성 질환이 아닌 셈이다.
양방에서는 뇌졸중을 뇌동맥 벽이 압력 때문에 파열돼 흘러나온 혈액이 굳으면서 뇌신경을 압박해 일어나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과 뇌동맥의 일부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그 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 뇌 조직이 괴사하면서 일어나는 허혈성 뇌졸중으로 나눈다. 뇌졸중의 원인은 역시 고혈압과 동맥경화. 때로는 이와 관계없이 백혈병과 약의 부작용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주로 고혈압은 뇌출혈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는 허혈성 뇌졸중으로 발전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체에 나타나는 후유증은 비슷하다.
한겨울 돌이킬 수 없는 불청객
한방에서는 뇌졸중 치료에 약 처방과 함께 침술을 병행한다.
문제는 뇌졸중을 예측할 수 있는 예고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굳이 찾으라면 고혈압과 동맥경화의 전조 증상이 전부다. 하지만 고혈압과 동맥경화 증상은 환자 자신이 느끼지 못할 때도 있으며 비록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몇 년이고 별 탈 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갑자기 뇌졸중이란 재난이 닥쳐올 거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 채 지낸다. 그러다 과로하거나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두통, 현기증,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면서 의식이 혼미해진다. 그 다음은 혼수상태에 빠지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한방에서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 부른다. ‘잘 움직이고 변하는’ 속성을 가진 바람(風)이 몸속에 들어와 기운을 어지럽혀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중풍이다. 한방에서 지적하는 중풍의 원인도 양방과 큰 차이가 없다. 한방에서는 단지 고혈압과 동맥경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 고혈압의 원인인 긴장과 희로애락의 잦은 변화, 기혈의 손상은 양방의 스트레스에 해당하고, 해로운 음식물 섭취로 인해 발생되는 내부 장기의 약화와 불균형, 손상 등은 양방의 당뇨와 고지혈증에 해당한다.
한방에서는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거나 다리가 휘청거리며 잠이 안 오고, 숨이 차거나 밤에 오줌이 자주 마려우면 일단 중풍을 의심한다. 그러면서 말이 어눌해지면 이는 곧 중풍이 올 징조라는 것.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한의학 박사)은 “중풍의 원인인 고혈압은 인체의 음양 균형이 고르지 못한 상황, 특히 음이 허한 반면 양이 상대적으로 항진할 때 생기는 현상(陰虛陽亢)”이라며 “간의 열기가 너무 많아져 상반신으로 열기가 치솟아(肝陽上亢)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방에서는 이를 우선 다스리는 게 중풍 예방의 최선이라고 본다. 우선 간장과 신장의 열기를 떨어뜨리면 두통, 어지러움, 이명(耳鳴), 목마름, 안면홍조, 건망증, 두근거림, 맥압 상승, 변비, 불안, 불면, 쉬 놀람, 탁한 소변, 설태 등 고혈압의 모든 증상들이 사라지면서 중풍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제거된다는 것. 이에 사용되는 처방에는 ‘시호가용골모려탕’, ‘삼황사심탕’, ‘황련해독탕’, ‘방풍통성산’ 등이 있다. 간장과 신장에 음(陰)이 허해 열이 솟구친 경우라면 ‘기국지황환’과 ‘조구등음’ 등을 처방한다. 이밖에도 노폐물이 내부에 쌓이거나 기의 흐름이 막힌 경우, 또 음양의 불균형 등 사람에 따라 조금씩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르므로 진맥과 상담을 통해 그에 맞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
갑작스럽게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뇌혈관을 파열시키는 고혈압형 중풍과는 달리 동맥경화형 중풍은 동맥 벽이 두꺼워지면서 피가 뇌로 흘러가지 못해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이 모두를 피가 깨끗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본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피를 깨끗하게 하지 않고는 중풍의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게 한방에서의 중론.
서원장은 “주로 간이나 신장이 중풍과 연관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혈관을 관장하는 신체기관인 폐가 제 기능을 못하면 간과 신장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폐의 기능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폐의 원기를 되찾을 수 있는 약을 써 혈액을 깨끗이 하고 혈관 기능을 되살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중풍 치료”라고 주장한다. 즉 몸속을 돌아다니는 혈액이 깨끗이 정화되지 않은 채 혈액이 오가는 장기만 청소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이야기다. 양방으로 바꿔 말하면 한방적 약을 써서 혈액의 노폐물과 지방질을 녹여 제거함으로써 동맥 벽에 이상조직이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는 논리다. 폐의 기능 회복은 면역력 상승으로 연결되고, 자가 치유력의 상승은 혈관 내막을 비집고 들어가는 세포들을 제때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겨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연사’라는 비보를 전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과음·과식·흡연 습관을 버리고,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