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

“터질 듯한 청소년 끼 마음껏 발산하라”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01-02 10: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터질 듯한 청소년 끼 마음껏 발산하라”
    한달에 두 번 일요일이면 청소년들이 마술에 걸리는 장소가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역 옆 로데오왁 공연장이 바로 그곳.

    일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인기 연예인들의 복장과 행동, 노래를 그대로 모방한 ‘팬 코스프레’ 동아리 팀들과 이를 관람하러 온 청소년들로 80평 남짓한 공연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청소년들이 ‘끼’를 발산할 만한 안전한 공간이 도심 내에 거의 없잖아요. 원래 여름철 야외무대 행사였는데 1000명씩 모일 정도로 반응이 좋아 겨울철에도 계속할 수 있도록 실내에 공연장을 만들었습니다. 2004년 봄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로데오왁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행사를 기획하는 홍재규 차장(37)의 말이다. ‘팬 코스프레’가 열리면 ‘효리팀’ ‘바다팀’ ‘신화팀’ 등 인기 연예인을 복사한 듯한 25개팀 가량의 동아리가 참가해 경연을 벌이는데, 실제 연예인의 모습과 노래·춤까지 비슷해 매번 ‘톱스타 콘서트’가 벌어지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3년 4월 문을 연 로데오왁은 아웃렛 매장 104개가 입주해 근처 목동 로데오 거리와 함께 대표적인 아웃렛 쇼핑몰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빌딩형 쇼핑몰이 아니라, 2층으로 이뤄진 가게들이 400m 길이의 타원 형태로 이어져서 건축계에서도 화제가 된 건물. ‘하늘이 보이는 쇼핑몰’은 외국에선 고급 쇼핑몰에 많이 적용되지만 낮은 용적률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다.



    독특한 형태 때문에 거리의 소음이나 매연과 차단되고 내부엔 마치 경기장에 들어온 듯 야외광장이 형성돼 공연장으로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공간적·심리적 체험을 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조폐공사에 의뢰해 대안화폐인 ‘패션화폐’를 만들었습니다. 무대와 음향 장비는 물론 무료지만 ‘팬 코스프레’ 참가팀에게 ‘패션화폐’로 의상비 등을 일부 지원하지요.”

    아파트가 밀집 지역이어서 지역주민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다 ‘팬 코스프레’를 열게 됐다는 홍차장은 “앞으로 주부와 어린이 등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확대해 이 동네의 ‘멋쟁이 아저씨’로 불리고 싶다”는 희망을 들려준다. 로데오왁의 실내·외 무대는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하므로 공연을 희망하는 단체는 홍차장에게 연락하면 된다. 문의 02-2633-5008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