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탈리 콜은 까르띠에와 던힐의 보석을 선물 받았다.
우선 시각장애인 흑인 소울(soul) 가수 레이 찰스. 장애아동을 위한 기금 모금행사에서 노래 4곡을 부르는 대가로 7만5000달러를 받았다. 1950년대 아이돌 팝 스타로 지금은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주로 출연하는 폴 앵카는 미네소타의 한 청각장애인 재단기금 모금행사에 참가해 노래 3곡을 부르는 대가로 10만 달러의 사례금과 왕복 4만8000여 달러의 비용이 드는 리어 제트기를 제공받았다.
폴 앵카와 관련해서는 은밀한 거래의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함께 알려졌다. 앵카는 받은 수표가 부도나자 톤켄이 사과의 뜻으로 보낸 1575달러짜리 고급 포도주를 받고는 “다음에는 현금이 가득 찬 상자를 보내야 한다”는 말을 하며 참가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
톤켄과 개인적으로 친분관계에 있는 가수 나탈리 콜의 경우 매니저가 행사 참가 대가로 7만5000달러를 요구했으나, 대신 그 값에 상당하는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와 던힐의 보석을 선물로 받았다. 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는 답례품으로 8500달러짜리 까르띠에 시계 2개를 받았다.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스타 데이비드 쉬머는 1997년 암연구 기금 마련 자선행사에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대가로 2만6000여 달러에 달하는 금딱지 롤렉스 시계 2개를 받았다. 그의 ‘프렌즈’ 에피소드 편당 출연료는 100만 달러.
파티 사라진 썰렁한 연말연시
마음씨 좋게 생긴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경우, 암연구 기금 모금행사에 참가해 ‘박애주의자 상’(the Humanitarian Award)을 받는 대가로 7만5000달러의 사례금을 받았고, 고급 세단 임대 등 부대 경비로 1만 달러를 더 받기로 했으나 행사가 무산되는 바람에 7만5000달러짜리 수표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자 코미디언 중 한 명인 로젠 바아는 좀 남다른 대접을 받은 경우. 로스앤젤레스 인근 자택에서 그가 좋아하는 캐나다 윈저의 바비큐 식당으로 모시기 위해 4만8000여 달러에 리어 제트기를 전세 냈다고 한다. 제트기 안에는 마더 오브 펄 보석이 박힌, 1개에 28달러 하는 4개들이 스푼 세트와 356달러짜리 벨루가 캐비어가 갖춰져 있었다고. 캐나다에 도착해선 음식값을 제외하고도 쇼핑과 리무진 대여 비용으로 1만1000여 달러를 썼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톤켄의 재판과정에서 증거서류로 제출된 수백장의 송장과 영수증 등을 통해 밝혀졌다. 톤켄은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자선단체, 정치인을 위한 기금 모금 이벤트를 조직해온 캐나다 출신의 펀드 레이저다. 특히 스타들을 동원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이면서 그가 주최한 자선행사는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전날 밤 상원의원 출마를 앞둔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스타들이 참가하는 갈라 이벤트를 열어 100만 달러를 모금했고 이에 앞서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우피 골드버그, 미셸 파이퍼와 팝 스타 엔 싱크, 로드 스튜어트를 위한 기금 모금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3월 캘리포니아 주 검찰이 최소 150만 달러 이상의 모금액을 횡령한 혐의로 톤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이어 11월 중순 재판에 정식 기소하면서 그의 사기행각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베티 포드 센터, 시티 오브 호프 등 자선단체에 전해줘야 할 돈을 떼먹었고, 다이애나 로스를 위한 행사를 연다며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받아놓고 정작 행사는 열지도 않았다는 것. 또한 자신이 여는 행사에 팝 스타 셀린 디온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참가할 거라고 거짓 홍보를 해 돈을 모은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두 가지 혐의에 대해서만 사실을 인정했는데,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700만 달러 이상을 횡령한 혐의로 그에 대한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된 데다, 수사가 빼돌린 돈의 행방으로까지 확대되어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놓은 톤켄 스캔들은 당분간 그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미디언 빌 코스비는 ‘박애주의자 상’을 받는 대가로 7만5000달러의 사례금을 받았다. 시트콤 ‘프렌즈’의 스타 데이비드 쉬머는 암연구 기금 마련 행사 참가 대가로 롤렉스 시계를 받았다(왼쪽 부터).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뒷돈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팬들 입장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암 환자나 자폐증 어린이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선의에서가 아니라 돈 때문에 자선행사에 참가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법 아니지만 팬들 커다란 배신감
보도가 나가자 관련 당사자들은 코멘트를 거부하거나 사실 부인으로 일관하다 증거물이 제시되자 자신의 본래 뜻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처음엔 답변을 거절하던 데이비드 쉬머는 청구내역서를 제시했는데도 “롤렉스 시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참석한 시카고의 한 극단을 위한 자선행사에서 톤켄이 자신을 속여 그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톤켄은 시계를 구입한 비버리 힐즈의 상점 이름까지 대며 반박 성명을 내는 등 이전투구 양상까지 보였다.
레이 찰스의 홍보 담당자는 “사례금을 무조건 거절하기보다 받아서 자선기관에 기부금으로 다시 전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받았다”며 “그 돈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빌 코스비 또한 자선단체 앞으로 7만5000달러의 수표를 준비해 수상 연설을 한 뒤 수표를 기부하려고 했으나 행사가 무산되는 바람에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며, 곧 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고급 세단 임대 등 1만 달러의 부대 경비에 대해선 메사추세츠의 집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비용을 포함한 것이라며 10시간 30분의 비행 시간을 감안하면 평소 여행 비용보다 싸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젠 바아는 “돈 때문에 자선행위를 하지는 않는다”고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강력 항의하면서 “톤켄이 캐나다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주겠다고 해 윈저를 방문했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식당에서 식사를 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사례금을 받는 건 흔히 있는 일로, 유명인사가 참가해야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게 자선행사가 벌어지는 방식”이라고 자신의 태도를 당당하게 변호했다.
‘자선’이란 말 그대로 가난하거나 불행한 처지의 사람들을 딱하게 여겨 도와주는 일이다. 에이전트가 한 거래라서 잘 모른다거나 개인 비행기 사용 실비를 요구한 것일 뿐이라는 등 어떤 해명을 할지라도 거액의 돈을 받고 자선행사에 참가하는 건 결코 자선행위로 볼 수 없다. “스타들에겐 발달장애를 가진 어린이, 암환자, 청각장애인, 자폐아 등 모든 불행이 돈벌이요, 있는 놈이 더한다”는 비난이 쏟아져도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은 당분간 대꾸할 말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