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주자는 일본 2명(가토 9단·린 하이펑 9단), 한국 2명(원성진 5단·이창호 9단),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며 큰소리치던 중국은 달랑 1명(구리 7단). 이렇게 되자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이 버티고 선 한국의 우승이 오히려 가장 유력해졌다.
참으로 멀고 먼 1승이었다. 특급 소방수의 임무를 띠고 출전한 원성진 5단이었지만 백전노장 고바야시 9단의 관록에 질질 끌려다니다 ‘사망진단서’ 수령만 남겨 놓은 상황. 이 때 흑 ▲ 에 이은 백1이 한국 바둑을 수렁에서 건져준 수였다. 순간 흑2의 멋진 승부수가 터졌다. 이 수 덕분에 백대마도 두 집을 내지 못했다. 백도 5 이하로 흑을 압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국 흑12까지 우상귀에서 목숨을 건 패가 났고(이미 패가 나는 과정에서 백은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원성진 5단은 다른 곳에서 패의 대가를 구해 역전시켰다.
백1로 먼저 두었으면 끝이었다. 이때도 흑은 2 정도가 최선인데 그렇다면 실전에서는 백이 그 다음에 한가하게 A에 두었다는 얘기 아닌가. 279수 끝, 흑 3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