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2

..

바늘구멍 표적 ‘백발백중’ 올해의 탑건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3-11-27 16: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바늘구멍 표적 ‘백발백중’ 올해의 탑건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를 뜻하는 ‘탑건(Top Gun)’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운용해온 미 해군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그러나 항공모함이 없는 한국군에서는 공군이 이 용어를 사용한다.

    최고의 보라매인 탑건은 전통적으로 대위급에서 탄생해왔다. 전투기 조종술은 체력과 숙련도, 담력이 중요한 요소를 이루는데 고참 대위나 신참 소령이 주를 이루는 30대 초반에 그 능력이 절정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탑건도 어김없이 고참 대위 중에서 탄생했다. 주인공은 F-16 조종사인 이형만 대위(공사 44기).

    F-16은 너무 예민해서 ‘오히려’ 조종하기 어려운 전투기다. 시속 200km로 달리는 경주용 차가 마구 방향을 바꾼다면, 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F-16는 시속 1500km로 달리는 상태에서 더 빨리 방향을 트는데, 그때마다 조종사 몸속의 피는 원심력을 받는 쪽으로 쏠리게 된다. 쏠리는 피는 흔적을 남긴다. 전투비행을 끝낸 조종사의 몸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듯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가운데 정신을 모아 바늘구멍 같은 목표물을 향해 사격하거나 미사일을 날려야 하는 것이 전투기 조종사다.

    올해부터 탑건 대회는 사격뿐만 아니라 대공 미사일로 응수하는 적진을 공격하고 살아서 돌아오는 생환 능력까지 체크했다. 명실공히 최고의 에이스를 뽑는 대회가 된 것인데 이 대회 ‘라이온 킹’으로 이대위가 뽑혔다. 이대위는 아버지를 존경해 첫 부임지로 고향 근처를 선택하고 비행이 없는 날이면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2000년 작고하셨는데, 이대위는 아버지에게 탑건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