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의 일탈행동이 인구에 회자됐다. 김병현은 10월5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식전행사 때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홈 관중에게 오른손 중지를 들어 보였다. 그 뒤 김병현은 현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어깨 부상을 이유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겪었다.
국내 팬들은 김병현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기에 앞서 그의 정확한 속내를 몰라 더욱 답답하다. 김병현이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해명하면 이런저런 오해가 풀릴 만도 하건만 김병현은 계속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게 전부다.
김병현, 게임 등 나 홀로 생활 즐겨
‘김병현 사건’ 이후 김병현을 비롯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성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현은 왜 인터뷰를 하지 않을까. 왜 홈 관중의 야유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최희섭 서재응 봉중근의 성격은 어떨까. 또 이들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김병현은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그는 보스턴이 디비전시리즈에서 오클랜드를 3승2패로 꺾었을 때 클럽하우스 내에서 벌어진 축하행사에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 후 홀로 야구장에 남아 러닝을 하는 일도 잦다. 취미는 밤늦게까지 숙소에서 혼자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취재진과 맞닥뜨릴 때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일이 비일비재다.
자연히 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영어실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김병현은 소박하고 솔직한 성품이다. 따라서 속에 있는 말을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내놓는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 가끔 던지는 말이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 있게 들린다. 그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이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확대해석할 소지가 크다는 뜻도 된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소속 선수 시절 “마무리투수보단 선발투수로 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팀이 원하면 어떤 보직이라도 상관없지만…’ 따위의 인사치레는 없었다. 애리조나 구단은 그의 당당한 주장을 받아들여 올 시즌 선발로 나설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 일로 그는 ‘팀 사정이야 어떻든 자신만 챙긴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극성스러운 보스턴 지역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가 호된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김병현이 언론을 기피하게 된 건 성격 탓도 있지만 이런 사정도 작용한 듯하다. 주변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음 직하다. 자신이 입만 열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상황도 그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원래 조용한 그가 아예 입을 닫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병현이 ‘손가락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방식도 지극히 ‘김병현스러웠다’. 10월11일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식전행사 때 ‘다시는 손가락을 내밀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손에 양말을 끼고 인사하는 애교작전을 구사했다. 여전히 미안하다는 ‘말’은 안 했지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타자인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은 거대한 체구 때문에 ‘빅 초이(Big Choi)’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시카고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지어준 별명이다. 이전엔 이름 가운데 글자에서 딴 ‘히맨(Hee Man)’으로 불렸다. 역시 시원스런 체격 덕분에 얻은 닉네임이다.
최희섭의 성격은 체격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세심한 성격의 김병현과는 여러모로 대조된다. 최희섭은 누구를 만나든 일단 웃는다. 다소 수줍어하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은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철저히 예의를 지키는 스타일이다. 주위사람들한테 호감을 살 수밖에 없다.
영어도 부지런히 익혔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 덕에 낯선 팀 동료를 쉽게 친구로 만든다. 최희섭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언론도 제 편으로 만들었다. 미국 언론은 다른 어떤 한국인 메이저리거보다 최희섭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희섭이 6월8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넘어져 머리를 다쳤을 때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그의 부상투혼을 비중 있게 다뤘다. 최희섭이 후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을 때도 자기네가 알아서 ‘머리 부상 후유증’이라고 감싸줬다. 허리 부상 등으로 긴 슬럼프에 빠진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텍사스 지역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그 성격 좋기로 이름난 최희섭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팀과 선후배를 챙기는 것이 남달랐다. 성격도 최고였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최희섭의 광주일고 2년 선배인 투수 서재응(26·뉴욕 메츠)이다. 그는 활달한 성격에다 달변이다. 한마디로 솔직담백하다. 사생활을 공개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일찌감치 여자친구도 일반에 알린 상태다. 인하대 재학 시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이주현씨가 현재 뉴욕에서 유학하며 서재응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내년 시즌 종료 후 결혼 스케줄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서재응의 거침없고 호방한 성격은 아버지 서병관씨와 판박이라는 얘기도 있다. 서병관씨는 톡톡 때리며 야구하는 몬트리올 엑스포스 타자들이 얄밉다는 이유로 아들이 몬트리올 전에 나설 때는 유독 파이팅을 당부한다고 한다. 서재응은 자랄 때 아버지한테 ‘몽둥이 찜질’도 많이 당했다.
활발한 성격 덕에 팀 코칭스태프나 동료들과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걸림돌도 있다. 아직 능숙하지 못한 영어실력이 그것이다. 뉴욕 메츠의 아트 하우 감독은 “서재응이 코칭스태프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메츠의 스티브 필립스 전 단장도 “이제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 좌완투수인 봉중근(22)은 ‘리틀 서재응’이다. 역시 밝고 거침이 없다. 늘 웃고 말도 많이 한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나 요즘 사는 얘기나 모두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봉중근도 서재응처럼 거리낌 없이 여자친구를 팬들한테 소개했다. 두 살 연상의 음대 출신 연인 박경은씨는 자주 미국으로 건너와 봉중근과 데이트를 즐긴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소속 투수 김선우(26)는 동갑내기인 서재응과 매우 친하다. 서재응의 통역을 맡고 있는 대니얼 김이 “사귀는 사이 같다”고 농담할 정도. 1997년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꿈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서로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김선우의 성격은 서재응과 판이하다. 대니얼 김은 “섬세하고 침착한 김선우와 활달하고 급한 서재응이 잘 맞나 보다. 원래 극과 극은 통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김선우는 말이 적다. 묻는 말에만 얌전하고 차분하게 대답한다. 아직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면 떨리고 머리가 멍해진다는 게 김선우의 고백이다.
국내 팬들은 김병현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기에 앞서 그의 정확한 속내를 몰라 더욱 답답하다. 김병현이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해명하면 이런저런 오해가 풀릴 만도 하건만 김병현은 계속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게 전부다.
김병현, 게임 등 나 홀로 생활 즐겨
‘김병현 사건’ 이후 김병현을 비롯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성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현은 왜 인터뷰를 하지 않을까. 왜 홈 관중의 야유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최희섭 서재응 봉중근의 성격은 어떨까. 또 이들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김병현은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그는 보스턴이 디비전시리즈에서 오클랜드를 3승2패로 꺾었을 때 클럽하우스 내에서 벌어진 축하행사에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 후 홀로 야구장에 남아 러닝을 하는 일도 잦다. 취미는 밤늦게까지 숙소에서 혼자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취재진과 맞닥뜨릴 때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일이 비일비재다.
자연히 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영어실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김병현은 소박하고 솔직한 성품이다. 따라서 속에 있는 말을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내놓는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 가끔 던지는 말이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 있게 들린다. 그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이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확대해석할 소지가 크다는 뜻도 된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소속 선수 시절 “마무리투수보단 선발투수로 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팀이 원하면 어떤 보직이라도 상관없지만…’ 따위의 인사치레는 없었다. 애리조나 구단은 그의 당당한 주장을 받아들여 올 시즌 선발로 나설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 일로 그는 ‘팀 사정이야 어떻든 자신만 챙긴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극성스러운 보스턴 지역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가 호된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김병현이 언론을 기피하게 된 건 성격 탓도 있지만 이런 사정도 작용한 듯하다. 주변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음 직하다. 자신이 입만 열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상황도 그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원래 조용한 그가 아예 입을 닫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병현이 ‘손가락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방식도 지극히 ‘김병현스러웠다’. 10월11일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식전행사 때 ‘다시는 손가락을 내밀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손에 양말을 끼고 인사하는 애교작전을 구사했다. 여전히 미안하다는 ‘말’은 안 했지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타자인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은 거대한 체구 때문에 ‘빅 초이(Big Choi)’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시카고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지어준 별명이다. 이전엔 이름 가운데 글자에서 딴 ‘히맨(Hee Man)’으로 불렸다. 역시 시원스런 체격 덕분에 얻은 닉네임이다.
최희섭의 성격은 체격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세심한 성격의 김병현과는 여러모로 대조된다. 최희섭은 누구를 만나든 일단 웃는다. 다소 수줍어하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은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철저히 예의를 지키는 스타일이다. 주위사람들한테 호감을 살 수밖에 없다.
영어도 부지런히 익혔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 덕에 낯선 팀 동료를 쉽게 친구로 만든다. 최희섭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언론도 제 편으로 만들었다. 미국 언론은 다른 어떤 한국인 메이저리거보다 최희섭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희섭이 6월8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넘어져 머리를 다쳤을 때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그의 부상투혼을 비중 있게 다뤘다. 최희섭이 후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을 때도 자기네가 알아서 ‘머리 부상 후유증’이라고 감싸줬다. 허리 부상 등으로 긴 슬럼프에 빠진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텍사스 지역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그 성격 좋기로 이름난 최희섭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팀과 선후배를 챙기는 것이 남달랐다. 성격도 최고였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최희섭의 광주일고 2년 선배인 투수 서재응(26·뉴욕 메츠)이다. 그는 활달한 성격에다 달변이다. 한마디로 솔직담백하다. 사생활을 공개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일찌감치 여자친구도 일반에 알린 상태다. 인하대 재학 시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이주현씨가 현재 뉴욕에서 유학하며 서재응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내년 시즌 종료 후 결혼 스케줄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서재응의 거침없고 호방한 성격은 아버지 서병관씨와 판박이라는 얘기도 있다. 서병관씨는 톡톡 때리며 야구하는 몬트리올 엑스포스 타자들이 얄밉다는 이유로 아들이 몬트리올 전에 나설 때는 유독 파이팅을 당부한다고 한다. 서재응은 자랄 때 아버지한테 ‘몽둥이 찜질’도 많이 당했다.
활발한 성격 덕에 팀 코칭스태프나 동료들과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걸림돌도 있다. 아직 능숙하지 못한 영어실력이 그것이다. 뉴욕 메츠의 아트 하우 감독은 “서재응이 코칭스태프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메츠의 스티브 필립스 전 단장도 “이제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 좌완투수인 봉중근(22)은 ‘리틀 서재응’이다. 역시 밝고 거침이 없다. 늘 웃고 말도 많이 한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나 요즘 사는 얘기나 모두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봉중근도 서재응처럼 거리낌 없이 여자친구를 팬들한테 소개했다. 두 살 연상의 음대 출신 연인 박경은씨는 자주 미국으로 건너와 봉중근과 데이트를 즐긴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소속 투수 김선우(26)는 동갑내기인 서재응과 매우 친하다. 서재응의 통역을 맡고 있는 대니얼 김이 “사귀는 사이 같다”고 농담할 정도. 1997년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꿈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서로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김선우의 성격은 서재응과 판이하다. 대니얼 김은 “섬세하고 침착한 김선우와 활달하고 급한 서재응이 잘 맞나 보다. 원래 극과 극은 통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김선우는 말이 적다. 묻는 말에만 얌전하고 차분하게 대답한다. 아직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면 떨리고 머리가 멍해진다는 게 김선우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