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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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 “나 떨고 있니”

예금보험공사 기업 부실 책임자 조사 칼 빼 … 삼성차, 쌍용, 옛 현대 계열사 잔뜩 긴장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3-10-01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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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과 공포 “나 떨고 있니”

    서울 중구 다동 소재 예금보험공사 사옥.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기업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인원·이하 예보)가 금융기관에 손실을 끼친 삼성상용차 쌍용그룹 등에 대해 부실 관련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보는 또 옛 현대 계열사에 대해서도 부실 책임 조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의 이번 조사는 ‘살아 있는’ 그룹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우그룹, 대농그룹, 동아건설 등 워크아웃 중이거나 부도가 난 그룹들을 대상으로 부실 책임자 조사를 해온 예보는 올 2월까지 조사한 48개 부실 채무기업 중 13개 기업 대주주 및 임원 198명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도록 채권 금융기관에 통보했다.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도 소명 등의 절차를 거쳐 소송을 진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삼성상용차에 대한 조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9월21일 예보 관계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확인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보 및 쌍용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보는 9월 초에 쌍용그룹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미뤄 예보의 올 하반기 중점 조사대상 기업이 삼성상용차, 쌍용그룹, 옛 현대 계열사 등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500억원 이상 손실 입힌 기업 예외 없다”

    충격과 공포 “나 떨고 있니”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책임 조사를 벌이고 있는 쌍용그룹 사옥.

    예보 관계자는 9월21일 삼성상용차에 대한 조사 착수 사실을 확인하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임원 및 주주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알아내기 위해 삼성상용차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보는 필요한 경우 현재 파산 절차가 진행중인 삼성상용차 임직원뿐만 아니라 삼성상용차 주주로 참여한 계열사에 대해서도 관련 여부를 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고려산업개발 등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조사 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에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초래한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만큼 삼성이나 현대 계열사라고 해서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예보의 방침이다.

    예보 안팎의 관심은 삼성상용차에 대한 조사 이후 삼성자동차로 범위를 확대할지 여부. 삼성자동차의 경우 삼성상용차에 비해 금융기관 손실 규모가 훨씬 컸던 데다 경우에 따라 예보의 조사결과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삼성측은 1999년 삼성자동차의 손실에 대해 2조8000억원 규모의 도의적 책임을 지기로 하고, 이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주당 70만원에 계산해 채권 금융기관에 넘겼다.

    예보 주변에서는 “삼성상용차에 대한 이후 삼성자동차도 조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측은 삼성생명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채권 금융기관들이 손실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위야 어찌 됐든 삼성자동차 손실로 인해 채권 금융기관에 1조원 정도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충격과 공포 “나 떨고 있니”

    지난해 10월1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왼쪽)이 이인원 예보 사장을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

    예보의 이번 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그룹 관계자들은 “예보 특별조사국 조사요원 15명이 서울 중구 저동 쌍용양회 및 쌍용건설 본사 사무실에 나와 쌍용측이 제출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은 예보가 2001년 말 부실기업 책임자 조사를 위해 기존의 조사3부를 특별조사기획부로 편입해 발족한 조직.

    단장은 대검찰청 연구관, 광주지검 특수부장 등을 역임한 김현웅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산하 1, 2, 3국을 지휘하는 국장 역시 현직 검사다(1국장-정석우 검사, 2국장-김영진 검사, 3국장-권익환 검사). 김단장을 비롯해 1, 2, 3국장 모두 검찰에서는 쟁쟁한 이들이다. 현재 특별조사1국이 쌍용그룹, 3국이 삼성상용차 조사를 각각 맡고 있어 과거 현대 계열사에 대한 조사는 2국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쌍용그룹에 대한 조사는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쌍용양회의 경우가 그렇다. 쌍용 관계자는 “쌍용양회의 경우 실제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부실 채무는 100억원 안팎에 불과한데 예보가 전격 조사를 나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쌍용양회보다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도록 한 그룹도 있는데 왜 쌍용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문제가 된 쌍용양회의 부실 채무 100억원은 쌍용양회가 외환위기 이전 중앙종합금융(이하 중앙종금)으로부터 차입한 500억원이 발단이 됐다는 게 쌍용 관계자의 전언. 중앙종금이 퇴출되면서 이 채권을 400억원에 할인 매각했고, 나머지 100억원이 손실로 인정되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것.

    이와 관련, 쌍용 주변에서는 “쌍용측이 문제가 된 100억원도 갚을 테니 부실 책임 조사를 중단해달라고 예보측에 제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손실을 정상화한다면 나중에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그러나 부실 책임 조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예보의 이번 조사에 대해 결과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조사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우그룹 등 대규모 그룹들의 부실 책임 조사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무시 못할 수준이어서 예보 내부에서는 이번 조사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국민도 혈세나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한 예보의 노력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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