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9단. ‘목숨을 걸고 둔다’는 투혼으로 1980∼90년대 일본 바둑 일인자로 군림하며 한국인의 기개를 드높인 기사. 전치 12주의 교통사고를 당하고서도 대수술 후 며칠 뒤 링거를 꽂은 채 휠체어를 타고 도전기를 펼쳤던 그다. 바둑사상 가장 치열한 승부혼을 보였던 그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처럼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로 그 ‘반상 영웅’이 고국 땅 유성에서 벌어진 삼성화재배에서 모국의 신예 후배들을 연파하며 8강에 진출, 모처럼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본 바둑을 휩쓸며 독주할 때에도 조치훈 9단은 세계대회에서는 이상하리만치 힘을 못 썼다. 91년 후지쓰배에서 딱 한 번, 그것도 상대가 갑작스런 발병으로 기권하는 바람에 우승컵을 쥐었을 뿐 통 인연이 없었다. 이후 이창호, 조훈현 9단 등 한국 바둑의 위세에 눌려 우승권 언저리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힘을 낼지….
원성진 5단은 85년생으로 최철한 5단, 박영훈 4단과 더불어 한국 바둑이 자랑하는 ‘송아지띠 3총사’로 올해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권을 당당히 획득한 신예 유망주다. 에서 보듯 바둑사에 한 획을 그은 대선배를 만나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초반에 일찌감치 하변의 백대마를 잡아 단숨에 우세를 확립했다. 하변 백대마가 이대로 잡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흑은 이어지는 백의 강수를 약세를 의식한 승부수라 보고 부자 몸조심하는 격으로 쉽게 쉽게 물러서 주었다. 이미 대세는 결정된 상황이니까. 그러나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다.
백1·3을 둘 때까지만 해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고 여겼다. 이후 처럼 둬봐야 흑4면 그만이니까. 그랬는데 백5로 헤딩하며 회생하는 기막힌 묘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백7을 두자 다음 흑8로 빠지는 수와 백9를 맛보기로 간단히 살아버렸다. 원성진 5단은 대국이 끝난 후에도 그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192수 끝, 백 불계승.
일본 바둑을 휩쓸며 독주할 때에도 조치훈 9단은 세계대회에서는 이상하리만치 힘을 못 썼다. 91년 후지쓰배에서 딱 한 번, 그것도 상대가 갑작스런 발병으로 기권하는 바람에 우승컵을 쥐었을 뿐 통 인연이 없었다. 이후 이창호, 조훈현 9단 등 한국 바둑의 위세에 눌려 우승권 언저리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힘을 낼지….
원성진 5단은 85년생으로 최철한 5단, 박영훈 4단과 더불어 한국 바둑이 자랑하는 ‘송아지띠 3총사’로 올해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권을 당당히 획득한 신예 유망주다. 에서 보듯 바둑사에 한 획을 그은 대선배를 만나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초반에 일찌감치 하변의 백대마를 잡아 단숨에 우세를 확립했다. 하변 백대마가 이대로 잡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흑은 이어지는 백의 강수를 약세를 의식한 승부수라 보고 부자 몸조심하는 격으로 쉽게 쉽게 물러서 주었다. 이미 대세는 결정된 상황이니까. 그러나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다.
백1·3을 둘 때까지만 해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고 여겼다. 이후 처럼 둬봐야 흑4면 그만이니까. 그랬는데 백5로 헤딩하며 회생하는 기막힌 묘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백7을 두자 다음 흑8로 빠지는 수와 백9를 맛보기로 간단히 살아버렸다. 원성진 5단은 대국이 끝난 후에도 그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192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