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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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 미대륙 횡단 5주간의 다큐

  • 입력2003-09-04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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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한 미대륙 횡단 5주간의 다큐
    미국은 복잡한 나라다. ‘멜팅팟(meltingpot)’이라는 용어처럼 그야말로 수많은 인종과 문화가 한데 녹아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 환경이나 문화 면에서는 경이의 대상이고, 정치적으로는 우방이면서도 늘 다루기 힘든 ‘뜨거운 감자’다. 그런 미국을 속속들이 알아보겠다는 열망을 갖고 미국으로 한 가족이 여행을 떠났다.

    여행 방식은 자동차로 서부에서 동부까지 횡단하는 것. 총 투자금 1700만원, ‘제작기간’ 5주. 미국 내 이동거리 5600마일. ‘감독’은 전상우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관(44), ‘출연배우’는 아내 이미선씨, 딸 누리양, 아들 윤표군.

    일반적으로 몇 주씩 되는 장기 휴가를 내기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전씨는 우선 복 받은 사나이처럼 보인다. 더욱이 가족과 함께 그런 ‘멋진’ 여행을 감행했다는 데 대부분 부러움의 눈길을 보낼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1년 전부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1년치 공휴일과 휴가를 모두 모았다. 물론 기획기간은 훨씬 더 길어 27년에 이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지리시간에 선생님한테서 미국의 자동차 횡단여행에 대해 듣고 꿈을 키우기 시작했으니까.

    그는 일생에 하고픈 큰 여행을 네 가지나 꿈꾸었다. 우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자동차로 미국 횡단하기, 알래스카에서 칠레 최남단까지 팬아메리칸 하이웨이 종주하기, 중국에서 터키에 이르는 비단길 횡단하기 등이 그것.

    “제 인생의 정점을 막 지나는 순간 그 꿈 가운데 하나인 미국횡단을 해냈습니다. 힘도 들었고 금전적으로 출혈이 심했지만 인천으로 돌아오기 위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마친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기 시작한 뿌듯함은 그런 모든 것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전씨 가족의 여행기 ‘루트 66을 달리다’(늘봄 펴냄)는 감상과 간단한 정보가 요약된 일반 여행기와는 달리 출발부터 돌아올 때까지의 상황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횡단여행을 위한 짐 꾸리기에서부터 자동차 렌트하기, 헷갈리기 쉬운 미국의 도로안내 시스템 소개, 직접 주유하기, 호텔 할인 쿠폰책 이용법, 세탁소 이용법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가득하지만 전씨가 유머러스한 글에 담아 소개하는 미국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한 통찰도 흥미롭다. 예컨대 그랜드캐니언 낭떠러지에는 추락방지용 철책이 없는데 그것은 미국의 자율책임주의의 상징이라며 ‘금지’ 중심의 국내 보호주의와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50개 주 가운데 19개 주를 ‘주차간산(走車看山)’하면서 사막과 지평선, 큰 강과 거대도시를 보았고, 역사와 문화, 예술,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우리 가족에게는 평생의 이야깃거리가 되어 우리 가족과 함께할 것입니다.”

    제목의 ‘루트 66’은 소설가 존 스타인벡이 ‘어머니 길(The Mother Road)’이라고 부른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도로이며,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주인공 가족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면서 걸은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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