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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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지팡이, 직위해제 굴레 벗다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09-04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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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지팡이, 직위해제 굴레 벗다
    사표 쓰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계속 헌신하겠습니다.”

    6월 납치사건에 현직 경찰관이 가담한 책임을 물어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장 자리에서 물러난 황운하 경정이 8월22일 행정자치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직위해제 취소처분을 받았다. 명예회복 후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얼굴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경찰대 동문회장을 역임하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고, 법조비리 브로커 사건을 밝혀내는 등 늘 ‘소신 있는 행보’를 보여온 그에게 직위해제는 큰 시련이었다. 강남서 형사과장으로 부임한 지 단 2개월 만에 벌어진 이 일로 총경 승진을 앞둔 그의 행로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언론 및 경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온 데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는 경찰 내부의 분석은 그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40여일의 직위해제 기간 동안 ‘사표를 쓰고 싶다’는 유혹을 받았지만 “부디 경찰 사회의 글래디에이터가 돼달라”는 동료 경찰들의 응원에 힘을 얻었다. 그가 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한 것은 1999년 서울 성동서 형사과장 재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선 경찰서에서 최초로 검찰에 파견 나간 경찰을 복귀 조치한 것. 이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선언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후 그는 ‘검찰의 독점적 권리 배분’을 주장하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소극적인 경찰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4월엔 법조비리 브로커 사건을 수사하며, 대검 감찰부 조사를 이끌어냈다. 그의 파격적 행보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격려를 받기도 했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강한 캐릭터가 조직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좀 편히 살아보는 게 어떠냐”는 주위사람들의 권유에 그는 “내 신념을 이루기 위해선 결코 굽히지 않겠다”는 결심을 내보인다.

    직위해제 취소처분과 별도로 그는 7월 말 서울 강동서 방범과장으로 복직했다. 6년이 넘게 형사과장을 맡아온 그에게 방범과장이란 직함이 조금은 어색해 보인다. 그는 종암서 형사반장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경찰대 1기 동기 중 가장 오랜 형사 경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형사, 수사’에 대한 애정도 깊어 더 이상 강남서 형사과장일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워했다.

    “방범과장으로서 할 일이 많습니다. 제게 주어진 직책을 열심히 해내야겠죠. 다만 형사 업무에 다년간 경험을 쌓아온 저로서 형사과장에 대한 미련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방범과장으로 새 출발 하는 황경정의 소신 있는 행동은 그가 어느 자리에 있건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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