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협회 세미프로 테스트에 합격한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
세 번째 도전 만에 당당하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세미프로테스트를 통과한 전이경(27)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1994년, 98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이경이 하늘을 날 듯 좋아하는 모습은 다소 낯설어 보이기까지 했다.
전이경은 지난해 3월 프로골퍼에 도전하기 위한 이론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7월30일 끝난 실기평가를 통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인정하는 세미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54홀 스트로크 방식으로 치러지는 테스트에서 전이경은 1라운드에서 85타의 저조한 성적을 올려 이번에도 세미프로가 되기는 어려울 듯 보였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76타를 치며 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을 높였고, 3라운드에서 80타를 기록하며 43명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쇼트트랙 여왕’에서 세미프로골퍼로 거듭난 것이다.
골프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 전이경은 어린 시절부터 꼭 한번 골프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일견 운동을 했기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골프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쇼트트랙을 한 것이 골프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골격이 쇼트트랙하기 좋은 쪽으로 발달돼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쇼트트랙을 오래 해서 한쪽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거든요. 하체가 빨리 빠지거나 어드레스 때 자세가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왼쪽으로 트랙을 도는 쇼트트랙을 오래 해 왼쪽으로 굽은 허리도 핸디캡이었다. 실제로 전이경은 허리가 왼쪽으로 굽어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좌절하기도 했다.
전이경은 1998년부터 이동수골프구단에 소속돼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브리티시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동수골프구단 소속의 허석호한테서 훈련과 자기관리 방법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전이경은 지난해 봄과 여름 두 차례 테스트에서 연거푸 좌절을 경험했다. 실패 후 이동수골프구단에서 나와 대학원(연세대) 체육학 석사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스포츠중계 해설자로 나서는 등 골프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주변에선 전이경이 결국 포기했다며 “그럴 줄 알았다”고 수군댔지만 그는 5월 중순부터 마음을 다잡고 프로테스트 준비에 다시 박차를 가했다.
“부모님께서 마음고생해 가면서 굳이 나가는 이유가 뭐냐며 출전을 말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출전했어요.”
전이경은 2라운드에서 선전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항상 1등만 해온 쇼트트랙이었다면 부끄러운 성적이겠지만 전이경은 전율을 느낄 만큼 즐겁다고 했다. 그는 ‘쇼트트랙 여왕’이라는 말보다 ‘세미프로’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며 투어프로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꿈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