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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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전용 극장 꼭 만들고 싶어요”

M세대 마술사 이은결 … “불가능 없는 종합예술 대중화 노력 계속”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3-08-06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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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TV 특집프로그램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마술사’는 늘 중년의 트로트 가수 같은 모습이었다. 그 옆에는 짙은 화장에 반짝이 수영복을 입은 여성 조수가 서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187cm 키에 ‘번개머리’를 한 이은결씨(22)를 그냥 ‘마술사’라고 부르는 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언제나 그에게는 ‘M세대 엔터테이너’ 혹은 ‘신세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7월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적인 마술대회 ‘FISM(세계마술사연맹)2003’에서 2위를 차지해 화제가 된 이은결씨는 그곳에서 걸린 감기와 싸워가며 촘촘히 짜인 국내 일정을 소화하느라 고투중인 듯했다.

    - 수상을 축하합니다. ‘FISM2003’은 어떤 대회인가요?

    “세계 3대 마술대회 중 하나인데, 마술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어요. 32개 나라에서 온 150명의 마술사가 일주일 내내 마술만 하지요. 첫 출전이라 입상 정도만 기대했는데 1등을 한 프랑스 마술사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며 2위를 했습니다. 원래 1차 대회에서 1등한 사람만 다시 어워드를 해요. 제가 1차에서 2위를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아까워해 ‘특별추천’ 규정을 신설해 본선에 올려갈 수 있었죠.”

    - 어떤 마술을 보여주었나요?



    “전 스테이지 분야를 좋아해요. 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무대 위에서 손 기술을 보여주는 것인데, 비둘기와 카드를 소재로 하죠. 카드가 비둘기가 되고, 갑자기 불꽃이 되어 사라지는 겁니다. 이걸 음악과 조명을 배경으로 아주 빠르고 파워풀하게 연출한 점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아, 그런데 헤이그에서 비둘기 구하러 다니느라 아주 고생했어요.”

    - 마술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마술사는 신비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는 비밀인데.(웃음)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그걸 고치려고 시작했죠.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신문에서 마술학원이 있다는 걸 보시고 권하셨어요. 학원에선 나이가 제일 어려 귀엽단 말을 많이 들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마술로 진로를 결정했고, 대학(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면접시험 때도 마술을 했어요. 아직 마술학과가 없어서 마술과 제일 가까운 학과를 골랐습니다.”

    - 좋아하거나 영향을 많이 받은 엔터테이너가 있는지.

    “특정인보다는 여러 마술사들의 장점을 고루 배웁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컨셉트를 만들고 실현한다는 면에서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마술사라고 생각해요.”

    - 이은결씨가 마술을 대중화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진 건 아닌가요?

    “늘 바라던 일인걸요. 마술이 발전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마술은 너무 매력적이에요. 불가능이 없는 세계니까요.”

    - 마술사의 일상은 어떤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요. 번개머리를 안 하면 길에 나가도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요. 하루 20시간씩 연습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거짓말이고요, 공연하는 시간 빼고 연습해요.”

    - 앞으로의 계획은?

    “12월에 첫 솔로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론 마술 전용 극장을 꼭 만들고 싶어요. 언제나 그곳에 가면 누구나 마술을 볼 수 있게요.”

    - 마술사들의 비밀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술은 결국 눈속임 아닌가요?

    “마술은 특히 음악과 조명, 그리고 기술, 의상, 연기에서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종합예술이죠. 그래서 전 마술이 좋아요. 얼마 전 LA의 한 극장에 갔더니 ‘터미네이터 3’를 하더군요. 제가 표도 안 사고 쓱 들어가는데 검표원이 못 본 척하는 거예요. 제가 투명인간이라도 됐었나봐요. 공짜로 영화를 보다니, 이건 정말 신기한 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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